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이브클럽데이, 더운 여름 인디의 물결 속으로 [공연]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글 입력 2017.07.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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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만의 클럽 공연이었던지, 공연 초대를 받자마자 행여 놓칠세라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홍대입구역에 도착하니 날이 덥고 습한데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들이 모였습니다. 다들 ‘라클데’를 즐기러 가는 것이었을까요?

 저는 라이브클럽데이를 즐기기에 앞서 당일 오후에 카림라시드전을 관람하고 왔던 터라, 아슬아슬하게 8시 반이 넘어서야 홍대에 도착했습니다. 씬디티켓라운지를 찾느라고 꽤나 고생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홍대 한 바퀴를 돌고서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조형작품처럼 설치가 되어있더군요. 그곳에는 각종 공연 일정 및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가 가득했습니다. 과연 홍대 공연계의 주축이라고 일컬어질 만했습니다. 9시 10분이 넘어가는 시간에 혹여나 입장하지 못할까 다급해졌지만 다행히도 스태프분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제시간에 미리 도착을 하지 못하더라도, 씬디 티켓라운지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팔찌를 받고 나서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인디씬에는 제가 알고 있는 뮤지션이 손에 꼽았기 때문에, 혹시 내가 아는 인물이 있나 하며 타임 테이블을 구석구석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6월 공연은 다행히도 익숙한 이름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중식이밴드, 스컬, 크라잉넛, 소울맨, 리차드파커스, 에이프릴세컨드, 싸우스 클럽까지. 인지도도 제법 높고, 이미 다수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뮤지션들이었습니다. 클럽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한편으로는 이런 고민도 있었습니다. ‘인디밴드와 그 문화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는데 과연 내가 여기서 잘 즐길 수나 있을까’. 단체 문화가 조금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서 늘 조용한 전시, 공연만 향유했던 터라 이 작은 공간들에도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왜 했는지 부끄러워질 정도로 어느새 신나게 즐기고 있는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타임테이블에는 정말 다양한 뮤지션들이 있었고 몸을 쪼개서라도 다 가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한 공간에서 줄줄이 하는 것보다, 락, 발라드, 재즈나 디제잉 공연 등 원하는 분위기의 섹션으로 가서 마음껏 즐기는 편이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인파가 많이 몰리는 현상도 덜 할 것 같았고, 또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연을 보러 다니는 맛도 있었습니다. 길치인 저에게는 조금 힘들었지만, 섹션을 나누어 보다 더 많은 팀들이 공연하는 것이 아주 효율적이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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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지쳐있었지만, 좀 더 기운차게 불금을 즐겨보자고 향했던 곳은 바로 클럽 FF였습니다. 생각보다 아늑하고 빈티지한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미 에이프릴세컨드가 무대를 주름잡고 있었습니다. 연령대도 아주 다양했는데, 20대의 또래들을 비롯해서 부모님 세대처럼 보이시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관객 하나, 뮤지션 하나가 아닌 음악을 매개로 한 공간 속 그 자체의 응집으로써 뮤지션과 관객이 함께 무대를 완성해 나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하니 부끄러움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즐기지 못 할 거라고 염려했던 스스로가 조금 창피해질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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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첫 밴드를 보내고 나니 관객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앞으로 모였습니다. 아마 전직 아이돌 활동을 했던 남태현의 등장을 기대하는 듯 했습니다. 제법 오랜 시간에 걸쳐 공연 준비가 완성되었고, 사람들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들며 사진을 찍기도, 함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저도 많은 기대를 안고 다음 싸우스 클럽의 공연을 맞이했습니다.
 화면 속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신기한 마음이 더 컸는데,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는 그의 모습에 정말이지 진정한 밴드 뮤지션으로 거듭난 듯 했습니다. 그가 오래도록 열망해온 것들은 이거였구나,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의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막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지하철역으로 갈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계속해서 우리를 붙잡았습니다. 결국 ‘그래. 안되면 택시라도 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클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차드파커스의 공연을 실제로 들어본다면 너무나 큰 영광일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에반스라운지로 향하는 발걸음은 매우 설렜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재즈 클럽답게 색소폰 소리가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고, 우리는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연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즐겼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1시간이 지나도 리차드파커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가 갔던 곳은 에반스라운지가 아니라 클럽 에반스 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하루 내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왔냐, 하며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들어선 재즈 클럽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평소 재즈 음악을 정말 좋아했었기 때문에 더욱 진지하고 또 집중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반쯤 혼미해져 있다 벌어진 실수 덕분에, 이런 귀한 인연을 만나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하루는 알차고도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이라 느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많은 인디 밴드들이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매달 딱 하루 진행되는 라이브클럽데이지만, 누군가는 잠시 들러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공연일 수도, 또 원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가는 설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꼭 서고 싶었던 소중한 무대였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라이브클럽데이는 그들이 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우리와의 소통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써 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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