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소년문학극장 '소설을 보다', 이태준 편 : 달밤

글 입력 2017.10.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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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나와 동생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열렬한 팬이었다. 물론 지금은 13명 멤버가 한 데 모이는 걸 보는 게 불가능할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당시 슈퍼주니어는 동방신기 다음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멤버는 성민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규칙적으로 KBS Cool 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 출연했다. 하루는 문학작품을 읽어주는 코너를 들었는데 성민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였다. 당시 두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접했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어쩌면 읽는 것보다 듣는 게 더 강력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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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오른쪽에 '공간 222'가 보인다. 작은 공간이지만 눈에 잘 띄는 편이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이번에 관람한 연극은 청소년문학극장 '소설을 보다' 이태준 편 중 하나인 '달밤'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받고 지하에 위치한 극장에 들어서니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지도교사를 제외하고 성인 관객은 나 혼자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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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소박하고 정갈했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노래가 들려왔고 계속 듣다 보니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작은 집으로 이사 온 이태준은 펜에 잉크를 묻혀가며 글을 써 내려간다. 아침이 되자 신문을 배달하러 온 황수건이 등장한다. 생김새만큼이나 등장도 요란한 그는 이태준과 처음 만났음에도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순수하고 꾸밈없는 그의 모습에 이태준은 진심이 담긴 애정을 느낀다. 황수건의 이야기는 그를 웃게 한다.

배우들은 각 인물들의 성격에 맞는 적절한 연기를 펼쳤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였다. 이태준 역을 맡은 배우는 인자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황수건은 물론 관객들까지 편안함을 느끼는 데 기여했다. 황수건 역을 맡은 배우 역시 그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맘껏 드러낸다. 실제로 소설을 읽는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체계적이고 화려한 무대효과는 없었지만 소설을 이해하고 기억하기엔 충분했다. 훔친 포도를 가져다준 것을 마지막으로 황수건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이태준만큼이나 나도 쓸쓸함을 느꼈다. 그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팔고 있을까? 혹 색시를 찾으러 무작정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약 40분간의 연극이 끝나고 나면 출연 배우들이 직접 나와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낯선 방언의 뜻, 장면의 의미 등에 대해 알아보며 관객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태준의 생가가 현재 성북동에 위치한 '수연산방'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이태준의 외손녀가 집을 꾸며 찻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수연산방이 이태준의 생가였다니! 다시 한 번 가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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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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