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꿈들

글 입력 2016.08.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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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해저선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타임캡슐처럼 650여 년 만에 나타났다. 1975년 8월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발견된 유물을 시작으로 2만 4천여 점이라는 엄청난 양의 문화재들과 함께.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개최한 국립중앙박물관은 2만여 점의 대규모 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다.

  전시관을 들어서면서 어마어마한 유물의 양과 스케일에 압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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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해저선과 함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유물들. 소중한 문화재의 면모를 차근차근 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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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무늬 베개


  1975년 신안군 방축리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안선 화물 중에는 7점에 불과하지만 고려 청자가 포함되었다. 그 중 하나인 청자 상감운학국화무늬 베개는 일본의 여러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청자 베개 편을 볼 때 일본으로 유입된 것이 틀림없다. 그 중에서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이 소장한 청자 양각 쌍학무늬 베개는 형태가 온전하다. 이 베개는 12세기에 만들어졌고 형태는 가운데가 살짝 부른 장방형이며, 몸통에 양각으로 쌍학 무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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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신안선에 실린 상품 중 가장 무거운 것은 동전이다. 동전은 선박의 중간이나 선미부에 집중적으로 실려 있었다. 무게는 총 28톤이며, 개수로는 8백만 개에 이른다. 대부분 중국 동전이지만 소량의 베트남 동전도 포함되어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것은 신新(8-23)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천貨泉(14)이며, 가장 늦은 것은 1310년에 제작된 원 (1271-1368)의 지대통보至大通寶, 대원통보大元通寶이다. 원대 동전은 신안선의 시기가 14세기 전반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또 다른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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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쓰여진 접시



流水何太急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고
深宮盡日閑 깊은 궁궐은 종일토록 한가한데

殷勤謝紅葉 은근한 마음 붉은 잎에 실어보내니
好去倒人間 인간 세상으로 쉬이 흘러가기를



  접시 안쪽 바닥에는 시가 적힌 붉은 잎이 장식되어 있다. 이는 『流紅記』 라는 글에 나오는 오언절구의 제1,2구이다. 원래 이 시는 당나라 궁녀가 나뭇잎에 자신의 적막한 궁 안의 생활을 시로 적어 궁 밖으로 내보낸 것인데 마침 한 선비가 그 나뭇잎을 주워 오랫동안 간직하였다. 훗날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진 날 두 사람은 서로 당사자임을 확인하고 부둥켜안고 감격했다는 사연이 담겨져 있다. 원래 두 구절씩 써진 접시가 한 쌍으로 만들어졌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한 점만 발견되었다.

  이 후반부의 시구가 쓰여진 또 다른 접시는 발견 되지 않았지만, 이 아름다운 접시는 배에 탔던 사람들이 겪었을 급한 파도를 연상케하고 그들의 애틋한 마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편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을 살펴 보았듯이 이 배에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팔려가는 도자기를 비롯한 값비싼 상품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선원들도 이른바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무역선은 항해 도중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깊이 20m가 넘는 바닷속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을까.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신안선의 침몰은 매우 큰 사고였고 그 피해는 엄청났을 것이다. 이처럼 신안해저선은 당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이 서려 있는 침몰선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는 '보물선'으로 남았다. 
  
  현재 우리에게 경이로운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전시된 이 모든 유물들은 당시 사람들에겐 꿈을 이뤄줄 수 있었던 보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문화유산에는 사람이 들어 있다. 그들의 마음이 서려 있다. 그래서 문화재를 접할 때 단순히 물건이라는 가치 너머에 담겨진 그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한다. 
  신안해저선 특별전에 들어서면서 장대한 유물들의 스케일에 감탄했지만, 이내 전시장을 나서면서 신안해저선에 탔던 모든 이들의 남겨진 꿈들에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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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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