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Incite ⑪ 계획에 대한 특별한 의식 [기타]

Incite v. 감동하다, 선동하다
글 입력 2017.12.3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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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9999999999살인 지금, 00+1을 잘 보내기 위해 다이어리를 사거나 적어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나만의 특별한 의식은 이전의 다이어리를 정리하며 10대 사건을 추리고, 내년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10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새로운 해의 1월 1일 00시 00분에 할 일을 정한다. 새해 일출 보는 것이 제일 부질없다 여기는 나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너무나도 신성하게 여긴다. 그 시간에 하는 일이 그 1년 동안 하는 거라는 말을 듣고 설마 했는데 놀라우리만큼 일치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심부름으로 집에서 마실 술을 날랐는데, 그 해 22시 이후의 기억 대부분이 없다. 스물한 살이 되던 해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람을 그 해 동안 꼬박 기다렸다.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는 집을 비롯해서 주변을 정리했고, 1년 동안 꿈과 생활, 대인관계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것들이 명확해졌다. 스물세 살이 되던 해에는 스케줄 근무로 인해 막내인 나에겐 선택권이 없어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 4시간만 자고 투 잡을 뛰어 금전적 독립까지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공부를 할 것이다. 내가 선택했고 결국 얻어낸 소중한 1년이기에 하고 싶은 것을 할 것이다. 이 정도면 속는 셈치고 믿어볼만 하지 않는가.


 부록이 있다면 추석 당일 밤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이다. 추석이라는 시기가 참 적절한 것 같다. 연말정산 미니버전이라 여기는 이유는 좀 늦은 듯 하지만 회생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까지의, 앞으로의 소원은 대부분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었다. ‘누구와 잘되게 해주세요.’ 이런 것도 한 번 시도는 해봤지만 그 이후로 그 사람과는 보란 듯 연락도 안돼서, 일부로 안하는 것도 있다.
 

 올해 10월부터 백수여서 한 달은 쉬며 여행 다녔고 한 달은 열심히 공부하다가 한 달은 놀았다. 투 잡 했던 때의 시간개념에 덧붙여 원래 성질이 급하고 욕심이 많아서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는 편이다. 게다가 완전한 자유의 시간인 만큼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니 마음만 급해졌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한 한 달이 원치 않게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한 자책감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무심코 발레리나 강수진의 자서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무심코 집어 들었을 때, 책마저도 그간의 날 보며 답답해서 조언하는 듯 펼쳐준 페이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발 사진과 실력으로도 유명하지만 발레리나 대부분의 은퇴시기인 서른 중반에 1년 부상을 딛고 재기에 성공, 50살에 무대를 떠났다. 모나코 왕립발레단에 입단한지 35년 후의 일이다. 그녀의 책이 나에게 말한 것은 그간 수없이 들어왔던 ‘조급해 하지 말라.’였다. 하지만 더 울림을 받은 이유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발레를 늦게 시작했고 오랜 유학 생활 반 지하 방에서 온 가구와 옷에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베인 채 10년 가까이 프리마돈나가 아닌, 군단 중 한명으로 살아가는 것이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한 달 만에 제풀에 지쳤으니. 하지만 하루하루를 100% 살아내며 오직 어제의 자신을 유일한 경쟁상대로,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묵묵히 살아낸 결과 및을 발했다. 책을 다시 보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재정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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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온 세상이 너를 보며 두근거리도록.’

-강수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중에서.


 2018년의 10대 계획을 세울 때 이 점을 최우선시 했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제 페이스를 알고 적당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계획을 1년 동안 유지해서 그 해 마지막에 10대 사건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조급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꾸준히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약간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일단 한 번 생각이라도 해놓으면 나중에 언젠가 절실한 상황에 떠오를 테니. 몇 시간 뒤, 일년 중 가장 시계에 변화가 많은 시기에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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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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