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서경영 : 책을 읽는 다는 것

글 입력 2017.06.0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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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한 달에 두 권은 필수로 읽고 그 외에 시간이 남거나 필요한 이유가 생기면 추가로 더 읽는다. 동시에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한 달에 두 권이라고 해봐야 겨우 200쪽에 달하는 책이고 합쳐봐야 400쪽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니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많이 읽는 편이라고 말한 것은 ‘상대적’을 기반으로 한 주장이고, 많이 읽지 않는 편이라고 한 것은 ‘보편적인’ 기준을 세워 이야기한 것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다.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것들이 어떻게 합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 한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즐비한 것이 우리 사회니 더 추가적인 설명은 붙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한 달에 두 권. 그것도 200쪽에 달하는 소설이다. 합쳐봐야 400쪽이고 이는 한 달을 기준으로 삼아 주5일을 읽으면 하루에 20장을 읽는 셈이다. 20장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40분 정도로 1시간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를 기둥으로 삼은 월간지가 나왔다고 했을 때 내가 걱정한 것은 이유 없는 기우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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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지도 폐간하는 시점에서 독서경영의 출범은 놀라운 일이었다. 독서경영은 독서와 경영이라는 두 개의 지점을 이어서 그들의 철학으로 세웠다. 사실 독서와 경영이라는 두 지점은 그리 생소한 조합은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유명인사나 CEO들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독서가 모든 지식과 학문의 기반임을 설명하고 모든 분야에 책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역시 ‘인문학은 필수’라는 대기업의 방침이 피어 올랐고 많은 대학생들은 졸지에 전공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문학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열풍은 열풍일 뿐. 우리나라 도서시장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정보화된 사회에서 종이 책은 그리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독서경영의 출범은 언뜻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폐간되는 월간지도 많은데 새롭게 선보이는 월간지의 기둥이 ‘독서’라니. 그러나 독서경영은 독서가 담고 있는 철학과 경영이 하려는 이야기를 조율해 그들의 철학으로 만든다. 내가 독서경영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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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경영은 첫 표지에 고은 시인을 세웠다. 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고은 시인이라고 하면 대충은 감을 잡을 것이다. 대중에게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이자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시인이니 말이다.

 내가 받은 특별호의 표지 주인공은 조정래 소설가로,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한국인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굴곡진 역사를 담아낸 소설의 아버지이자 광부의 심정으로 글을 쓴다는 그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치 않는 한국의 대표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태백산맥』을 처음 본 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한 장 한 장에 담긴 작가의 고통과 고뇌를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책을 덮은 다음에 생각한 것은 하나였다. "나는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꼬박 47년을 글을 썼으니 대단하다 할 수도, 지독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쉼없이 글을 썼으니 그에게 글이 없는 세월은 오히려 어색한 추억일지도 모른다. 그의 인터뷰를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나는 꽤 오랜만에 순수하게 글자를 읽는다는 기분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대학 입학 후에 읽은 대부분의 책들은 과제를 위한 것이나 학문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읽은 것이었다. 단순하게 표현해보자면 즐겁게 책을 읽은 적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경영을 읽는 것은 기분 좋은 일에 속했다. 속박되지 않은 기분으로 장을 넘기고 밑줄을 치는 일은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기분'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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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인터뷰를 제외하고 보아도 독서경영의 구성은 탄탄하다. 걱정과는 다르게 진부하지 않았고 편협하지 않았으며 지루하지 않다. 적당한 진지함과 적당한 유머로 전체적인 가독성을 높였고 그 속에서도 독서경영만의 철학을 담아내 잡지 보다는 한 편의 비문학을 읽는 기분이기도 하다. 특히나 한 장 한 장을 읽을 때마다 느껴진 독서경영의 책에 대한 애정은 내 기우에 대한 안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히려 내 걱정에 대해 독서경영이 되묻는 것이다. "우린 괜찮은데, 느껴지지 않아?" 하고.
 
 독서는 중요하다. 이는 상투적인 걱정이 아니다. 언젠가 한 연예인이 말한 것처럼 재물은 훔쳐갈 수 있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지식은 훔쳐갈 수 없다. 지식의 기반은 책에 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역사와 관련한 강의를 들을 때 학생들에게 책의 중요성을 말하던 선생님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본이 소유하지 못한 것이 있다고, 그것이 바로 지식이라고. 지식은 책이라는 텃밭에 심어져 있으며 그것을 키워내고 삼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물화된 사회에서 내가 인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독서경영은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도서다. 소설은 지루해서 싫고, 비문학은 생소해서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가볍게 책의 흐름을 읽고 흥미를 가지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도서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 많은 도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학이나 경영학의 입장에서는 내가 하는 주장이 오류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인간의 삶에 가장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독서경영의 현재는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경영이 가진 철학과 힘을 보면서 나는 독서경영이 먼 미래에 당당히 서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서경영의 미래를 위해 응원을 건넨다. 광부의 심정으로 쓰고, 또 쓰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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