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헬로 아티스트전

글 입력 2016.09.04 14: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예술의 기능은 무엇일까. 예술은 밥도 먹여주지 않고 옷도 입혀주지 않는다. 즉 생산적이고 물질적인 그 무엇도 우리에게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노동 효율을 최우선시 하는 경향과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예술은 종종 대중과는 괴리된 고급 취미로 여겨지고는 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여유 없고 물질만 쫓는 삶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위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었다. ‘힐링’은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고, 여유와 교양을 갖추는 태도를 지향한다. 이런 유행이 문화 산업의 부흥과 카페, 디저트 산업의 포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힐링’이라는 이름 아래 무책임하고 고민 없는 위로가 넘쳐나며, 사람들이 문화를 진심으로 즐긴다기보다는 즐기는 태도에의 강박을 느끼고, 물질적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힐링의 행위가 다시 상품화 되고 있는 것 같다. <헬로 아티스트展> 도 그런 시대의 흐름에 궤를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헬로 아티스트展>은 ‘힐링 전시’를 표방하며, 관객들이 자기 객관화를 통해 마음을 수련하는 ‘마음 챙김’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분명 예술에는 그런 기능이 있고, 더욱 더 많은 사람이 그걸 즐기기 위한 방편으로 전시가 기획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전시에는 어떻게 예술이 위로와 영혼 고양의 기능을 하는지, 또 그것을 표현하는데 미디어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다시 말해서, 내가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그것의 수단으로서 예술과 미디어를 끌어온 게 아니라, 미디어 컨버전스 미술 전시를 기획한 후 시대의 흐름에 이 전시의 역할을 끼워 맞춘 느낌이다. 물론 형식과 제재에의 새로움 모두 예술의 중요한 추구 방향이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미디어가 그림을 더 잘 이해하게 하지도, 또 미디어와 융합된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달하게 하지도 못했다. 예술이 사람들을 위로하는 지점은, 우리가 일상에 치여 간과하고 있었던 나와 주위 사람, 관계, 사회, 자연,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화풍이 아닌 인상주의의 그림을 선택했을 때는, 화가들이 빛을 통해 드러낸 세상의 아름다움과 당대에 없었던 그들의 표현 방법에 주목해 일상에의 발견을 도와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 전시에는 ‘무엇’을 ‘어떻게’ 사용해 ‘어떤 것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평화와 고요에 기반한 1차원적인 ‘힐링’을 연출하려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의 크기를 늘려 프로젝터 빔으로 쏜 화면에 그림 고유의 색감이 옅어져 있고 유화의 질감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미디어의 활용이 인상주의 그림의 핵심을 흐렸고 그것이 이 전시의 존재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그리고 모네 그림 속의 잔잔한 파도가 치고 고흐가 그린 구름들이 나무 위를 따라 흐르는 등의 애니메이션 기법은 기술적으로 자연스러웠으나, 원본 그림과 다른 어떤 것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공간은 편안했고 화가마다 작은 방을 만들어 구성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화면에 지나가는 그들의 대표작들, 벽면에 쓰인 명언, 흘러나오는 조용한 노래에서 공간의 분위기 덕에 느끼는 포근함 말고는 마음에 와닿는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2층 벽면에는 미디어 컨버전스를 통해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융합하려 했다는 전시기획의도가 써있었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구분을 짓는 것이 구식 개념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수에 따른 구분으로 감안하더라도 ‘대중화’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들게 했다. <헬로 아티스트展>에서는 그림의 다양한 감상 포인트들을 오직 그 평온한 분위기에 주목해 ‘힐링’용으로 전시했다. 하지만 정말로 사람들이 영혼을 풍요롭게 채우려면 예술을 감상하는 힘을 길러 그것이 온전한 기쁨이 되고, 다시 예술을 찾고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중화’를 표방하는 전시라면 그 선순환의 길목을 열어주는 것이 현대 사회 소비의 트렌드에 맞춰 그림을 소비하도록 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단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