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울어진 듯 보이나 정직한 - 한여름 밤의 꿈

글 입력 2017.08.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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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밤의 꿈>을 무대에서 보는 것이 세 번째이다. 첫 번째는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두 번째는 대학로의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이번 극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극은 내가 봤던 <한여름 밤의 꿈>들 중에서 가장 정석적인 극이었다.

 정석적이다, 라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기본적으로 대사가 원전의 그것을 완전히 연상시켰다. 물론 원어 연극이 아니기에 당연히 중세 영어의 느낌은 나지 않았으나, 번역된 셰익스피어 극작품을 배우들이 읽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적인 극이면서 동시에 원전의 대사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균형을 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전에 집중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역시 셰익스피어'라는 생각이 드는 대사들을 거침없이 소화해내는 배우들이나, 보통 각색된 버전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생략되거나 축소되기 일쑤인 공작 결혼식에서의 연극(과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을 비중있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독백은 굉장히 길고, 연기를 제대로 못하면 지루하고 장황하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박수받아 마땅하다. 중간 중간 약간의 대사 실수가 있었으나(나는 전문가가 아닌 일개 영문학과 학부생이기 때문에 내가 대사 실수를 깨달았다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긴 하다) 배우들의 연기 몰입도 자체는 대사 실수가 크게 거슬리지 않을 만큼 굉장히 좋았다. 특히 요정 여왕 역할을 한 배우의 광기 어린 연기와 독백은 아직도 생생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연기한 배우들의 경우는, 분명히 연기 자체는 뛰어나고 흠 잡을 만한 면이 없었으나, 원전의 대사를 전달하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연출 때문에 극의 흐름을 조금 유치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만약 비판을 해야 한다면 배우들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짠 연출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으로 처음 <한여름 밤의 꿈>을 접하는 관객이라면, '이거 원래 이렇게 막 나가는 연극이야? 개연성이 없는데?'라고 말할 만 한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커브볼인줄 알고 준비하고 있던 공이 직구로 날아온 느낌이었다. 너무나 정직하게 원전을 따라간 극이기에 나 같이 셰익스피어를 읽어보고 이전에 연극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 저런 부분도 살렸네?' 라고 흥미롭게 보면서 '역시 평균 이상은 간다',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반면, 너무 정직하기에 연출이 무엇을 시도했는지, 결국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가 흐려지는 느낌이 있었다. 사전 지식이 없다면 내용 면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지거나, 결과적으로 호오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극에서 두 가지 특이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기울어진 무대였고, 다른 하나는 요정의 묘사였다. 먼저 요정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처음에는 저게 요정인가 악령인가 싶을 만큼 새로운 분장과 표현이었다. 분명 새로웠으나, 그 새로움 속에서 내용 자체는 원전을 그대로 따라가 버리니 요정을 그렇게 분장시킨 의미가 바래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편, 기울어진 무대의 경우는 좋았다. 무대가 돌아가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원근감을 살리고, 상황의 위압감, 혹은 긴장이 풀어진 상태 등을 강렬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그리고 결코 평범하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흥미롭기도 했다. 연출을 하는 과정에서 원전이 가지고 있는 묘사나 상황적인 면을 극대화 한 것이 느껴졌다. 완전히 정석적인 셰익스피어 극을 보고 싶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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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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