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2017년 트로이의 여인들이 무대로 올라온 이유 [연극]

연극 < 트로이의 여인들 > 프리뷰
글 입력 2017.08.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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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한 연출가의 말을 빌리면서 시작하자. 아니, 당신이 대학로에 자주 방문한다면, 연극 포스터가 즐비한 보드 앞에서 한 번쯤은 봤던 문구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연극이 핍진하게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지는 살펴봐야할 문제이다. 저마다 제 방식대로 시대의 모순과 아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겠지만, 그 시간 그 공간에 당도한 관객에게 어떤 감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는 많은 제작자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문화예술에서 연극이 놓여 있는 지점은 특별하다. 비근하게 비교해보자면, 영화·드라마는 디지털로 배포되는 문화예술로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작품이라도 대부분은 언제든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는 제반이 있다. (물론 처음 대중 앞에 놓이는 시기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연극은 범박하게 말하자면 지극히 ‘아날로그’에 기대고 있는 문화예술로 한 번 올릴 때 마다 무대와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 그 시공간에 꼭 있어야만 하는 관객과 배우, 한 번 올릴 때마다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 자본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래서 연극이 어느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올라오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연극이 올라오는 당대에 유의미하지 않다면, 글쎄? 연극을 시대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그것도 오래도록 향유자들에게 남을 수도 없는 순간의 예술이, 시대에서 유의미한 지점을 점유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좋은 연극’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올해 2월 말부터 올라왔던 국립극단의 <메디아>라는 작품에서 비롯된다. 필자가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통상 악녀로 생각해왔던 메데이아를 다시 이 시대에 불러왔을 때는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삶을 새롭게 재조명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두 아들을 메데이아가 죽일 때와는 달리, 남편 이아손에 의해 너무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메데이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연출의 설명에, 그렇다면 그토록 비참한 메데이아의 삶을 통해 어떤 사랑의 이야기를 이 시대의 보여주고 싶었는지 반문하고 싶은 심경이었다.

 
트로이_1.jpg
 

  3월의 미끄러진 기대를 딛고, 또 다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을 만난다. 연극 < 트로이의 여인들 >. 헤카베 역의 이지현 배우의 표정과 그 뒤에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배우의 모습은 스틸만으로도 그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고전을 통해 현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는 공연의 기획 의도도 이 시점에서 트로이의 여인들을 무대 위에 세운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게 한다.
 
  다시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 돌아가 보자. 필자와 같이 만화책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떠올려 보길. 나라를 잃은 트로이 사람들의 고난과 아픔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 필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장 10권 정도의 분량으로 드라마틱하게 표현된 트로이의 전쟁을 필자는 헬레네를 찾으려는 그리스 군에 이입하여 따라갔다. 반면, 나라를 잃은 트로이 사람들의 비애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연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패전국의 백성이 된, 그것도 국가 간 위계와 젠더적 위계에 있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을 다시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분명 여성의 수난사로 전쟁을 이야기한다는 방식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텔링이다. 그러나 이 비극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선택들을 이어나갈 것인지는 상당히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겠다.
 
 
침탈하고 능멸하라, 선 채로 꾸짖으리라!!
 
 
  연극 < 트로이의 여인들 >이 먼 나라, 오랜 시간 전의 트로이의 여인들을 통해,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어떤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보려 한다. 침탈하고 능멸하는 이들을 선 채로 꾸짖는 여인들의 모습이 오늘 날의 정의와 인간의 존엄, 고난 속 주체로서의 여성을 그려내며 부디 현재에 유의미한 울림을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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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
- 그리스의 여인들2 -


2017년 8월 10일(목) ~ 8월 20일(일)
예술공간 서울
 

원작 에우리피데스

재구성/ 연출 이수인

출연 강말금, 고애리, 김무늬, 김선미, 김치몽, 박창순
신나라, 윤대홍, 이정은, 이지현, 이지현
이현호, 장승연, 최두리, 허은, 홍정혜

연주 엄태훈(기타), 김대경(콘트라베이스)

제작 극단 떼아뜨르 봄날

후원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서울문화재단, 종로구, BC카드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K아트플래닛
 





공연개요
 

ㅇ 공연기간 : 2017. 8. 10(목) ~ 8. 20(일)
평일 8시 / 토 4시, 7시/일 공휴일 4시 / 월쉼
 
ㅇ 공연장소 : 예술공간 서울

ㅇ 런타임 : 70분

ㅇ 관람연령 : 만13세 이상

ㅇ 티켓 : 전석 30,000원
(청소년 50%, 만24세 미만 청년 30%)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1544-1555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N 네이버예약

ㅇ 문의 : 02-742-7563






기획의도


그리스의 여인들, 정의를 묻다!! 2편
 
고전을 통해 현재를 되짚어보는
<그리스의여인들>


6월 <안티고네>에 이어 8월 10~20일, <트로이의 여인들>을 무대에 올립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가치'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 비극 두 번째 시리즈 <그리스의 여인들>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자극합니다.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패전국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는 폐허가 된 고국의 비참한 현실 앞에서 "트로이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우리도 이미 트로이의 왕족이 아니다. 운명은 변했다. 견디어 내는 수밖에."라며 살아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끊임없이 침략자들을 규탄합니다. 비록 목숨을 내던지는 투쟁은 아닐지라도 침략자에게 그 부당함을 피력하고, 어떻게든 현실을 견디며 자기존엄성을 지켜나가는 헤카베와 카산드라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 '정의'의 편에 섰던, 당당한 여성의 힘을 발견합니다.

그리스 비극은 인간의 생생하고 거친 욕망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전쟁과 살육과 증오, 정념과 배신과 복수 따위의 흥미롭고 역동적이며 원형적인 모티프로 가득한, 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관객에게는 여전히 어딘가 무겁고 고리타분한, 부담스러운 레퍼토리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일련의 고전 현대화 작업은 관객의 이런 선입견을 통렬하게 깨뜨립니다.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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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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