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음악으로 돌아보는 2017년 - 下

글 입력 2018.01.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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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레드벨벳 '빨간 맛'

▲ Red Velvet 레드벨벳 '빨간 맛 (Red Flavor)' MV
[영상 출처 - 유튜브 'SMTOWN'] 


 수많은 대중이 2017년 여름을 빨간 맛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다.) 강렬하면서도 발랄한 레드 컨셉과, 몽환적이면서 세련된 벨벳 컨셉을 골고루 보여주던 레드벨벳은 2017년 여름 상큼하면서도 통통 튀는, 한여름에 걸맞은 ‘빨간 맛’을 선보였다.

 ‘빨간 맛’은 뜨거운 여름과 사랑의 짜릿한 감정을 빨간색과 맛으로 표현한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섯 명의 멤버가 파인애플, 수박, 키위, 포도 등의 과일을 하나씩 표현해내고 있다. 한 번 들으면 귀에 자꾸 맴도는, 중독성 넘치는 ‘빨간 맛’을 통해 레드벨벳 특유의 상큼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8월 - 선미 '가시나'

▲[MV] SUNMI(선미) _ Gashina(가시나)
[영상 출처 - 유튜브 '1theK (원더케이)']


 ‘보름달’, ‘24시간이 모자라’ 등의 음악을 통해 섹시 컨셉을 선보인 선미는 2017년 8월 ‘가시나’를 통해 또 한 번의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곡 제목 ‘가시나’에는 3가지의 의미가 담겨있다.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꽃에 가시가 나다.’의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며, 순 우리말로 ‘아름다운 꽃의 무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시나’라고 하면 강렬한 표정과 함께 총을 겨누는 듯 한 안무가 곧바로 떠오를 것이다. 처음 이 안무를 접했을 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절제된 동작은 ‘여자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갖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대중은 이내 그녀의 ‘프로 아이돌’다운 표정 연기와 파격적인 안무에 매료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연예인과 대중들이 이 안무를 따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시나’의 흥행은 성공적인 기획이 이루어낸 성과라 할 수 있다. 현재 ‘섹시’를 컨셉으로 한 여자 아이돌들이 꽤나 많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의 컨셉과 노출, 가사, 음악이 일관되고 정형화된 '양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선미는 ‘가시나’를 통해 대중이 원하는 선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저격할 수 있는, 기존의 섹시 컨셉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8월에는 큰 사랑을 받았던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순위권 안에 들었던 연습생들이 ‘워너원’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타이틀곡 ‘에너제틱’으로 데뷔한 워너원은 100만 장이 넘는 데뷔 앨범 판매량을 보이며 신인답지 않은 인기를 입증했다. 이들은 현재 여러 방면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며 활동은 2018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8월에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음원 ‘N분의 1’, ‘요즘 것들’ 등이 강세를 보였다.



9월 - 우원재 '시차'

▲[뮤직비디오] 우원재 - 시차(We Are) Feat. GRAY&LOCO
[영상 출처 - 유튜브 'Clymer _']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유명 래퍼들의 경쟁의 장이 되었다. 스윙스, 씨잼, 비와이, 더블케이 등 이미 랩 실력으로 인정받은 래퍼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일반인 래퍼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무표정으로 진정성 있으면서도 호소력 있는, 가끔은 섬뜩한 랩을 선보이는 ‘일반인’ 우원재는 곧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힙합'이라고 하면 욕과 자만이 가득한 드센 음악이며, 그 중심에는 여자와 돈, 디스만이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원재는 시적인 가사를 통해,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거나 남을 깎아내리는 대신 자신만의 철학을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그럴 때 있잖아,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 그런데 있잖아, 그게 또 비극인거지. 우리 엄마가 말했잖아, 행복 딴 거 없다 아들. 아, 엄마 지옥도 딴 거 없습니다.”

