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날로그 시대의 귀환 [문화 전반]

오래되고 낡은 무엇이 자극하는 감성
글 입력 2017.11.21 18: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blogger-336371_960_720.jpg
 

종래로 디지털 시대, 스마트 시대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얻고 싶은 정보를 몇 번의 클릭으로 아주 빠르고 쉽게 얻는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도 선명하고 깔끔하게 사진으로 남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친구, 가족과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듣고 싶은 음악은 신곡이 출시되자마자 접할 수 있고 내 몸 상태를 체크해주는 전자기기로 건강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결코 번거롭지 않다.


KakaoTalk_20171121_200958696.png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고, 우리는 발전된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다림은 길지 않고 편리함은 길다.


camera-1149767_960_720.jpg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편리한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그것도 젊은 세대인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말이다. 아날로그라는 것이 기성세대에게는 복고, 향수를 느낄 만한 문화가 되겠지만 젊은세대에게는 새롭고 특별한 문화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들, 왜 젊은 세대들은 편리한 디지털, 스마트 문화보다도 아날로그적인 문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나는 단순히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잠깐의 유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님 세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아득히 먼 어린 시절 나의 기억 속에도 있을 아날로그 문화에서 출처 모를 향수를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것이 아닐까? 잠시의 불편함을 견디면 얻어내는 아름다운 보상들이 우리 안의 어떤 감성을 자극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편리함 속에서 추구하는 그리운 불편함, 그것이 주는 은은한 감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필름카메라(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KakaoTalk_20171121_201509630.jpg
 

디지털 카메라가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고 촬영한 이미지를 바로 편집하고 공유까지 할 수 있는 신속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다시 뜨는 시장으로 필름카메라가 꼽힌다.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필름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의 성장세에 밀려 대부분 생산이 중단되고 더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필름마다의 색감과 일조량에 따른 판이한 사진의 느낌, 번거로운 인화과정, 선명한 화질이 아닌 노이즈 가득한 결과물에서 사람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고 다시금 필름카메라 시장에 발걸음을 하고 있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면 기계에서 들리는 셔터음과 필름감기는 소리에서 알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분명, 디지털 카메라의 전자음과는 다르다.


1.jpg
 
 
필름카메라는 사실 아주 번거롭다. 필름을 보관하는 것도 주의해야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것에 어려움을 준다. 물론 의도적으로 오래된 필름으로 촬영해 빛바랜듯한 느낌과 빛번짐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관이 어렵고 필름 개봉 후에는 햇빛에 노출해서도 안된다. 필름을 잘못 장착한 경우에는 그동안 열심히 찍은 사진 모두 받아볼 수 없어 필름을 버려야한다.(아마 이 경우가 가장 눈물나는 상황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여전히 필름 인화를 해주는 사진사도 찾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필름카메라 시장이 다시금 각광받고 있긴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제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럼에도 필름카메라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는 젊은이들에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가 이뤄진 문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래로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KakaoTalk_20171121_201926417.jpg
 

구닥은 아이폰 유저라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이다. 필름카메라처럼 뷰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확인하고 1개의 필름으로 24장의 사진을 찍은 후 72시간이 지나야 촬영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랜덤으로 빛번짐 효과와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필터가 적용된다.


KakaoTalk_20171121_201926381.jpg
 

Camcorder는 추억 속 빛 바랜 캠코더 느낌의 필름카메라 어플이다. CCTV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무채색 색감과 지직거리는 효과가 적용된다.


KakaoTalk_20171121_201925907.png


리어카는 안드로이드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이다. 최근에 출시되어 구닥 어플을 이용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어플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필터와 비비드 필터를 고를 수 있으며 구닥과 마찬가지로 24장의 사진을 모두 촬영해야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다.


KakaoTalk_20171121_201925661.jpg
 

즉석 흑백사진기는 구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아날로그 잇템이다. 이태원과 홍대를 비롯한 핫플레이스에 즉석 흑백사진기가 설치되어있다. '포토그레이','인생네컷','플립폴리' 등으로 불린다. 보정을 거치지 않은 흑색 사진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2. 레코드판


얼마전 오랜 파업에 종지부를 찍고 본방송을 재시작한 MBC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는 배우 이시언 씨와 그의 친구분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그 때 친구들이 이시언씨에게 준 선물이 바로 LP판과 플레이어. 선물을 받은 이시언 씨는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친구분들과 어릴적 추억에 잠기는 듯 보였다.

일명 '마이마이'와 카세트도 없던 때에는 LP판이 음악을 듣는 유일한 기구였다. 이런 레코드판을 테마로 한 LP펍이 있다.


KakaoTalk_20171121_201510094.jpg

 
[오스카 Oscar]
합정 LP펍
전화번화 1800-2650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7길
영업시간 매일 16:00-03:00


서부 영화에 나올법한 인테리어로 부산 서면에 본점이 있고 큰 인기를 끌어 홍대에 직영점을 냈다. 잔잔한 음악과 가벼운 맥주 한 잔을 즐기기에 제격인 장소인 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오래되고 낡은 것이 그저 쓸모 없는 것이 되는 경우보다 그 속에서 은은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빈티지와, 다시금 도래한 복고풍 스타일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지금 현재도 더 먼 미래엔 그저 낡은 기억이 될테고, 불편한 것이 될테지만, 지금 이 순간도 그때에 좋은 느낌으로, 감성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지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