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 홀로선 자신을 만나는 시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2.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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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혼자서는 밥 안 먹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밥은 혼자가 아니라 2인 이상이 함께 먹는 것이라는 생각.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듯 이러한 관념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왔다. 부모 세대로부터 전해 받은 이 이념은 23살 때 무너졌다. 학교에 복학하니 동기는 4학년이 되어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복수전공 수업은 같은 과 사람과의 식사시간을 수업시간으로 바꿔버렸다.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은 혼자를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다. 혼자 영화 보기. 밥 먹기. 술 먹기 등 혼자만의 시간은 나를 바라보는 순간으로 변했다.



혼밥, 혼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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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먹는 발을 일컫는 '혼밥'은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생긴 사회현상이라고 일반적으로 해석한다. 틀리지 않은 해석처럼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에 비해 3.3% 증가한 27.2%가 됐다. 이제 1인 가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모습이 됐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등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문화를 1인 가구의 증가로만 설명하기는 한계가 있다. 1인 가구가 아닌 다양한 사람이 혼밥과 혼술을 즐기며, 특히 2030세대에서 이러한 모습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양상은 구세대가 가졌던 함께 한다는 관념이 현세대에게는 넘어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혼밥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혼밥의 메카 일본이 떠오른다. 일본 편의점은 1인 가구를 표적으로 한 편의점 도시락이 보편화돼 있고, 식당은 1인 고객에게 최적화돼 있다. 한국의 혼밥 식당은 노량진과 신림동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되어, 이제 길을 걷다보면 쉽게 볼 수 있다.



혼자 문화의 발달

 혼자 문화는 단순히 식문화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2015년 알라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혼자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1,424개의 다양한 책들이 나온다. 특히 올해 11월 출간된 홍인혜의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은 월간 베스트셀러 50에 들었다. 이 모습은 대중들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오롯한 자신, 즉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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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2016)>


 혼자 문화는 TV에도 반영됐다.  tvN에서 올해 방영된 <혼술남녀>는 공중파 드라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4.4%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 드라마가 방영된 시기인 9~10월에 혼밥과 혼술에 대한 검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2월 8일 첫 방영된 예능 <인생술집>에도 이 트렌드가 담겨 있다. 시청자들은 '집에서 혼술을 하며 시청하기 좋은 술을 부르는 19세 예능'이라고 평했다. 혼자 문화는 더 이상 이상한 문화가 아니다.



혼자. 여가 문화

 문화예술을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전시회와 공연, 연극과 영화가 생각난다. 혼자 문화는 이 분야에도 적용됐다. 전시회를 가면 혼자 온 관람객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이번 알폰스 무하 전시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미있는 점은 2명이 와서 따로 관람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느끼고 감상하는 일은 둘이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세상에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영화관도 '혼영족(혼자 영화를 보러온 사람)'을 위해서 싱글 패키지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혼자 여가를 즐기는 문화는 이제 일반적으로 느껴진다.



혼자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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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혜, 혼자일 것 행복할 것(2016)>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의 작가 홍인혜는 자신의 책에서 ‘혼자 사는 인생은 매일매일 그 맛을 바꾸며 내 감각을 일깨운다. 달았다 하면 쓰고, 썼다 하면 시다. 애초 내가 안온한 삶을 떠나 홀로서기를 갈망했던 그 이유, 만사가 새삼스러운 삶이 지금 여기에 있다. 애니메이션처럼 아름답기만 하진 않지만 말이다. 인생은 결국 일인용이다. 나는 나와 반려하며, 나를 양육하며, 나를 살아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마주할 수 있는 혼자 있는 시간. 혼자는 어색한 시간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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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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