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연을 대하는 것에 관한 조언 [공연예술]
공연을 즐기고 싶은 당신께
글 입력 2017.10.0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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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주변엔 공연예술을 떠올렸을 때, ‘익숙하지 않다,’ ‘어렵다,’ ‘몰라서 잘 찾지 않게 된다’와 같은 말들로 거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공연을 볼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음에도 이 심리적인 거리감 때문에 그들과 공연예술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가 좋아하는 공연을 제대로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향유하는 행복은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다.공연 관람은 필자가 긴 시간 즐겨 온 취미 생활로, 오랜 친구인 동시에 늘 신선한 자극을 주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 소중한 취미를 향유하면서 관객으로서의 나 역시 성장하였으며,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작품을 더욱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적을 글은 10년여간 꾸준히 무대를 기대하고 관람한 한 명의 관객으로서 그대에게 권하는 공연을 즐기는 방법이다.공연에 미리 친숙해져라.
공연 당일 날 공연장에 비치된 팸플릿을 꺼내 급하게 훑어보라는 말이 아니다. 해당 공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 및 관심이 가는 부분을 미리 검색하고 찾아보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몸이 따라지지 않아서 공연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과, 조금 귀찮아도 시간을 내어 공연을 볼 사전 준비를 한 사람은 이미 막이 오르기 전부터 출발 선상이 다르다.
특히 이 방법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음악회와 같이 음악적 특성이 강한 공연에 더욱 권하는 바이다. 공연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곡을 넘버(number)라고 칭하는데, 이 넘버를 일부라도 듣고 가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토록 바라던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를 관람했던 기억엔 늘 아쉬움이 묻어난다. 당시 필자는 음악을 어떻게 찾아봐서 들어야 할지를 몰랐고 이에 대한 준비 없이 그대로 공연장을 찾았으며, 사람들이 몇몇 넘버가 끝나고 우레와 같이 치는 박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며칠 뒤 해당 넘버를 제대로 들으면서 깨달았다. ‘아, 내가 바보같이 이 좋은 곡을 현장에서 들으며 감동할 기회를 놓쳤구나.’ 그때 이후로 필자는 철저히 넘버를 익혔다. 이것에서 오는 즐거움은 마치 그대가 길 위를 걷거나 가게 안에 들어가 있는데, 어디선가 그대가 좋아하고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올 때 느끼는 것과 같다. 자신도 모르게 흥이나 흥얼거리기도 하는 그 모습이 바로 공연장에서도 적용이 된다.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바는 해당 공연을 위해 제작된 실황 음원을 지나치게 많이 듣지는 말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필자는 당시 가장 보고 싶었던 뮤지컬인 < 오페라의 유령 > 내한 공연을 예매하고, 한 달 가량을 다른 노래는 듣지도 않으며 해당 넘버 리스트만 매일 들었다. 그러나 대망의 공연 날, 무대를 보는 얼굴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음악에서 오는 감동이 없었던 것이다. 눈을 감는 순간 필자가 한 달 동안 이어폰으로 들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실황에서 쓰인 대사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있는 음원이었기 때문에 이 허탈감은 더욱 컸다. 그날 필자는 예상치 못하게 가장 기대했던 음악이 아닌 배우의 표정 연기와 같은 부분에서 더 큰 인상을 받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따라서 과유불급이라, 모든 넘버를 줄줄 외우기보다는 두루 익히되 좋아하는 곡을 몇 가지 점 찍어 놓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자리가 중요하다.
