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소로 최대를 표현하는 알렉스 카츠 [전시]

글 입력 2018.05.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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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3.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정적인 움직임이 가진 아름다움

미션 스쿨을 다니며 느낀 좋지 않은 점 중 하나는 종교가 무엇이든 일주일에 한 번 채플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종교에 대해 별생각이 없기에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는 채플 수업 시간이 참 지루했다.

그러나 한 학기에 한 번, 이러한 채플 시간이 기다려질 때가 있었는데 바로 무용 채플 시간이다. 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꾸민 무대를 볼 때면 3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황홀했다. 특히, 저번 학기에는 운 좋게 앞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무용수의 근육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였기에 더욱 몰입하여 움직임들을 관찰했던 것 같다. 사실, 이전까지는 춤에 대해 생각을 했을 때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좋은 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니 느리고도 섬세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더 아름답고도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20일, 롯데 뮤지엄에서 보았던 "알렉스 카츠, Models & Dancers" 전시는 이러한 느리고 섬세한 움직임과 같은 전시였다.



단순한 작품, 섬세한 작업 방식

Leora_ 2003.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전시장에 들어가면 알렉스 카츠가 작업한 커다란 카툰 작업물을 처음으로 볼 수 있다. 알렉스 카츠의 그림들은 대게 매우 큰 캔버스에 단순한 색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처음 접했을 때 "쉽고 단순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알렉스 카츠가 하나의 작품을 위해 작업하는 방식은 결코 쉽거나 단순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대상의 특징들을 빠르게 담아낸 후 세세한 부분들을 다듬는 스케치 작업으로 시작한다. 이후, 스케치 작업을 바탕으로 실제 캔버스와 똑같은 사이즈의 갈색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카툰 작업이 이루어진다. 카툰 작업은 실제 캔버스에 그려지는 작품의 밑바탕으로 롤러로 종이에 작은 구멍들을 뚫고 그 위에 목탄으로 선을 남겨 캔버스에 작업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작업한 카툰 종이의 크기는 어마어마했고 가까이에서 보니 선들을 따라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어 신기하였다. 참으로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었는데 이렇게 섬세한 전 작업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렇기에 알렉스 카츠가 현대회화의 거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보았다.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 Katz-ism의 탄생

Coca-Cola Girl 26_ 2018.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알렉스 카츠의 인터뷰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Katz-ism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자신은 어떠한 화풍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과연 그의 작품들은 기존의 회화와는 많이 달랐다. 그는 그림이라기보단 사진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구도와 배치를 이용하고 있었다. 과감히 인물의 특정 부분들을 클로즈업하여 담아내고 한 화면에 한 인물의 여러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었다. 배경의 색은 단색을, 특히 빨간색, 검은색, 오렌지색과 같이 강렬한 색을 이용하여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원한 뮤즈, 아다

Ada_2011.jpg▲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처음 공개된다는 알렉스 카츠의 "CK, 코카콜라" 신작들도 궁금하긴 했지만 사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의 아내, Ada를 그린 작품들이었다. 인터뷰 중 카츠는 그가 아다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라는 표현을 썼다. 필자의 식견이 짧은 탓일 수도 있으나 이전에 알고 있던 화가들은 뮤즈와의 관계가 대게 불륜이거나 결국 안 좋은 결말로 이어진 사이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카츠는 아내를 마음 깊이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고 뮤즈로서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감사히 생각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그가 아다를 만나며 그린 아다의 모습들을 꼭 보고 싶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Ada의 그림들로 채워졌다. 아다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은 여러 작품들이 있었지만 모든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다와 카츠의 관계를 알아서 이렇게 느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얼핏 들지만 분명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카츠의 작품에도 녹아난 기분이었다.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자신의 스타일을 담은 작품 활동을 하고, 그에 대한 인정도 받으며 사랑하는 가족들도 있는 알렉스 카츠. 현대미술 회화의 거장이라는 칭호도 좋지만 사랑하고 사랑받기에 행복한 한 남자라는 칭호도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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