“가짜와 가짜가 만나면 진짜가 둘이 되는 거지. 각자와 각자가 산다면 철학이 뭐가 중요하단 거니. 이 밤과 저 밤이 다른 거면 우린 왜 모여 사는 거니.”

“이젠 죽음을 원해. 난 알약 세 봉지가 설명해, 지금 나의 삶”


 이는 우원재가 ‘쇼미더머니’에서 선보인 가사들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토대로 진솔하면서도 시적인 랩을 하는 우원재에게 대중은 곧 매료되었다. 일반인에게 확실히 불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TOP6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이후 발매된, 우원재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시차’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많을 것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10월 - 멜로망스 '선물', 비투비 '그리워하다'

▲[MV] MeloMance(멜로망스) _ Gift(선물)
[영상 출처- 유튜브 '1theK (원더케이)']


 인디밴드 멜로망스의 ‘선물’은 2017년 7월에 발매된 곡이지만, 2017년 10월 음원차트에 등장하기 시작해 최상위권의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원차트의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이후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이뤄낸 결과이다. 특유의 편안한 멜로디를 선보이는 이 곡은 '선물 같은 너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해진다'는 가사를 노래하고 있는데, 사랑에 빠진 순간에 공감하는 뭇 남녀가 이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사실 멜로망스는 데뷔한지 3년차가 된 가수였으나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음악 하나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멜로망스에게 2017년은 선물 같은 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들만의 음악으로 계속해서 큰 사랑을 받게 될지, ‘선물’이라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닐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문제이지만, 특유의 편안하고 따뜻한 음악은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투비 BTOB - 그리워하다 Missing you
[마음으로 보는 라이브] 수어/수화 sign language Live
[영상 출처 - 유튜브 '딩고 뮤직 / dingo music']


 ‘빼빼로 데이’로만 기억되는 11월 11일,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한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빼빼로 만드는 영상인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클릭한 영상 속에서 비투비는 농인 팬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과 노래를 부르다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놀랍게도 그들은 ‘수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제로 이 곡의 안무에 수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빼빼로 데이이자 ‘장애인의 날’이기도 한 11월 11일을 위한 뜻 깊은 영상이었다.

 사실 K-Pop의 본고장인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음악’은 발랄하고 귀엽다거나, 강렬하고 센 음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규모의 아이돌 그룹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 지금, 특색이 없고 차별화되지 않은 이들은 대중에게 각인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돌 음악’이라는 정형화된 틀 사이에서 비투비는 그들의 탁월한 가창력을 토대로 한 발라드를 주로 선보여 왔으며, 그 따뜻한 음악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목소리만으로 감동을 주는 비투비는 10월 가을 감성에 걸맞은 ‘그리워하다’를 통해 다시 한 번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10월에는 2016년 음원차트 역주행 대열에 올랐던 ‘볼빨간 사춘기’의 새 앨범이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였고, 에픽하이가 아이유, 사이먼 도미닉, 크러쉬, 김종완 등의 화려한 피쳐링진을 자랑하며 3년 만에 앨범을 발매해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샤이니의 멤버 태민이 'Move'를 통해 치명적이면서도 뇌쇄적인 음악과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11월 - 민서, 윤종신 '좋아'

▲민서 Minseo - 좋아 Yes [세로라이브] 윤종신 좋니 답가 | 가사 Live
[영상 출처 - 유튜브 '딩고 뮤직 / dingo music']

 
 구질구질한 구 남친(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윤종신의 ‘좋아’가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사며, 발매된 지 2개월이 흐른 2017년 8월에 음원차트를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네 소식 들린 날은 더'


 한 번쯤은 해보았을 사랑 이야기였다. 미련으로 가득 찬, 어딘가 찌질한 남자의 노래 ‘좋니’에 대한 담담한 여자의 답가 ‘좋아’가 2017년 11월 발매되었다.


