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날것의 시도, 연극 '한여름 밤의 꿈'

글 입력 2017.08.0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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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한여름 밤의 꿈.

내가 이걸 원작을 읽었었나― 그것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요정의 실수로 뒤엉켜버린 네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였다. 원작을 다 읽고 가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공연에 대한 기대만 안고 관극을 하러 갔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작품 전체는 현대의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그러나 그 것은 그 것대로 ‘날 것’이었다.

이번 공연은 고전을 ‘과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주된 기대 점이었다. 공연 자체에는 이 곳 저 곳 그런 흔적이 보였다. 세련된 복장에, 고전적인 말투도 사라졌다. 물론 대사는 거의 그대로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루함’, ‘고루함’, 그리고 ‘옛것’의 느낌을 현대적으로 살리려 노력한 듯했다. 고전이 가진 ‘옛날’이라는 편견을 깨버린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거의 그대로기 때문에, 가부장적 아버지의 결혼 반대, 약속된 결혼, 도망치는 남녀, 유치한 결혼식 등 현대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요소들이 함께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세련된 의복과 말투, 그리고 옛것의 접점이 드러나 나름대로 새로웠다. 그러나 갈수록 점점 내용은 유치하고, 코믹스럽게만 느껴졌다. 어휘 선택이나 인물을 향한 놀림을 통해 인물들을 비웃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급기야 후반부로 갈수록 ‘새롭다’의 느낌을 넘어서 적응이 안 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 포인트에는 혐오와 차별이 적나라했다. 원작을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각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부족한 부분이 분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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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오히려 B급 느낌이 나는 것 같다고 함께 본 친구와 얘기했다. 그리고 웃음코드도 잘못 잡았고, 너무 혐오가 드러나는 부분이 대사에 많았다고, 유감이었다고. 새로운 경험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우리가 보고 온 극에는 너무 구멍이 많아보였다. ‘경험’이라고 말하게 되는 구멍. 하나의 완전한 완성품을 보고 왔기보다는, 앞으로 더 고치고, 나아질 거라고 말할 수 있는 날것의 시도의 느낌. 아쉬웠다.

마지막, 퍽이 나와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 힘쓰겠다고 하는 부분에서, 조금 감동했다. 앞서 내가 느꼈던 부족함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고쳐나가겠다고 관객과 약속하는 느낌이었다. 더 나은 공연을 하겠다고 말한 만큼, 더 나아지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시도로는 끝나지 않을, 더 좋은 공연을 끌어낼 프로젝트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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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자세히 보기


현대극,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황금용>, <못생긴 남자>등 독일 현대극을 국내에 초연해 좋은 평가를 받아 온 공연제작센터는 ‘현대극, 셰익스피어프로젝트’의 첫 막을 올린다. 셰익스피어극은 그 극이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던 당대의 언어와 의상 속에서 당대의 사회를 다룬 현대극이자 사회극이었다. 우리 극은 셰익스피어의 ‘현대극 정신’에 따라 오늘의 언어로, 현대적인 의상과 무대공간 속에서 새로운 셰익스피어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 ‘현대극 셰익스피어프로젝트’ 첫 작품으로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고 도발적인 <한여름 밤의 꿈>의 막을 올린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가장 야만적인 셰익스피어극

<한여름 밤의 꿈>은 그 도발적인 내용으로 당대에는 자주 공연되지 못했다. 그러나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 극은 낭만주의로 치장되었고 요정은 그 악마성을 상실하고 날개 달린 귀여운 요정이 되었다. 그러나 4백 년 전 셰익스피어의 대사 속에는 낭만도 희극도 찾아 볼 수 없다. 사랑을 막는 억압적인 사회를 피해 숲으로 들어 온 젊은 연인들은 사랑의 광기와 강박증, 꽃물의 환각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증오로 변한다. 우정은 깨지고 서로를 저주하고 싸우면서 한여름 밤은 ‘악몽’이 된다. 당시 재해로 인한 기아와 폭동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공들은 연극에 희망을 걸고 두려운 마음으로 귀족들 앞에서 공연하고자 한다. 그러나 연습을 위해 숲에 들어온 직공들은 요정에게 홀려 큰 소동이 벌어지고 당나귀로 변신한 보텀은 요정 티타니아에게 겁탈 당한다. 이 극은 엘리자베스시대의 억압을 은밀한 ‘꿈’ 속에 감춘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며 또한 야만적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극에 대한 이해가 높은 “주역을 맡는 배우들”

오베론 역을 맡은 강민재는 대학졸업 후 국내 최초로 영국왕립연극학교(Royal Academy of Dramatic Arts)를 졸업하고 국민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퍽 역을 맡은 박영희는 지난 10년간 호주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배우이다. 또한 테세우스를 맡은 황석하는 영국의 엑스터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의 BBC방송의 여러 주역을 맡기도 했다. 영어권에서 공부하고 활약해 온 여러 배우들이 우리 무대에 새로이 선을 보이며 셰익스피어 극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 무대에서 활발하게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는 십여 명의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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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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