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세요, '82년생 김지영' [도서]

글 입력 2018.04.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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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한 소녀가 평범한 가정집에 태어나게 된다. 그 소녀는 위로는 언니 하나 아래로는 남동생 하나를 뒀다. 소녀의 이름은 김지영. 김지영씨는 항상 모든 물건을 언니하고만 같이 써야만 했다. 남동생에게는 항상 새 것을 양보해야만 했고 모든 순서에 첫 번째는 남동생이었다. 학교를 가도 그랬다. 모든 순번에 처음에는 남학생들이었다. 지영씨는 살면서 세상에 의문을 가진 적이 많았다. 왜 항상 남학생의 순번은 1번부터였으며, 여자는 50번부터였으며, 남학생의 런닝티를 껴입지 않고 와이셔츠 안에 티셔츠를 입어도 되는데 여학생들은 허용되지 않은 채 살구색 스타킹에 계절마다 하얀색과 검은색 양말까지 꼭꼭 신고 다녔어야 했으며, 스토킹을 당했음에도 스토커의 잘못이 아닌 복장의 이유로 자신이 그 사건에 원흉이 되는지에 대해서, 아니 이보다 더 많은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은 김지영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닮고 있지만 사실은 사회 속 모든 여성들의 생활을 담고 있기도 한다. 사회 속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하지만 사실은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됐던 차별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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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얼마 전 레드벨벳의 '아이린'이라는 멤버로 인해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요즘 읽고있는 책이 있냐는 질문에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꼽았고 그로 인해 그녀의 수많은 "남성"팬들이 그녀에게 차마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악플들을 기재한 것이다. 이 책은 이미 페미니즘계에서 유명한 책이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자면 필자가 말하고 있는 '페미니즘'이란 '여성 우월주의'를 뜻하는 말이 아닌 '가부장제로 낮아져 있던 여성의 인권을 남성의 인권과 동일시 시키자'는 의미에 페미니즘을 의미한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그들은 그녀의 사진을 불태우고 다시는 좋아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녀에게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필자가 자체적으로 순화했음을 알린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개의 이유로 김지영이라는 하나의 허구인물을 만들어놓고 쓴 소설, 너무 과도하게 여성들이 사회에 피해자인 척 써놓은 소설을 봤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말한다. 여성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아이돌인 그녀가 그런 책을 읽는 순간 많은 여성들이 그녀를 따라 그 책을 읽게 될 것이고 이는 사회악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그 책의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이 책의 '악'을 찾아보자.

*

1. "재수없게 그런 소리 하지마."

 김지영씨가 두 번째 딸로 태어나고 김지영씨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그 당시에는 남아선호사상이었으며 아이를 많이 낳으면 안되는 시기였기에 김지영씨의 어머니는 여성을 낳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핍박을 받았다. 또 한 번의 임신, 그녀는 남편에게 이 아이마저 여성이면 어찌할 것이냐는 물음에 남편, 김지영씨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한다. 재수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사실 그런 생각도 감히 했었다. 어쩌면 유교 사상이 왜곡되어 내려져오게 되면서부터 천천히 여성들의 인권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왜라고도 물을 수 없게끔, 여성들의 인권은 처참히 짓밟혀져 왔다. 이제와서야 "왜 그런식의 대우를 받았대?"라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세상에는 그랬었다. 그렇기에 서서히 다시 바꿔나가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유는 없었다.


2. "이번 기회에 둘이 더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 잘못이라고.'

 우리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남을 괴롭혀서는 안되고 남을 때려서도 불편하게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이고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김지영씨는 초등학생 시절 남자 짝꿍에게 심하게 괴롭힘을 받고 학교생활이 힘들 정도로 정신적인 괴로움을 "남자" 선생님에게 털어놓아도 돌아오는 것은 "이해"를 바라는 선생님의 태도였다. 괴롭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벌써부터 어른들은 어린 아이에게 "이해" 바랐다. 아이의 마음을 자신들 멋대로 "사랑"으로 합리화 시켜놓고 만다.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고 정신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은 잘못이고 범죄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것이 애정의 표현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제게 가르침을 주는 어른이 그렇게 아이를 합리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그렇다. 자신의 딸이 스토킹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로지 딸만을 탓한다. 왜 학원은 그렇게 멀리 다니니, 옷은 왜 그렇고, 왜 사람 하나 못 알아봐? 순전히 네 잘못이야. 애초에 사람이 싫다는데도 따라나서는 건 범죄다. 그런데도 아이를 지켜야주고 보듬어줘야하는 어른은 그 잘못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린다. 애초에 이 사실들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범죄를 합리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3. "미스 김", "된장녀", "맘충"

 이 단어들은 모두 김지영씨가 들은 말들이다. 그 시절 김지영씨의 2, 30대의 회사에서는 왜 '미스터 김'이라는 말을 없었을까? 부장이나 과장은 남자 사원에게 "어? 장어를 먹었어? 자네 어디 허리쓸 일이라도 있나?"라는 농담은 안했을까?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커피나 사먹는 맘충이 있는데 아내가 정성스레 다려준 양복으로 쇼핑이나 하러다니는 파파충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남성을 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님을 밝힌다. 그저 반대의 입장으로써 김지영씨가 당한 이 대우가 차별이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에 대해 더 알기 쉽게 '미러링'으로 표현해보고자 한 것이다. 사실 미러링을 안했어도 저 단어들과 김지영씨가 받은 대우들은 모두 부당한 것이다. 김지영씨가 미스 김으로 불리고 있었을 때 남자 사원들은 열심히 무슨 사원, 누구 대리로 불렸을 것이었으며 김지영씨가 된장녀라는 성적 농담을 듣고 있었을 때 같은 남자 사원은 옆에서 재미없는 부장의 농담에 웃는 척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루종일 육아의 늪에서 살다가 아이가 겨우 잠든, 아주 잠깐의 시간에서의 휴식조차 그녀는 마음대로 누릴 수 없이 벌레 취급을 받고 말았다. 과연 김지영씨의 삶이 부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사실 이밖에도 더 많은 차별들이 책 안에 담겨져 있다. 이 짧은 글에 담기에는 너무나도 무수하고 억울한 차별들이 아직 책 안에 남아있다. 이 책은 절대 남녀의 사이를 가르고자 쓴 책이 아니다. 그저 들어달라는 것이다. 여성들이 예전부터 이런 차별적인 대우를 이렇게나 오래 받아왔고 그렇기에 지금에서라도 바꿔보고자 일어난 것이라고. 아주 잠깐만 귀 기울여 들어줬으면 했다.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준다면 여성들은 언제든지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절대 남성을 깎아내리고 여성을 우월하게 봐달라는 말이 아니다. 동등한 선에서 서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미래의 딸에게는 적어도 이런 대우는 받게 해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조상들의 모든 행동이 맞지는 않다.

 아이린에게 악플을 달았던 수많은 남성들에 대다수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고 한 도서사이트의 후기글에는 구독을 하지 않은 채 악플을 단 글들도 많았다. 무조건적으로 다수의 말만 믿은 채 책을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난을 하되, 책을 읽고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지영씨의 삶은 지금 누군가도 살고 있는 삶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절대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한 번 그녀의 인생을 조용히 들어주기를 바랐기에 의견을 적었다.
 꼭 한 번 들어주기를 바라서 쓰는 글, '82년생 김지영' 추천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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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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