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진작가 임수식이 만난 책과 사람, 책가도

글 입력 2016.10.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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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 표지.jpg


유난히 깔끔한 표지로 독자를 반기는 임수식 사진작가의 <책가도>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먼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전통미가 녹아 있고,
사진과 그림 중 그 무엇도 아닌 회화적 느낌이 담겨 있으며
작품의 대상이 되는 서재 속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사진예술을 통해 책가도를 표현한 임수식 사진작가는
그가 만났던 책과 사람을 한국 전통의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사진뿐만 아니라 한지, 손바느질이라는 키워드로 조선시대의 책가도를 재해석한 작가는
21세기의 책가도를 새롭게 만들어내며 하나의 예술형식을 창조했다.
그가 찍은 서재의 사진이 프린트된 한지는 마치 조각보처럼 손바느질로 꿰매어진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책가도>의 작품들은 사진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해 조합된 책장의 칸들은 
여타 사진과 달리 역원근법을 따르게 되어 어딘가 새롭다.
작가가 선택한 장지방한지와 동양한지의 경우 한국의 전통을 더욱 살리고 있다.
해외 컬렉터들의 극찬을 받은 이유는 그가 선택한 재료에도 있지 않을까.


책가도045_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_104cm×88cm_2010.jpg
 

작가는 재봉틀을 쓰지 않고 직접 손바느질로 한지를 엮어 조각보처럼 만들어냈는데,
이와 같은 작업방식 또한 이 책에서 잘 드러난다.
한지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톤의 깊이를 녹여낸 작가에게는 그만의 분위기가 있다.


그는 지난 10년 간 탄생시켰던 수많은 책가도들을 몇 가지 주제 하에 흥미롭게 풀어낸다.
문학, 예술, 인문,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문학에서는 이외수, 김훈, 박범신, 김홍신 등이,
예술에서는 홍순태, 구본창, 정병규,
인문에서는 김윤식, 김화영, 서민,
그리고 공간에서는 북경 유리창,
발렌시아 고서점, 성 미카엘성당 등의 책가도가 등장한다.


책가도223_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_98cm×109cm_2013.jpg
책가도292_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_150cm×142cm_2015.jpg
책가도329.jpg
김훈_책가도.jpg
박범신_책가도.jpg
책가도 뒷면.jpg
 

"벽에 걸린 책가도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제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책장이 포트레이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내면의 얼굴이구나."

맨 뒷표지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은 <책가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설명이다.
대상을 재현하는 사진을 통해 사실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회화적 특성을 극대화했다는 모순적 특성 속에서도
책가도는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본인을 바라보고, 주변 인물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바느질을 해냈을 테다.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느릿느릿 작품을 안은 임수식 사진작가 덕에
오늘도 독자들은 책 속의 책에 담긴 인생에 스스로를 비추어 본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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