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프랑스 미술, 예르미타시 박물관展
글 입력 2018.01.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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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온 전시를 보러가는 길은 항상 설레지만 예르미타시 박물관展을 보러가는 길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연상시키는 날씨 때문이었는지 더욱 더 설레는 마음을 품고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이 위치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매서운 바람과 추위로 유명한 곳인데, 전시회장으로 향하는 내내 이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세게 바람이 불었고 온 몸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다. 살인적인 추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예르미타시 박물관展을 가는 내내 정말 러시아에 위치해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가는 것과 같은 기분에 전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겨울 궁전을 연상시키는 묘한 푸른색으로 도배된 전시회장 입구는 전시를 관람하기도 전에 맘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정말 겨울 궁전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머금고 전시 관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시는 총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1부는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 2부는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 그리고 3부는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 4부는 인상주의와 그 이후에 대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전시회장으로 들어가기 이전에 리플렛에 적혀진 전시 구성을 읽어보며 이 전시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교육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프랑수아 부셰 <다리 건너기>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미술사조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보는 것은 프랑스 미술사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군다나 프랑스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같이 볼 수 있는 것은 각기 다른 거장들의 화풍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한 작품 한 작품 한 작품 진중한 마음으로 관람했다.프랑스 미술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과 거장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 이외에도 이 전시가 품고 있는 매력은 매우 많았다. 전시장 내에 러시아 고전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데, 이는 전시 관람을 더 차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인지 관람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장은 소란스럽지 않고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잘 유지되고 있었다.또한 프랑스 미술 작품에 흠뻑 빠져 감상하다가도 곧 이 많은 작품들이 예카테리나 여제, 그리고 그 외의 러시아인들이 수집해온 작품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어 한 작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예술작품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러시아인의 눈을 통해 본 프랑스 미술은 색다르게 다가왔다.개인적으로 다보고난 이후에도 이해가되지 않거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 ‘불친절한’ 전시를 보고 난 뒤에 품게 되는 찝찝함에 대해 지친다고 느낄 즈음 ‘친절한’ 전시를 만나게 되어 만족감이 아주 크다. 예르미타시 박물관展은 예술에 문외한이거나 평소 프랑스 미술에 대해 관심이 없던 관람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전시였다고 생각한다.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소장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흔치 않은 기회일뿐더러 러시아까지 발걸음 하지 않아도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기회이다. 많은 이들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박윤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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