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셰익스피어의 사극, '헨리 6세'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9.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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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Henry the VI (First Folio) 1)

셰익스피어는 유명한 작가이며,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셰익스피어 공연은 주로 대중들이 잘 아는 작품들, 4대 비극이나 몇몇의 잘 알려진 희극들을 중심으로 상연된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한국에서 공연을 보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아무래도 대중의 큰 수요가 없다 보니 공연이 제작되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 문득 셰익스피어 극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참에 한 번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공연되고 있는 셰익스피어 극이 뭐가 있는지 찾아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사실 한 여름밤의 꿈이나 햄릿 같은, 잘 알려지고 재미있는 작품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상연되던 공연은 (그때까지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헨리 6세’ 뿐이었다. 큰 기대 없이 보러 간 공연이었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관람했던 셰익스피어의 사극 ‘헨리 6세’(제2부)를 소개해보고 싶다.



1. 작품의 줄거리

   공연은 서포크 백작마가렛 왕비를 데리고 오면서 시작된다. 당시 영국은 헨리6세가 통치중이였는데, 실질적인 통치자는 섭정인 글로스터 공작이었다. 왕과 왕비가 퇴장하자마자 귀족들은 서로 나름의 파를 가르며 대립한다. 특히 요크공작은 왕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글로스터 공작의 부인 엘리너는 현재 섭정으로서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글로스터 공작이 왕위를 넘보려 하지 않는데 큰 불만을 가지고 있어서, 은밀하게 마녀들과 마법사를 불러 주술을 부려서 왕권의 미래를 점쳐본다. 하지만, 사실 그 마녀는 다른 공작들이 섭정 글로스터의 약점을 잡기 위해 미리 놓아 둔 덫이다. 엘리너는 발각되어 반역죄로 체포되고, 그녀의 남편 글로스터공도 아내의 죄를 마음속으로는 안타까워 하지만 죄값을 치르게 한다. 

   글로스터 공의 반대파 귀족들은 입을 모아 엘리너가 저지른 죄악들은 글로스터 공이 사주한 것이 아니냐며 글로스터를 체포하려 한다. 헨리 6세는 글로스터 공이 정직하다 생각하나 반대파 귀족들의 정치공세에 밀려서 결국 그를 체포한다. 요크 공작은 글로스터가 프랑스 내 영국 영토를 모두 잃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체포되어 있던 글로스터 공은 서포크 백작에 의해 살해당한다. 

   서포크 백작에게 글로스터 공이 살해당한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자 폭동이 일어나고, 워릭 백작과 서포크 백작은 서로 대치한다. 서포크는 자신이 글로스터를 살해한 게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지만, 그의 살인행위가 명백해지자 마가렛 왕비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헨리 왕은 그를 국외로 추방시킨다. 마가렛은 서포크에게 프랑스로 갈 것을 권유하고, 서포크는 배를 타고 프랑스로 떠나지만 도중에 해적들에게 포로로 잡히게 된다. 포로로 잡힌 상황에서도 끝까지 귀족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해적들을 천하다 무시하였던 서포크는 결국 해적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번에는 아일랜드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는데, 요크 공작은 반란을 진압하러 떠난다. 요크 공작은 아일랜드로 떠나며 자신의 왕권 정당성을 한번 시험해보기 위하여 잭 케이드를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한다. 잭 케이드와 반란군이 런던까지 쳐들어오자 헨리왕은 피신한다.

   헨리 왕은 아일랜드 반란을 진압하고 온 요크 공작이 많은 군대를 이끌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서머셋 백작에게 수고스럽지만 잠시 런던탑에 가있을 것을 지시하고, 버킹엄 공을 보내 요크가 군대를 이끌고 온 연유를 알아보게 한다. 요크는 군대를 해산하는 조건으로 서머셋을 런던탑에 가둘 것을 요구하지만, 헨리 왕이 자신이 군대를 해산하게 만드려 꾸민 쇼라는 것을 알게 되자 워릭 백작과 함께 전쟁을 시작한다.

   그 후, 헨리 왕, 왕비 마가렛 ,서머셋 등으로 이루어진 홍장미파, 워릭, 요크 공작 등을 포함한 요크가의 백장미파는 왕권을 놓고 서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서머셋은 워릭과 요크에게 붙잡혀 살해당한다. 그리고 요크공작의 계속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며 극은 막을 내린다.



