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렉산더 지라드展 [전시]

디자이너의 세계
글 입력 2018.01.15 04: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공식 포스터.jpg



[Review]
알렉산더 지라드展


컬쳐앤아이리더스는 2017년 12월 22일부터 2018년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 展>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라드의 사진과 텍스타일, 가구, 수집품, 장식소품 등 5,0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비트라디자인미술관(Vitra Design Museum)이 세계순회전시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으로, 미국 크랜브룩미술관 전시 다음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며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의 삶과 업적을 아우르는 707점의 작품을 총 4부로 구성해 종합적이며 다이나믹하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20세기 디자인사(史)를 대표하는 시대의 아이콘, 알렉산더 지라드를 조명하는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Love Heart], [International Love Heart]를 포함해 토탈디자인을 추구했던 그의 완전한 디자인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라드와 협력한 동시대의 유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및 예술가인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Charles Eames and Ray Eames), 조지 넬슨(George Nelson),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미노루 야마자키(Minoru Yamasaki),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등 과의 관계 및 영향 또한 살펴볼 수 있다.

국내에 베어브릭과 목각인형 컬렉션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알렉산더 지라드의 디자인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의 많은 인테리어 디자인 애호가는 물론이고 전 세대를 아울러 특별한 경험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한다.



알렉산더 지라드


1_1. Alexander Girard in his office.jpg
 

세련된 감각, 한 세기를 감동시킨 디자이너!

알렉산더 지라드(1907-1993)는 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당시의 인테리어, 건축, 가구, 소품, 텍스타일 등 폭넓은 디자인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상업디자이너이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미국인 어머니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뿌리를 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피렌체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런던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후 미국으로 돌아와 192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다양한 개인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참신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이며 디자인 커리어를 쌓았다. 지라드는 1952년 허만 밀러(Herman Miller)사의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허만 밀러의 대표 상품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1973년까지 300점 이상의 텍스타일과 월페이퍼를 디자인 했다. 그의 디자인은 구상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에서 기하학적 추상 패턴까지 매우 다양했고, 이는 모던 리빙아트와 포크아트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라드는 순수예술과 응용미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았으며, 전통이나 역사와 급진적인 단절을 추구하지도 않았다. 화려하고 풍부한 색과 형태를 향한 열정을 추구하면서도 언제나 구조와 순서를 통한 명료함을 선호했다.

지라드의 탁월한 색감과 구성 감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실내장식은 이전 시대의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함께했으며, 냉전시대를 기점으로 디자이너의 역할과 수요가 급증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상점, 기업, 서체, 식기, 가구, 소품, 인테리어 등 디자인 범주를 크게 확장시켜 전성기를 누렸다. 그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서 일했으며, 큐레이터, 전시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 기획자, 포크아트 수집가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Review


AHG college drawing AA School of Arcitecture, 1925-1926, 77 x 105 x 3 cm.jpg
 
Wooden Doll. ca. 1952, 27,5 x 7,5 x 4,7 cm.jpg
 

알렉산더 지라드 전시는 지라드의 생애를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 1부는 인테리어 디자인이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작은 소품과 색감을 아주 잘 사용하는 디자이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작은 소품으로도 공간을 허전함 없이 알차게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의 디자인을 위한 드로잉 작품을 보면서 감히 추측해보건대, 알렉산더 지라드는 굉장히 꼼꼼한 성격인 것 같았다. 작은 부분의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고 드로잉했다는 것과 세세한 설명이 옆에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특히, 꼼꼼하고 세밀한 드로잉, 설계도가 있어야 기획했던 대로의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알렉산더 지라드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귀재라고 할 정도로 아주 섬세한 드로잉을 자랑한다.


Love Heart, Environmental Enrichment Panel #3017, 1971, 134 x 129 x 0,3 cm.jpg
 

2부는 텍스타일과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컬러풀하고 모티브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베어브릭의 러브하트 작품을 볼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잘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친근하고 익숙한 패턴을 아주 잘 디자인한 지라드는 결코 흔한 패턴으로 진부하게 만들지 않고, 컬러를 잘 사용해 화려하고 재미있게 작품을 완성했다.


Triangles No. 561, fabric sample, 1953, 60 x 60 x 0,5 cm.jpg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패턴으로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는 패턴들이 많았다. 특히 계절을 주제로 한 패브릭에서는 색감의 차이를 이용한 패턴을 선보였는데, 우리 주변에서 느끼는 계절감을 완벽하게 컬러와 모티브로 표현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Braniff International, ca. 1965, 8,9 x 15,2 x 0,1 cm.jpg
 

3부에서는 토탈디자인을 다루었다. 나는 이 구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브래니프항공사의 유니폼인 것 같다. 유니폼은 알렉산더 지라드가 디자인한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니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지금의 항공사 유니폼과 매우 다른 실루엣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항공사의 유니폼이 굉장히 미래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다. 원단의 재질이나 색감은 전혀 미래적이지 않은데 실루엣이 항공사의 유니폼이라기보다 우주비행사의 유니폼같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Alexander Girard working on the corporate design for Braniff International Airlines, 1965.jpg
 

이 유니폼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지라드가 기획하고 디자인했는데, 역시나 지라드의 컬러 사용 센스가 돋보인 구성이었다. 그 당시의 항공사 광고를 상영해주었는데, 그 것을 보니 브래니프 항공사는 뭔가 획기적인 시도를 한 항공사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활기차고 도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컬러 사용을 완벽하게 했다. 포스터 디자인에서 브래니프 항공사의 활발함이 물씬 느껴졌다.

사실 토탈디자인이라는 것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마도 이 전시에서는 브래니프 항공사의 인테리어, 텍스타일, 포스터, 가구 등 모든 것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토탈디자인이라고 일컫는 것 같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라드가 항공사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모두 총괄했다는 것은 지라드의 디자이너로서의 감각과 지식이 아주 뛰어났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만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전부 디자인하고 기획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과 지금 보아도 세련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묵직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Draft for the poster Magic of a People, 1968, 83,3 x 63,7 x 3 cm.jpg
 

마지막 4부에서는 수집과 설치로, 알렉산더 지라드가 수집하던 포크아트를 전시해 두었다. 나는 4부로 구성된 전시 중에서 이 마지막 전시가 가장 인상 깊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지라드의 아이덴티티와 디자인한 작품들의 성향을 한번에 알 수 있는 전시였기 때문이다. 그가 사용하길 좋아하던 색상과 모티브,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던 실루엣들이 바로 이 포크아트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The Nativity(Poster), 1962-63, 84 x 56 x 3 cm.jpg
 

장난감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감을 받아 자신의 작품세계에 녹여낸 것은 얼핏 보면 쉽다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본래의 작품을 모방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포크아트의 특징을 조화롭게 이용한 것을 마지막 전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전시장 전경-2.jpg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크아트까지 그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거닐며 함께 알아본 시간이었다. 만약 포크아트가 1부에 배치되어 있었다면, 이미 포크아트를 보았기 때문에 대입하면서 관람해서 비슷해보이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포크아트가 맨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으니 그의 작품을 오롯이 본 후 그 작품세계의 원천을 한번에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 참신하고 행복한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Old sun, 1971, 141 x 134 x 0,3 cm.jpg
 

그의 모든 작품에서 사용하는 색은 부드러운 색보다는 강한 태양과도 같은 주황색과 원색에 가까운 색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보는 내내 따스한 햇빛을 받는 느낌으로, 왠지 모를 포근함과 친숙함에 휩싸였다.


전시장 전경-1.jpg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보다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컬러 사용과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가구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올 한해 따뜻한 기운으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라고 생각한다.


[유지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