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은 달팽이가 말하는 느림의 미학 [음악]

작고 느린 달팽이가 전하는 위로의 이야기
글 입력 2018.03.0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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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음악과 함께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느린 나는 조급하다.
느린 나는 불안하다.
느린 나는 뒤쳐졌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을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타루의 ‘봄이왔다’를 들으면 따사롭고 뜨거운 햇살이 반기는 봄기운이 만연한 5월, 이어폰을 꽂고 밝은 햇살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기분과 발걸음만은 가볍게 학교 교정을 거닐던 날이 떠오른다. 그 상황뿐만 아니라 그 날의 기분 또한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를 타고 다시 나에게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 좋다.

뿐만 아니라, 이어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 전달되는 3-4분 남짓의 짧은 음악은 종종 너무나 큰 울림과 감동, 위로로 4분의 시간이 수만 억이 모였을 나의 길었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비록, 대화와 눈빛을 주고받는 상대는 없지만 나의 상황과 기분에 맞는 멜로디와 가사를 지닌 음악은 가끔은 평생을 함께 해왔던 가족, 몇 년을 알고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하는 듯하다. 그리고 ‘괜찮아.’, ‘힘을 내.’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나는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음악의 작은 위로가 너무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 가사에 집중하는 편이며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러한 나에게 패닉의 <달팽이>라는 곡은 최근 막연함과 불안함으로 인해 힘들고 지쳤으며, 많은 걱정과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던 나에게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건넸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고 해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패닉의 '달팽이' 中


1411.jpg
달팽이가 수록되어 있는 패닉 Panic 앨범 앞면
             




끊임없이 경쟁하고,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해야만 한다는 압박 속에서 빠르게 흘러가고 변해가고 발전해가는 사회 속에서, 누구나 삶의 속도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있을 듯하다. 나 또한 느리게 가는 것이, 잠깐 멈춰서 쉬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불안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나이’와 ‘뒤쳐짐’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걸림돌이 되었다. 23살인 내가 나이 때문에 도전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는 것이 인생 선배들께서 들으셨을 땐 ‘아니~아직 창창한데~걱정 하지마.’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경쟁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와 순위 매겨짐에 익숙해져 온 나는 어느새 새로운 도전을 통해 겪게 될 시행착오들이 나를 남들보다 뒤쳐지게 만들까봐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대외활동‧자격증‧어학 공부 등 자신을 다듬을 스펙을 쌓으면서 빠르게 지나갈 길을 나 혼자 이것저것 도전해보면서 넘어지고 다치고 또 다시 뒤쳐지면서 느리게 지나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 불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였을까? 올바른 방향을 찾지 않은 채 속도만 높인 것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도전을 가로막은 것이.





어쩌면 작고 느리며 하찮은 생물체라고만 여겼던 가장 보통의 존재가 잔잔한 멜로디 속에서 위와 같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또 다른 보통의 존재에게 위로를 건넸다.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패닉의 '달팽이' 中


혹시 작고 느린 달팽이의 꿈을 궁금해 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는 매우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가고 또 앞으로 가 먼 미래에 넓고 거친 세상에서 벗어나 평화와 꿈이 가득한 바다로 가고 싶다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목표라 말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버티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 문을 연 너에게, 우리에게 말한다.


나는 작고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묵묵하게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갈거야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던 저 바다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어

빠른 날개 짓으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새,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가미로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저 물고기보다는 현저히 느릴지라도
내 꿈을 향한 이 길이 너무나 즐거워

아무도 못 봤을 거야
또 아무도 믿지 못 할 거야
이렇게 느린 내가 저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가는 길이 분명 쉽지 않겠지,
물론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오겠지

하지만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나의 마음 속 어딘가 계속 들리는
파도를 향해 멈추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한테 말해주고 싶어
너의 삶의 방향과 목표만 있다면
속도는 중요치 않다고

설령 확실한 꿈과 목표가 없어
여기저기 방황할지라도 뭐 어때
그것도 너의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고
중요한 밑거름일텐데
느리면 뭐 좀 어때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 :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 느리고 더디면 뭐 어때요.

*
느림의 미학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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