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도서] 바쁜 일상 속 쉼표가 되다, '타샤의 말'

글 입력 2018.02.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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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바쁜 일상 속 쉼표가 되다
<타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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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타샤 튜더


우리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아침 출퇴근 길은 지옥의 길이다. 지옥철과 지옥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다보면 몸은 물론이고 멘탈까지 탈탈 털린다. 한숨만 나오는 왕복 3시간 동안 보통의 사람들처럼 나는 휴대폰만을 붙잡고 간다. 창밖을 보며 멍때리고 있기도 한다.

며칠 전, 역시나 괴로운 출퇴근 길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들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의 리커버 판 <타샤의 말>이었다. 예쁜 표지를 넘기자 '우리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보였다. 그리고 한 장을 더 넘기자 그림을 그리며 활짝 웃고 있는 타샤 튜더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진 속 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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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책을 통한 타샤 튜더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타샤의 말>은 타샤의 마음과 소소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은 책이다. 그녀는 정원살이, 시골살이, 홀로살이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썼고, 꽃과 동물을 벗 삼아 살아가는 실제 모습이 생생한 사진들 속에 담겼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각 계절에 타샤의 정원에 어떤 꽃이 피는지, 타샤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농사를 짓는지, 염소와 강아지와 비둘기는 어떤 모습인지.. 말 그대로 소소한 일상이지만 타샤가 들려주는 말을 듣고 있자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외딴 산골에 정원을 가꾸고 동물들을 보살피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타샤의 삶 자체가 꿈만 같아서. 타샤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가도 책에서 고객를 들어 주변을 살피는 순간, 그리고 나의 현실을 깨달았을 때, 더더욱 달콤한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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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그러나 판타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가장 '핫'한 예능을 꼽자면 <효리네 민박>이 아닐까. <타샤의 말>을 읽으면서 계속 <효리네 민박>이 떠올랐다. 도시를 떠나 자연을 가꾸고 꽃, 동물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줘서일까. 타샤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보면서는 <삼시세끼>가 떠오르기도 했다.

<효리네 민박>과 <삼시세끼>를 보는 주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나도 모르게 그냥 보고 있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특별한 게 없고 그냥 일상 같은데 재밌다.'와 같은 이야기였다. 나의 경우, 이러한 감상평은 <타샤의 말>에도 해당한다.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병조회풀', '수염패랭이꽃'처럼 처음 들어보는 다양한 꽃의 이름을 불러도 보고, 염소의 젖을 어떻게 짜는건지 물레질과 뜨개질은 또 어떻게 하는건지, 평소의 나라면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타샤에게는 소소한 일상이 내게는 마치 특별한 이벤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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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타샤의 말>과 <효리네 민박> 그리고 <삼시세끼>의 '재미'는 바로 '판타지'에서 나온다. 타샤의 아름다운 정원이 위치한 미국 버몬트 주와 효리네 민박의 제주도, 그리고 삼시세끼의 정선 모두 우리에겐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특별한 장소다. 즉 '판타지의 장소'이다. 우리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느림과 여유로움의 미학을 논하지만, 이들의 삶을 우리의 현실로 가져오게 되면 그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낭만과 여유가 가득한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삶을 가꾸는 타샤의 얼굴 위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욕심 없이 살고자 하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모습이 겹친다. 각박한 삶을 살아가며 일상에 지친 우리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그들을 통해 탈현실과 판타지를 꿈꾼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동안은 이 현실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다.

내게 <타샤의 말>은 쉼표다. 끝없는 지옥철의 늪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나를 구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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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랄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싶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 타샤 튜더


언제라도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살아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타샤 튜더처럼 '바랄 나위 없이 삶을 만족스럽게 살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타샤의 말>을 끝까지 읽는 동안 그녀의 자급자족 라이프에 매혹되어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마지막 장을 읽고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내가 상상해온 삶이 무엇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현실만을 탓하며 불평을 했던건 아닌지, 부끄러웠다. 타샤가 이룬 그녀의 꿈을 부러워하기 전에 내 꿈을 향해 먼저 힘차게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딱히 해줄 이야기가 없다고 했지만, <타샤의 말>에서 전한 그녀의 마음과 소소한 일상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지쳐있는 스스로에게 잠시 휴식을 주고 싶다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타샤의 말>을 추천한다. 이 책이 모두에게 쉼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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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단-이승현님-태그1.png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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