2. 등장 인물

① 헨리 왕
헨리 왕은 왕인데도 불구, 우리가 일반적으로 나라의 군주에게 기대하는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나 힘이 없는 유약한 왕이다. 작품 중반에 이르기까지 왕의 업무들은 모두 섭정이 대신한다.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왕의 역할을 하려고 하나, 귀족들의 당파싸움에 밀려 글로스터 공작의 결백을 주장하지 못해, 글로스터가 살해당하는 데도 일조한다. 귀족들은 헨리 왕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 심지어 왕이 보는 앞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예의’까지 보여준다. 

② 왕비 마가렛
섭정공 부인 엘리너에게 굉장한 열등감이 있는 듯 보인다. 헨리 왕의 성격을 잘 알아서 잘 이용한다. 서포크와는 백작과 왕비 이상의 감정이 있는 듯해 보인다.

③ 요크 공작
공작들 중 가장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정세를 떠보기 위해 잭 케이드를 시켜서 반란을 사주하는 등 야심에 가득 찬 인물이다.

④ 추기경 윈체스터
신을 섬기는 추기경인데도, 성직자 같은 신성함이나 온화함은 없고 존경심도 들지 않는 성직자이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정치색을 만연하게 드러내고, 섭정공을 살해하는데 까지 협조하는 타락한 성직자의 표본이다.

⑤ 서포크 공작
극 중 흉계를 가장 많이 꾸민다. 하지만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마가렛 왕비를 위한 것이다. 해적에게 살해당할 때도, 끝까지 귀족으로서의 위신이나 명예를 입으로써 부인하지 않는 인물이다.

⑥ 섭정공 글로스터
야망 없는 공작이다. (당시의 가부장제 하의)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야망에 가득찬 부인 엘리너와 대조되어, 무력함이 돋보인다.

⑦ 섭정공 부인 엘리노어
남자 못지 않은 야망을 지닌 여성이다. 



3. 특징

헨리 6세에서도, 셰익스피어 작품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코드들을 발견할 수 있다. 

① 남성보다 강한 진취적인 여성
섭정공 부인 엘리너는 비록 여성이지만, 곪아터진 야심은 쫒아버리라고 말하는 남편인 글로스터 섭정공보다 더 강한 높아짐에 대한 열망을 가진 여성이다. 또한 자신이 왕비로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직접 실행해 옮기는 정열적인 여자이다. ‘줄리우스 시저‘에 등장하는 브루투스의 부인, 그리고 ’베니스의 상인‘의 포셔를 보는 듯하다. 

② 르네상스 시대의 ‘기능공’들의 모습
르네상스 시대의 다양한 ‘기능공’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줄리우스 시저’의 첫 장면에도 기능공들이 관리와 다투는 장면이 등장하고, ‘한 여름밤의 꿈‘에도 직조장이 ‘보텀’과 다른 여러 기능공들이 모여 연극을 만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헨리 6세’에서도 “요크가 영국의 정당한 왕위 계승자이며, 헨리는 찬탈자”라고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는 갑옷 제작공이 등장한다. 또한, 반란자 잭 케이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선량한 벽돌공이였다며, 자신은 높은 가문 출생이라고 주장한다. 

③ 오만한 자의 죽음
'헨리 6세'에서 오만한 자는 죽음을 맞는다. 오만하고 안하무인한 서포크 백작은 해적에게 살해당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야망을 가진 섭정공 부인 엘리너 역시 죽는다. 오만한 자의 죽음은 셰익스피어 극에서 흔한 일이어서, 한 인물이 유난히 오만하다 싶으면 십중팔구는 죽겠구나 예측해 볼 수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본 ‘헨리 6세(제 2부)’는 국내 초연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극이여도 그렇지, 셰익스피어 이름값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객이 나를 포함해 10명도 채 되지 않은 점이 안타까웠다. 나는 그 후에도 몇 번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을 일부러 찾아서 관람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황량한 관객석의 모습은 열연을 하는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셰익스피어 역사극에는 《존 왕》, 《리처드 3세》, 《헨리 4세 제 1부》, 《헨리 4세 제 2부》, 《헨리 5세》, 《헨리 6세 제 1부》, 《헨리 6세 제 2부》, 《헨리 6세 제 3부》, 《리처드 2세》, 《헨리 8세》가 있다. 셰익스피어 역사극을 한국에서 관람할 기회는 드물다. 역사극이 상연된다면 꼭 시간을 내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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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썸네일 shakespeare 
May be by a painter called John Taylor who was an important member of the Painter-Stainers' Company.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 First Folio
By William Shakespeare, Isaac Jaggard and Edward Blount (printers) [CC BY-SA 4.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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