[Opinion] 숫자에 얽매이는 삶 [기타]

글 입력 2018.06.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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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숫자는 곧 가치이다. 나이의 가치, 통장 잔고의 가치, 시험 점수의 가치 등 숫자는 셈을 셀 때 사용되는 것 이외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그리고 이 잣대는 언제나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든다.

먼저 나이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 대학생들 사이에서 '화석'이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이는 왜 학교에 남아있는지 모르겠거나 막학기에 다다른 고학번 선배들을 칭하는 은어다. 사람을 화석으로 칭하다니 당연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20살은 파릇파릇한 1학년 새내기, 21살 2학년은 새 사람이 아니니까 헌내기, 그리고 조금만 지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화석'이 되는 학생들... 고작 몇 년이다. 그러나 그 몇 년 사이에 나이에 따른 가치는 점점 떨어지며 마치 나이가 많으면 사람으로 분류도 될 수 없는 것인 양 취급된다. 그래도 우린 아직 20대인데 말이다.
 
점수나 등수도 사람들을 갉아먹는다. 엑셀 표로 가지런히 정리된 다른 학생들의 성적과 자신의 성적을 비교하면서 '이 정도면 A 받을 수 있겠다', '이번 학기는 망했어' 등의 감상평이 머리에서 자동 생성된다. 등수 하나에 A와 B가 왔다 갔다 할 때면 그에 맞춰 학생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또한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고민글을 자주 볼 수 있다. '학점이 현재 3.97인데 4점 못 넘어서 너무 아깝다. 추가학기 다녀서 성적 4점대로 만들까?'. 3.97이라는 점수가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보기에 가치 있는 숫자가 아니면 아무 소용 없다. 학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숫자의 높낮이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

이렇게 사람들이 숫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다른 사람 혹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기 가장 쉬운 지표이기 때문일 것이다. 객관적이고 명확하고 신뢰성까지 겸비한 숫자는 몇 개만 바뀌어도 한 사람을 똑똑하고 돈이 많은 사람에서 멍청하고 가난한 거지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난 이게 불만이다. 숫자의 오르내림에 사람의 가치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불편하다. 그리고 여기에 과하게 얽매이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외부적으로 정해지는 것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하니 많은 것을 놓치는 기분이다. 나는 23살이며 학점은 현재 3.99, 토익 점수는 895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가치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들인가? 여기 보이는 숫자에만 집중하면 나는 20대 중반에 들어선 불쌍한 화석 초기 단계이며 학점 4점을 아깝게 넘기지 못하고 토익 점수 또한 아깝게 900을 넘기지 못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란 사람이 '아깝게 뒤떨어진 늙은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에게서 찾자. 숫자가 나를 옭아매지 않도록 하자. 외부의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원하는 것처럼 나만의 특성에만 집중해보자. 그러면 진짜 나의 가치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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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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