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대적으로 ‘원작 복습하기’, < 한여름밤의 꿈 >

셰익스피어와 함께한 한여름밤의 무대
글 입력 2017.08.0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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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밤의 꿈 >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역, 연출: 윤광진
제작: 공연제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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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에디터 본인

 
아트인사이트로부터 문화 초대를 받아 서강대학교 메리홀로 향하던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단순히 셰익스피어 극을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색다르게 해석했다’라는 사실에 더욱 그러했다. 작품 관련 자료와 기사, 인터뷰 등에서 수차례 표현된 “가장 현대적이고, 또 가장 야만적인” 이 무대가, 과연 내가 아는 < 한여름밤의 꿈 >에 대해 어떻게 뒤통수를 칠 것인지 기대가 되었다.

막이 올랐고, 극이 진행되었다. 2시간 남짓한 공연 내내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주연배우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집중하기도하고, 목공의 농담에 실소가 터지기도 하였으며, 회전하는 무대장치를 관심 있게 바라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기대했던 반전의 즐거움은 없었다.

나는 불편해지고 싶었다. 처음 자료를 읽을 때 느낀 충격과 깨달음을 무대를 통해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나는 그보다 평온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구성 어디에 현대적이고 비낭만적인 해석이 가미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물론 배우들의 의상과 언어, 무대 사용은 분명 현대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겉에 드러나는 껍데기이지 않은가. 시각적인 것이 전달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 본질을 건드리며 획기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무대에선 너무나 명확하게 지금까지 내가 알아 온 셰익스피어의 < 한여름밤의 꿈 >이 펼쳐졌다. 극의 내용과 진행이 어찌나 원작에 충실하던지 ‘셰익스피어’ 수업에서 배웠던 특징들이 불현듯 생각나곤 했다. 아마 처음부터 ‘설정’에 초점이 맞춰진 소개 글을 읽었더라면 이처럼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련 자료를 접한 내 머릿속엔 나름대로 원작의 전복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해소되지 못하고 응어리로 남아버렸다.





기대했던 파격적 접근을 통해 뒤통수를 맞지는 못했지만, 그 기대를 접어 두고, 온전히 작품을 관람한다고 했을 때, 무대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배우들과 그들의 연기는 관객을 집중시키기에 효과적이었으며, 그들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퍽(Puck)의 간사하고도 장난기 넘치는 연기는 마치 그가 정말 무대를 누비는 재간둥이 요정이라도 된 듯이 돋보였다. 당나귀 탈을 쓰고 하나하나를 내뱉는 보텀(Bottom) 역시 희극적 요소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였다. 관객들은 그의 끼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조연 배우들 또한 몇 초간 멈춰 있어야 하는 순간에도 일절 동요하지 않고 집중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이에 관객은 걱정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분주히 움직인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별다르게 무대 세트라 칭할 것이 없고 몇 가지 소품만을 십분 활용하여 극을 전개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360도 회전 가능한 경사진 무대와 와이어를 이용해 이야기를 진행했다. 대각선 방향을 포함해 무대를 다양한 측면에서 비추며 각기 다른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를 잘 활용하였다. 화려하고 사실적인 배경과 세트의 부재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로써 극 중 캐릭터들의 상황이 관객 한명 한명 안에서 완성되었다.

또한, 여기에 고려되어야 할 한가지 요소가 더 있는데, 바로 음악이다. 극이 시작하기 전, 관객이 입장 할 때부터 객석은 조금 음산하면서도 신비로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슴푸레한 무대와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음악은 분주히 변화하며 조금은 몽환적이고도 마법을 연상하게 하는 느낌으로 매 장면을 받쳐주었다. 전반적 음향 및 음악이야말로 해당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간 공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연은 재미있었다. 그러나 특정 부분에 기대를 너무 키워 둔 터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극을 다 보고 나서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아 원작을 충실히 복습한 느낌이다.’ 세트를 비롯한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나름 신선한 방법으로 다시 공부한 느낌이 들었다. 결코, 그 테두리를 벗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대 위 배우들과 현대적 장치들에 관한 관심을 키우고, 우리의 셰익스피어를 또 한 번 사랑하게 만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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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아트인사이트



표지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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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게시물은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문화 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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