공연은 무대라는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만큼 시각적인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술이다. 그러한 작품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데 있어서, 자리는 중요하다. 아주 기본적인 이치이다. 작년 겨울이었다. 필자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었고, 명실상부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인 < 라이언 킹 >을 사전에 예매해 둔 상태였다. 그 온라인 예매 사이트는 할인가를 제시하되 정확한 좌석은 공연 2주 전에 확인할 수 있었다. 200불 가까이 결제했고, 2주 뒤, 필자는 자리가 가장 왼쪽 사이드 좌석임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1층이고 중앙 열이니까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 당일, < 라이언 킹 > 공연장이 다른 곳들보다 상당히 객석 수가 많으며, 왼쪽 사이드는 철저히 왼쪽 사이드에 불과함을 확인했다.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기대 했던 공연을 저버린 느낌이었다.< 캣츠 >는 총 두 번 관람하였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관람은 그 무대가 거의 기억 나지 않는다. ‘Lottery’라는 추첨 할인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장 왼쪽 맨 앞줄에서 관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배우연기 및 기본적인 음악적 즐거움에 집중해 관람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지금 < 캣츠 >를 떠올렸을 때, 상기하는 무대의 모습은 대부분 두 번째 관람에서 온 것으로, 2층 중앙 좌석에서 관람하였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조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만약 그대가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을 앞두고 있다면, 가능한 투자 해서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럴만한 가치가 참 충분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전 정보를 수집해보기를 권유한다. 모든 공연장마다 특징이 있고, 공연 또한 마찬가지다. 열과 열 사이의 단차가 거의 없는 곳이 있기도 하고, 2층 1열 앞의 보호 유리가 심하게 방해가 되는 곳도 있다. 공연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무대 왼쪽을 많이 사용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양 옆과 중앙을 고루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공연장 및 공연 특성을 파악하여 좌석 선정에 우위를 점함과 동시에 더불어 인기가 많은 공연일 경우 티켓 오픈 날짜 및 시간에 유의하여 점해둔 자리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기를 바란다.Back to the Basic
이제 그대는 공연에 대한 애정을 담아 사전 정보를 모으고 작품에 보다 친근해 졌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환경적 요인까지 모두 염두 해 관람 준비를 마쳤다. 공연 당일, 한껏 들떠있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부디 넉넉히 출발하여 공연장에 여유 있게 도착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공연장 가는 길이 익숙할지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 대처 및 본인 마음가짐을 다지는 데 공연 시작 전 시간 확보는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길을 잘못 들어 늦게 도착하거나, 공연장에서 발권받아야 할 티켓이 이중으로 결제되어 다른 관람객과 좌석이 겹치는 등, 안일하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현실이 되어 기대에 부풀었던 공연을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의 여유를 갖고 방문하여 공연을 품고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 및 작품이 곧 올라갈 무대, 또는 객석의 느낌 등을 마음껏 그대의 것으로 만들고, 이어지는 공연을 온전히 그것을 위한 시간으로써 맞이할 것을 권장한다.즐거움을 연장하다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 그대는 감동에 차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설렘과 떨림이 한 달 뒤, 석 달 뒤, 일 년 뒤와 같을까? 우리는 그 감동을 잊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있어 상당한 상실감을 느꼈고, 시간이 지나도 이를 되살릴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대도 필자와 같은 허무함을 느낄 것 같다면,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기를 권유한다. 이는 짧은 메모가 될 수도 있고, 녹음, 동영상이 될 수도 있다. 기록물의 종류는 그대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이로써 그대의 생생한 감동이 한 차례 정리되어, 기억 속에 오래 보존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주로 돌아오는 길에 곧장 메모를 적고, 후에 이를 다듬어 한 편의 글로 남기는 편이다. 그대 역시 나름의 방법을 찾아 행복했던 공연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앞서 소개한 방법들은 모두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것들로, 이 글을 읽는 그대는 이를 본인에게 맞게 잘 변용하여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연이라는 특성을 이해하고 대비하며, 두 시간 안에 작품을 다 받아들이려고 하기보다 사전에 이를 미리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까지를 모두 ‘나를 위한, 공연을 대하는 태도’로 생각한다면, 그대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갖춘 것이다. 똑똑한 관객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노력 위에서 피어난 작품을 모두 그대의 것으로 안고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염승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그렇지만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 승희님의 조언대로 공연정보와 구성, 주요곡등을 미리파악해 두면 훨씬 더 풍부한 관람을 할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내여유가 닿는한 좋은 자리 확보와 조금 일찍 도착할것, 관람후 메모등 좋은 관람팁을 알게되어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승희씨 글을 읽고, 공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