'좋아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내가 그렇게 예쁘다면서
그 모습을 그가 참 좋아해
너무 날 사랑해줘 아팠던 날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새로운 사랑에 빠진 상황이었다.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좋니’가 먼저 발매되었을 때에는 곧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여자가 왜인지 매정하고 모질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보다 성숙한 여자의 답가인 ‘좋아’를 듣고 나니 그 이별에도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미련이 남은 어설픈 남자의 그 억울함이 그저 찌질하게만 느껴졌다. 일방적이기는 하나 그것도 남자의 ‘사랑’이었으리라, 그 미련에 공감하는 대중을 향해 윤종신은 한 시상식에서 ‘전국에 있는 구남친들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좋아’는 ‘있을 때 잘하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성숙하면서도 담담한 여자의 답가였다.

 이외에도 11월에는 'TT', 'Cheer Up', 'Signal' 등의 음악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걸그룹 트와이스의 'Likey'가 발매되어 또 한번 흥행에 성공했으며, 워너원의 두번 째 앨범 '1-1=0(Nothing Without You)'가 발매되기도 했다. 또한 뛰어난 가창력과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어반 자카파의 '그 때의 나, 그 때의 우리'가 발매되어 음원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12월 - 자이언티 '눈' (feat.이문세)

▲Zion.T – '눈(SNOW) (feat.이문세)' M/V
[영상 출처 - 유튜브 'YG ENTERTAINMENT']


내일 아침 하얀 눈이 쌓여 있었으면 해요
그럼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 드릴게요
계속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요, 약속해요


 ‘눈’은 ‘음원깡패’로 불리는 자이언티가 선보인 겨울 시즌송이다. 피쳐링에는 이문세가 참여했다. 자이언티가 워낙 독특하면서 튀는 음색을 가지고 있기에, 따뜻하고 서정적인 이문세와 어울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생각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확연히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둘의 따뜻한 음색은 겨울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필자는 이문세에 대해 잘 모른다. 어렸을 적 엄마가 즐겨듣던 음악 속 목소리의 주인공, 정도로만 기억한다. (물론 얼굴이나 몇몇 음악들을 알고 있기는 하다.) 나의 또래에게는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이는 자이언티가 더욱 친숙하게 여겨질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둘의 협업은 사실 나와 엄마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종종 음악을 함께 듣곤 하지만, 서로의 감성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을 때가 많았던 엄마와 나의 사이를 메워준 것이다. 발라드를 좋아하던 그 시절의 엄마와, 아이돌과 힙합을 좋아하는 지금의 나, 30년 전 내리던 눈과 2017년에 내리는 눈, 그 간극에 있는 음악이었다. 덕분에 이 음악은 2017년 '엄마와 나의 겨울'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곡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과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잔잔한 겨울 감성을 자극하는 이 음악을 통해, 누구나 가져봤을 ‘눈’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겨울의 먹먹함과 쓸쓸함을, 그리움을 감성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한 편의 영화처럼 제작되어있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2017년 한 해는 유난히 ‘음원차트 역주행’이 많이 나타났다. 문문의 ‘비행운’,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 마크튭의 ‘Marry me', 윤종신의 ’좋니‘, 멜로망스의 ’선물‘등이 그러하다. 2018년이 시작된 지금도 옛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덕철의 ’그날처럼‘이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SNS의 힘이 많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공감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된다. 행복했던, 아팠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음악을, 추억을 듣게 되는 것이다. SNS를 통한 입소문의 역할이 더욱 커진 지금, 앞으로도 역주행은 계속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덕분에 숨겨진 명곡들이 점점 더 알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어느덧 20대의 중반을 맞이하게 된 나는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말에 뼈저리게 공감하는 중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새도 없이 어제를,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항상 그 곁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음악이 함께하고 있다.

 순간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추억이 된다고 한다. 음악과 함께한 순간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 있으리라. 그 음악은 그 시절이 되고, 그 시절의 내가 될 것이다. 음악과 함께 2018년의 소중한 순간들도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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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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