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 언어를 다루는 우리에게 : 카피공부 [도서]

글 입력 2018.04.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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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수많은 언어 속에서 살고 있다. 보고서와 SNS, 이메일, 자기소개서 등의 무수한 언어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힘 있는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주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언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카피란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요소이지만, 앞서 말한 힘 있는 언어의 모든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광고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카피를 일상에서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Since 1957, 60년간 사랑받은 카피 바이블 <카피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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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피 공부, ‘공부’라는 딱딱한 제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인 듯 깔끔한, 시선을 끄는 겉표지는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라는 부제목은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언어 속에서 매일 언어를 다루고 있으니까.

 책을 처음 펼쳐보았을 때, 사실 꽤나 당황스러웠다. 카피를 공부하기 위한 지침서이기에 책 속에 카피의 역사나, 다양한 예시, 카피를 잘 쓰기 위한 전략, 따위가 줄글로 작성되어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핼 스태빈슨의 1060개의 문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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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문장은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1060개의 문장들은 그 자체로 카피가 될 만큼 간결하며 강렬하고 명료하다. 이러한, 어색하고도 낯선 형식의 책은 ‘카피의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1060개의 모든 문장을 꼭꼭 씹어 삼킨 후 소화시키기까지의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지만 (사실 모두 소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하나씩 읽어 나가며 카피와 언어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더 없이 좋았다.


16 연극과 달리 광고는 수많은 갈채를 받고도 박스오피스에서 망할 수 있다. 평론가들의 극찬은 아무 의미가 없다. 쇄도하는 판매만이 의미의 전부다.

125 광고는 판매 여건이 좋지 않을 때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성층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땅에 충실해야한다.

824 소비자보다 영리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아는가? 시도조차 하면 안 된다.


 카피가 주로 쓰이는 광고는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도서 속 문장들은 판매의 대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쓰여 있다. 사실 판매라는 행위는 자칫 비인간적이고 딱딱한, 금전적인 이익을 위한 정 없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16번 문장만 봐도 결과와 수치, 돈만을 중시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의외로 저자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그것들을 바라본다. 책 속의 ‘소비자’는 소비를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곧 ‘인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25 인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광고의 심장을 이해한 것이다.

26 인생을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이 곧 상품 판매를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이다.

311 광고에서도 인생에서처럼 마음을 향해 가라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카피)는 곧 판매를 유도해낸다. 사실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는 판매만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광고와 인생을 한데 엮어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언어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광고를 위한 카피뿐만이 아닌 인생을 위한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65 로이 더스틴(Roy Durstine)과 나는 구체적 예를 들어가며 설득의 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로이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1468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디아즈(Dias)가 아프리카 남단을 돌고 귀환했다. 그는 왕에게 가서 그곳을 ‘폭풍과 급류의 곶’이라 이름 붙였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늙은 왕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그곳을 그렇게 부른다면 다시는 아무도 그곳에 가려 하지 않을걸세. 내가 이름을 정해주겠네. 그곳을 ‘희망봉’이라 부르게.”

로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이름은 그렇게 정해졌지. 이후로 사람들은 줄곧 그곳에 가고 있고.”


 책 속에는 광고와 관련한 다양한 예시들이 등장해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번역체로 인해 흐름이 자주 끊겼다는 것이다. 미국식 농담이 종종 등장했으나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다행인 점은 원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외국어인 탓에 어쩔 수없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135 무대의 달인은 결코 단조롭게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말이 관객에게 전달될 쯤에는 열정의 50퍼센트가 이미 소실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광고를 쓸 때도 이 점을 명심하라.

150 옆에 구겨진 종잇조각을 수북이 쌓아놓은 카피라이터를 보면 나는 항상 편집실 바닥에 필름을 수북이 쌓아놓은 영화감독이 생각난다. 왜 버릴 건 버리지 않는가?

302 취미와 관심사가 다양할수록 더 좋은 광고쟁이가 될 것이다. 학자이자 작가,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했던 윌리엄 라이언 펠프스는 이렇게 말했다. “다양한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치고 불행한 사람은 없다.”


 1060개의 문장들은 계속해서 우리가 언어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야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135번의 문장이 기억이 남는다. 무대와 관련된 것들을 전공하며 ‘언어의 소실’을 몸소 느끼며 깨달으며 지내왔지만, 사실 그 소실은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타인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것, 표현하는 것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이 될 수는 없다. ‘언어의 소실’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소실을 대비해 더욱 의미와 열정을 담은 언어를 이야기해야 한다. 가장 친숙하다고 여겨왔던 무대에 비유한 이 문장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


 수많은 문장이 모두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문장들은 우리에게 그 방향을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일 뿐이며, 따른 것은 우리의 몫이다. 확실한 점은 매일 언어를 다루고 있는 우리에게, 광고언어우리, 전혀 다른 네 가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언어를 다룰 것이다. 광고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생각하기에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문장들을 통해 정 없는 행위라 오해했던 광고와 판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카피는 감성과 감정에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소비자,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야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무튼 새로웠다. 광고와 인생을, 카피와 언어를 한데 엮어 설명한 이 책은 우리가 다루는 언어에 대해 다시금 느껴보게 하기 충분했다. 언어와 한 걸음 가까워 질 수 있기를 바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과 함께 끝맺도록 하겠다.


264 사랑, 웃음, 눈물, 꽃, 아이, 강아지 같은 것들은 오래된 소재다. 하지만 삶은 이런 것으로 만들어진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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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공부
- 60년간 사랑받은 카피 쓰기 바이블 -


원제 : COPY CAPSULES

지은이 : 핼 스테빈스(Hal Stebbins)

옮긴이 : 이지연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자기계발, 광고, 글쓰기

규격
120*188*25mm

쪽 수 : 304쪽

발행일
2018년 3월 1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147-4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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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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