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태양왕이 되고 싶었던 '이상한 것', 왕이 사랑한 보물 - [전시]

글 입력 2017.10.2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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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꿈이 뭐니?”

꿈을 꾸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다. 인정받은 자유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왕국을 통치하는, 존엄한 왕이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왕으로서, 우리는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 목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가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지칭 받는 이름은 ‘백수’가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욕망을 지향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돈 많은 백수’, ‘건물주’가 종종 선망에 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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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가 인정되기 이전의 시절, ‘왕’이었기 때문에 나름 꿈꾸다 죽은 왕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독: August der Starke, 영: Augustus the Strong, 1670~1733, 1694년부터 작센 선제후, 1697부터 폴란드 왕)의 욕망들을 보는 것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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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멋진 황제가 되고 싶었다. 신화 속 태양왕 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그에게 권위는 추구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황제가 되지 못했다.


어린왕자는 권력에 감탄했어요.
나에게 그런 권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자를 끌어당길 필요도 없이
하루에 마흔네번이 아니라 일흔두번,
아니 백번이라도, 아니 이백번이라도
석양을 구경할 수 있을 텐데.

그러자 문득 두고 온 작은 별이 생각나서
어린왕자는 조금 슬퍼졌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왕에게 부탁을 했어요.

“저는 해지는 것을 보고 싶어요.
저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세요.
해가 지도록 명령해 주세요.”

“짐이 만일 어느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던지,
아니면 비극을 한 편 쓰라던지,
바다새로 변하라고 명령했을 때
그 장군이 내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면
짐과 장군 둘 중 누구의 잘못인가?”

“폐하의 잘못이에요”
어린왕자는 단호하게 대답했어요.

“맞도다.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만 하느니라.” 
왕이 대답했어요.

-어린왕자,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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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떤 방법을 써서도 황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사람이었던 걸까?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수렴한다. 이 명제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죽음에 수렴할 때, 그리고 우리가 이제는 죽은 그를 기릴 때, 한 가지 단어로 그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가?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는 태양왕 아폴론처럼, 신화 속 인물처럼 한 가지의 형용어로 표현될 수 없다. 복잡하게 나쁘기 때문이다. 마치 꿈을 향해 미친듯이 발산하고 있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인간은 신이 되지 못한다. 그 것을 만들 줄만 안다. 마치 사진 속의 아테네 여신상처럼 말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_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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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 궁전에 중국 황제를 초대해서, 그의 권위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아마도 중국 황제에게는 도자기 그릇으로 음식을 내놓는 걸 자주 상상했을 것이다. 중국 황제가 놀라워하는 모습을 당당히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도자기 종으로 카리용 (많은 종을 음계 순서대로 달아놓고 치는 악기, 겉모습은 피아노와 비슷하다)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리고 초대한 중국 황제에게 마이센 카리용(도자기 종으로 만든 카리용) 연주를 보여주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만큼 도자기 종을 만드는 기술은 좋지 않았고, 결국 그는 마이센 카리용의 노래를 듣지 못하고 죽게 된다. 한 왕이 염원한 그 연주 소리를 현대의 우리는 너무 쉽게 듣는다. 한 사람에게는 처절한 소망이 종종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쉽게 이뤄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이센 카리용 연주 소리는 조금 슬펐다. 그의 욕망이 노래를 타고 흘러 간다.

황제가 되고자 욕망했던 그는 의도치 않게 "당대 최고의 종합 예술 감독"이 되었다. 그는 그가 욕망한 것이 아닌 '이상한 것'이 되었다. 그가 태어났던 그대로.

「어린왕자」 속 왕은 '할 수 있는 것만을 요구', 즉 주제를 알고 욕망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왕자에게 그것은 이상해 보인다. 태어났던 그대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프게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구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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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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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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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정
    • 이 글 굉장히 좋네요~ 공감을 이끌어내는 좋은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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