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철의 시점에서 바라본 역사, 그리고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의 보물들 [전시]
쇠, 철, 강-철의 문화사, 그리고 왕이 사랑한 보물
글 입력 2017.10.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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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 철, 강-철의 문화사
철은 인간 역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발전의 산물이자 계기가 되었기에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를 풀어내어도 이야깃거리가 매우 풍부했던 전시였다. 인간이 사용한 도구는 모두가 알다시피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로 변화하며 도구의 물성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따라서도 생산의 효율성에 큰 변동이 있었다. 그동안 철은 사용하기에 따라 사람들이 생산을 더 많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였으며 때에 따라서는 지배영역을 확장시키고 전쟁에 필요한 무기의 주요 재료로 쓰였다.그렇게 철이 만들어지고 생산방식이 발전한 과정에는 인간의 개입과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인간에게 주어진 철 혹은 인간이 만든 철이 어떻게 쓰이느냐는 생산자와 지배자의 욕구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인간이 철을 지배했을 것이라는 통상적인 인간중심적 관점에 의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철이 인간을 지배해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철이 가진 성질과 알맞은 용도에 따라 필요한 도구를 생산하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철의 역사-인간의 역사가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그래서 '철'이라는 인간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물질의 역사를 따라가보는 경험을 하면서 인간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발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구성요소들을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가져와 타자(인간 외적인 요소를 타자라 가정할 때)의 시각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분명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왕이 사랑한 보물
전시를 보기 전,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었다. 그는 어떤 인물이었기에 그 많은 보물을 수집하고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는 당시 신성로마제국에서 가장 강력했던 선제후국 작센의 왕으로 선출되어 강한 왕권을 유지했던 이로, 자신의 권력을 예술품을 통해 과시하고 널리 알리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는 은의 방, 청동의 방, 보석의 방 등 보물을 전시하는 공간의 테마를 정하고 전담 건축가와 함께 그 공간을 구성하고 꾸몄던 것이다. 각 방마다 재료 혹은 보물을 가져온 나라에 따라 장식품들을 분리하고 그의 욕망만큼이나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빛나는 소유물들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그는 자부심과 함께 더 큰 권력에 대한 욕망을 키워갔다.보물에서 느껴지는 바로크의 예술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전시의 메인 테마였던 만큼, 전시관에는 당시의 세밀하고 뛰어난 금속세공기술이 여과 없이 담긴 장식품들이 가득했다. 이 보물들은 당시 강건왕의 권력을 보여주는 사료이면서도 그가 가진 예술품에 대한 안목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그의 명령 하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온갖 보석들이 예술품으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타국으로부터 들여온 보물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에 대한 사랑을 짐작해볼 수도 있었다.특히, 그가 죽기 전까지 계속해서 중국의 도자기를 모방하며 만들어낸 마이센 자기가 인상적이었다. 빛의 투과나, 자기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분명 달랐지만 마이센 자기에서도 나름의 멋이 느껴졌다. 흥미로웠던 것은 나란히 전시된 두 자기를 보며 번역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고 해석하는 두 나라 간 사회문화적 배경의 차이와 그 간극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물로 탄생한 마이센 자기가 아우구스투스에게는 아쉬움이었을지 모르지만, 후세 학자들에게는 중요한 탐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바로크 예술품들을 한 자리에서, 그것도 가장 강력했던 왕이 보유했던 예술성이 뛰어난 것들만을 감상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 더욱 집중하며 전시를 관람했던 것 같다. 바로크 예술품이 가진 아름다움에 놀라고, 그 많은 보물을 관리하고 사랑한 왕의 열정에도 놀랐던 시간이었다.[차소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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