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상처 들여다보기: 소설 '아가미' [문학]

글 입력 2017.03.0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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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21쪽)


다음 오피니언은
<아가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하나씩을 갖고 살아간다. 얕건 깊건 그것이 나의 상처가 된 순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느껴지곤 한다. 구병모의 소설 <아가미>는 상처받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인공 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동반 자살시도에 휘말려 강에서 익사할 뻔 했다. 강하는 어머니로부터 짐짝처럼 버림받았다. 강하의 어머니인 이녕은 자식까지 떼어 놓으며 나름대로 본인 인생을 바로세우기 위해 애썼지만 약물중독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상처는 분명히 흔적을 남긴다. 이미 벌어진 일인 이상 ‘없던 일처럼’ 되는 것은 세상에 없다. 강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뒤 곤의 몸에 생긴 아가미가 이를 증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상처와 그 상처의 흔적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동시에 상처를 주는 존재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말은 즉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피해자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라는 뜻이다. <아가미> 속에는 상처를 주고 받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 있다.


“예쁘다”
그러자 곤은 한 마리의 생선이 되어 도마 위에서 토막 나지 않도록, 자신의 살과 내장에서 간유를 짜내고 그 찌꺼기가 어박과 어분으로 분리되어 어느 짐승의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어딜 가든 감추는 데 급급해온 자신의 몸이 누구도 들려준 적 없던 그 말 한마디로 구원받은 것만 같았다.
(131쪽)


 곤은 이녕의 "예쁘다" 한마디에 구원받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이녕은 곤의 아가미와 비늘로부터 자신이 계속해서 염원하던 이미지를 본다. 그러나 우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곤은 이녕을 죽이게 되고 그 후 곤경에 처한 곤을 구해 주는 건 강하이다. 이처럼 얽히고 설킨 곤과 강하, 이녕의 관계는 인간이 얼마나 상처를 쉽게 주고 받는 존재인지, 그리고 그런 상처의 교환은 얼마나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아가미>는 상당히 어두운 소설이다. 상처투성이인 인물들 사이에서 성한 인간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가 위안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상처 그 자체가 지닌 치유의 힘에 있다.


석류 열매처럼 드러난 속살이 두근거리는 모습은 명백히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결코 아물어가는 상처가 억지로 쑤셔진 게 아니라, 희박한 산소를 찾아 호흡하려는 태곳적 기관의 발현이자 몸부림이었다.
(39쪽)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생겨난 아가미는 곤을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그는 자신의 아가미 덕분에 해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상처의 흔적인 아가미가 타인을 구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그 상처는 때로 누군가를 구원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불행했던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처를 받아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료해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가미>는 당신이 스스로의 상처를 외면할 게 아니라 좀 더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 더 나아가 당신의 상처는 당신만의 강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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