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돌 속 '가챠 시스템'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10.02 18: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트둥 치어업 앨범.jpg
 

요즈음 아이돌의 앨범을 보면, 앨범에서 포토카드가 동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앨범에 그런 '굿즈'가 들어가 있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위 사진은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의 두 번째 앨범 'PAGE TWO'에 관한 구성 소개 중 일부분이다. 보다시피 재밌는 점은,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랜덤으로 일부 멤버의 포토카드만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앨범에 랜덤 박스의 성격을 부여하는, 일명 앨범에 '가챠 시스템' (Gacha System, ガチャ)을 적용하는 것이 최근에 자주 보인다. (가챠 시스템 : 어떠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은 ‘랜덤박스’형 아이템을 뽑는 시스템으로, ‘무작위 뽑기 시스템’이라고도 말한다.) 2010년 소녀시대의 앨범 '훗(Hoot)'을 시작으로, 엑소,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등등 거의 모든 아이돌들의 앨범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와이스는 1집부터 4집까지, 그들의 모든 앨범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사실 현재의 시대는, 음악을 CD가 아닌 mp3로 듣는 시대이다. 즉, 이제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앨범을 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앨범의 가격은 최소 1만원 이상이고, 소비자들은 확실히 자신들이 원하는 게 나올지도 모르는 포토카드 몇 장을 구하기 위해 그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으로는 소비자에게나, 그리고 그렇게 파는 판매자에게나 무모하게 보인다. 오히려 앨범 속에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를 넣어도 모자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시스템은 벌써 몇 년전부터 많은 아이돌 앨범에 적용되었고, 단순히 그 아이돌의 인기에 의지하여 앨범을 판매하려 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앨범을 더 풍성하고 팬들이 더 만족할 정도로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전략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본 경험이 있다면, 보통 그 그룹 내에 '최애' 멤버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앨범을 구입할 때도 그 '최애'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오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랜덤으로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는 것이, 그냥 얻는 것보다 훨씬 성취감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앨범을 구입할 때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 한 묶음과 '멤버 한 명의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준다고 해보자. 만약에 랜덤으로 얻는 포토카드에서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왔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두 장 얻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멤버 전원 포토카드 묶음에서의 한 장과, 랜덤 포토카드에서의 한 장 중에서 후자를 얻었을 때의 성취감이 훨씬 높을 것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 전자의 경우는 앨범을 산다면 무조건 얻게 되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앨범을 사더라도 못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팬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마터면 못 얻을 수도 있었는데, 본인이 얻었기에 더욱 연결된 느낌, 더욱 특별한 느낌을 얻고 더 나아가서는 (우스갯소리로) 이 멤버와 '운명'이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포토카드의 묘미는 바로, 해당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을 때, 그 멤버를 '수집'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진을 넘어서, 멤버 전원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 해당되는 멤버 하나의 포토카드를 얻을 때는, 그 그룹 중에서 그 멤버를 획득한 느낌이다. 또한 이 사진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 이 앨범을 구매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사진이다. 그런 포토카드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카드를 얻는다면, 그 때에 얻는 성취감은 앨범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만큼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랜덤으로 나오는 카드를 구매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를, 모든 카드를 다 모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일명, '컬렉션'을 모으는 것이다. 이것은 팬이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앨범 하나를 산 다음에, 두 번째 앨범을 구입할 때 그 전에 나왔던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더 사야지 다 모을지도 모르는 컬렉션을 위해 계속 앨범을 구입하는 것이다. 반대로 그렇게 어렵기에, 컬렉션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트와이스의 경우, 멤버가 아홉 명이기에, 앨범 하나에서 멤버 한 명의 포토카드가 랜덤으로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에 최소한의 구입을 하더라도, 모든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으려면 같은 앨범을 최소 아홉 번 사야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모든 앨범의 포토카드를 얻었다면? 그 사람은 팬들 중에서도 아이돌을 위해 더 돈을 많이 쓴 사람, 공식적으로 '충성도'가 더 높다고 인정받은 팬이 되는 것이다. 즉, 컬렉션은 충성도의 의미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앨범을 판매하는 회사가, 일부러 팬들이 컬렉션을 모으도록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나의 컬렉션을 응모권의 의미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 예시 중 하나로, 트와이스 2집에서 얻을 수 있는 렌티큘러 카드 아홉 장을 모두 모으면 트와이스의 세 번째 쇼케이스를 관람할 수 있었고, 렌티큘러 카드 아홉 장과 나머지 카드 21종을 모두 모으면 트와이스 팬미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콘서트처럼 단순히 티켓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컬렉션을 모은 사람들만 특별하게 참여할 수 있었기에 팬들에게 있어서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포토카드의 가챠 시스템은 철저하게 회사의 마케팅이다. 아이돌 시장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아이돌의 팬들 중 많은 이들이 십대이면서, 이러한 마케팅에, 팬심이라는 이유로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한 것들이 팬들의 재미를 위해서이기 보다는 상술이라고 보이게 되는 점이 크다.


[이현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