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국제음악제 -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특별 콘서트

글 입력 2014.05.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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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특별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번이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첫 내한공연이기도 하였고 나도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공연은 처음이었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곡은 개성이 뚜렷하고 특징이 확실했다. 그녀의 곡에서는 모든 음이 연결되지 않고 따로 따로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듣던 클래식의 연결되는 선율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현대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신선함과 충격 그 자체였다. 또한 첼레스타와 같은 신비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도 다양하게 사용되어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은 종교와 믿음의 표현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전쟁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실제로 격변의 현대사를 살아온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삶이 담겨있어서일까.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전쟁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가장 크게 와 닿은 감정은 황량함과 불안함이었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갔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피폐했을까 상상이 안 됐는데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을 들으며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고 조화가 깨진 삶을 되돌아보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실감이 됐다. 이런 걸 보면 음악은 그 시대와 분리될 수 없는 것 같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이번 콘서트는 총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곡은 바리톤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루바이야트>였다. 이 곡은 바리톤이 매우 특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바리톤은 말하기, 속삭이기, 글리산도처럼 말하기, 비명 지르기, 가성으로 노래하기 등의 성악기법들을 이용했는데 그것이 몹시 고통스러운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고통스럽다 못해 고통에 초연해져버린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바리톤의 텍스트 중에서 운명이여 너는 진정 도처에 세력을 뻗치고 있구나. 네가 갈라져 나온 칠흑 같은 어둠처럼 너의 굴레는 한계가 없네. 너는 비열한 자에게는 행운을 선물하고, 고귀한 자의 심장을 고통 속으로 추락시키는구나. 너는 선한 일은 할 수 없느냐, 아니면 진정 미친 것인가.’ 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이 되었다.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피아노를 연주할 때 피아노 건반이 아니라 피아노 뚜껑 안의 현을 긁으면서 연주하였는데 굉장히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곡은 피아노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인트로이투스>였다. 인트로이투스는 독주와 합주의 반복으로 이루어져있었다. 피아노 독주 부분은 굉장히 섬세하고 고요했다. 전반적으로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 코드는 불협화음이 아닐까 싶은데, 이 곡에서도 어우러질 듯 어우러지지 않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이 계속 되었다.
인터미션 후 이어진 마지막 곡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두 대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두 개의 길>이었다. 이 곡은 먼저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바스, 오보에, 플롯, 클라리넷,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들로 웅장하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두 첼로의 연주로 이어졌다. 첼로의 격하면서도 섬세하고 아슬아슬한 연주에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첼리스트 율리우스 베르거의 열정적인 연주는 시시때때로 넋을 앗아갔다. 지휘자 페터 히르쉬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와 총 예술감독이자 서울바로크합주단의 리더인 김민의 바이올린 독주, 그리고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연주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첼리스트 성현정과 율리우스 베르거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콘서트를 보며 어느 것 하나 인상 깊지 않은 것이 없었다. 현악기와 금관악기, 타악기의 묘한 조화와 예상치 못한 곡의 전개, 그리고 불협화음이 신기하게도 듣는이로 하여금 곡에 흡수되게 만들었다. 곡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일정하지 않은 음의 구성으로 듣기에 편안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독특한 매력으로 현대사를 잘 담고 있는 것이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이 아닐까 싶다
[조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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