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전, 동떨어진 것이 아닌 동시대의 것 ‘한 여름 밤의 꿈’

글 입력 2017.08.0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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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트인사이트 213번째 문화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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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한 여름 밤의 꿈'


 여름날의 열기는 갑자기 밀려오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만큼 뜨겁고 뜨겁다 못해 치열함이 남아있다. 도로 위의 뜨거운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초저녁에 만난 ‘한 여름 밤의 꿈’을 떠오르니 여름날의 열기가 절로 생각났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무대 위에 배우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가고, 객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던 관객들이 모두 떠나간 지금이지만 연극이 남긴 깊은 인상만큼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아직까지도 이리 생생하게 떠올리는 걸 보면, 장난반진담반으로 ‘내가 정말 한 여름 밤의 꿈을 꾼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살며시 든다. 어째서 나는 아직도 꿈을 헤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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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름 밤의 꿈’이 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깊은 교훈을 줘서도 아니고 고전이란 타이틀에 치우쳐서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아서 연극이 남긴 여운이 짙다. 극 초반에는 내가 생각했던 극의 방향과 달라서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허나 의아함이 실망으로 넘어가기 전, 극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보다 분명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오늘날, 지금 당장에라도 사용하는 우리네 언어를 사용하면서 깊은 밤 숲 속에서 일어나는 네 남녀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또한 어리숙한 단원들의 모습 또한 오늘의 언어를 사용해서 보는 이들에게 현실 웃음을 선사한다. 극 중 배우들의 대사를 살펴보면 분명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루는 연극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대학로의 어느 소극장에서 선보여도 무관할 정도로 트렌디한 대사로 가득 채워진 극이다. 이는 많고 많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야만적인 ‘한 여름 밤의 꿈’을 선보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굳이 표현하자면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스핑크스처럼, 머리는 셰익스피어의 것을 몸은 지금 이시대를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준 연극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대로 가져오되, 전하는 방식을 이 시대의 것으로 말하기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저 흥미롭게 극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껏 연극을 보면서 종종 느껴왔던 것은 연극적 언어는 현실의 언어와 비교했을 때 다소 어색해서 쉽게 몰입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허나 ‘한 여름 밤의 꿈’을 통해서 연극의 언어는 우리의 지금 이야기를, 우리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수단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연극의 대사는 무대 위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닌 언제나 변화하고 발전하는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 연극의 현재진행형은 셰익스피어가 지향하는 작품의 방향성과도 같다. 그의 작품은 어느 시대를 이야기하던가에 상관없이 동시대의 언어로 말하며, 동시대의 의복을 입으며 동시대의 생각을 담은 시대극이자 현대극이기 때문이다. 공연제작센터는 이러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를 간파하고 그의 작품에 대해 현대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 ‘한 여름 밤의 꿈’을 새로이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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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뿐만 인가. ‘한 여름 밤의 꿈’은 대사를 듣는 재미도 있지만, 무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연극의 무대는 여느 무대와 달리 경사진 무대였다. 경사진 무대라니! 처음 무대를 보고서는 ‘어떻게 연기를 하려고 그러는 걸까?’라는 등 이런저런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막상 공연을 보고나니 그저 하나의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극의 전개에 따라서 무대는 고정되어 있거나 움직인다. 극 중 인물들 간의 갈등이 고조될 때는 무대가 돌아가면서 보는 이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기울어진 무대는 연극이 지향하는 가장 현대적이고 야만적인 한 여름 밤의 꿈의 완벽 재현을 위해서 연극을 위험하게 추상적으로 담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이와 동시에 무대이자 연기자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무대가 변하고 움직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한 여름 밤의 꿈’은 보는이들을 계속해서 환상 속으로 몰아 넣는다.
 
 사실 극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깊이 있는 의미를 부여하며 연극을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연극은 그저 재밌기만 한 연극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한 것이 최고라고, 간략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한 여름 밤의 꿈’을 통해서 셰익스피어가 전하고자 하는 작품의 본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옷을 입고, 우리가 하는 말을 하는 배우들은 셰익스피어의 정신과 우리를 만나게 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질투, 방황, 불확실성의 바다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오늘날의 우리는 결코 ‘한 여름 밤의 꿈’의 숲 속에 있는 젊은 청춘남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환상을 통해서 사방이 꽉 막힌 우리네 삶을 웃음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환기시켜주는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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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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