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얼씨구, 잘한다!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온'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1.2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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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모아내고 디딤으로 쌓아올린 온(蘊)
일시: 2015. 1. 22 (목) 오후 7시 30분
장소: 창덕궁 소극장
가격: 전석 3만원 / 1인 1티켓 소지 필수
주최/주관: 박경량류 영남교방청춤 연구, 보존, 계승 학회
예매문의: 010 - 4224 - 0523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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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잘 한다!” 잘못 들으면 빈정거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추임새다. 지난 22일, 아주 특별했던 ‘온’ 의 공연 내내 이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관람석에서 말이다. 처음에는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갈수록 그 추임새도 공연의 일부가 되어 곧 익숙해졌다. 오히려 나도 흥이 나 추임새 행렬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 공연에서 못다 풀은 흥겨움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 양반 사회자인 양 어투라도 바꿔볼 테니 생소해도 너그러이 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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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그럼 내 어디 이번 무대에 대한 짧은 소견을 한번 풀어보겠네. 첫 번째 막을 누가 올렸는고, 하니! 얼씨구야 ‘영남승무’ 로다. 이보게들, 우리 한국의 전통 춤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무어? 탈춤! 옳거니. 또? 승무! 그래 옳아, 첫 디딤은 한국 전통 춤의 하나인 ‘승무’ 일세. 그 ‘승무’ 라는 것이 말이야, 탈춤, 무당춤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춤 중 하나일세. 중요무형문화제 제 27호에 지정될 만큼 민속무용 중 예술성이 으뜸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이 승무다, 이말씀이야. 영남승무는 말일세, 불교의식에 쓰이던 춤과 영남지역의  마당 놀이춤, 탈 놀이춤이 섞여있다네. 그래서 영남지방 특유의 남성스러움이 돋보이는 동작이 많은게지. 북을 칠 때도 아주 볼만하다네. 장구와 함께 엇박을 내기도 하고, 함께 박자를 맞춰가기도 하는데 어찌나 관객들을 갖고 노는지, 정녕 소리로 희롱당했지 뭔가. 아주 요망해. 손짓은 또 어떻구. 마치 장삼자락이 손인 양 어깨부터 손끝까지 능선이 살아있더라니까. 손끝에서부터 흘러흘러 물결을 이뤄내니, 곡선미가 일품이라. 에헤이! 밑의 주소의 여편네가 나보다 더 설명을 잘 할터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네.



7분 다큐: 한국 전통 춤의 정수, 승무


아차차, 잊어버릴 뻔했으이. 자네들 모두 시인 ‘조지훈’은 알고 있는감? 아,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라고 시 ‘승무’를 쓴 그 시인 말일세. 에잉, 쯔쯧. 학문을 게을리 하면 못써! 좌우지간 시인 조지훈도 언급하였듯, 승무의 복식은 하이얀 고깔을 머리에 쓰고 장삼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멘다네. 우리나라 전통춤의 옷 색깔은 흰색이 기본 바탕일세. 거기에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서 비롯된 오색(五色) 옷차림을 하는 것일세. 그리고 승무의 이 복식은 축귀 및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이. 또, 머리에 고깔을 써서 얼굴을 확연히 볼 수 없게 하는 것은 관객에게 아첨하지 않으려는 예술 본연의 내면적인 멋을 드러낸다니, 진정 뼛속까지 예술인일세, 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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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어디보자, 으응 다음은 영남 교방살풀이일세. 자네들 살풀이춤이란 본디 굿판에서 추던 춤이라는 걸 아는가 몰라? 예로부터 선조님들은 그 해의 나쁜 운을 쫓기 위해 굿판을 벌였는데 그곳에서 무당이 즉흥적으로 나쁜 기운을 풀기 위해 춘 춤을 살풀이라고 불렀다고 하는군. 즉, 천도하는 춤이라 이말이야. 헌데 이것도 추는 목적이 더 있단 말이지. 바로 님을 그리며 그 한을 담아서 추는 게야. 이번 춤사위가 바로 그랬다는 것 아닌가. 이번 공연의 살풀이 춤꾼은 오라비를 병으로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버렸어....그 그리움으로 춤사위를 놀렸으니, 한이 여기까지 찡-허니 울려오더만 그래. 참으로 할 말을 잃었더랬지. 그래서인지 살풀이춤의 복식도 치마와 저고리 모두 흰색일세. 있는 그대로,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는 색이지. 거기에 가면과 종을 들고나와 가면을 마치 제 오라비 얼굴 만지는 어루만지는데, 표정이 절절하여 보는 사람마저 애잔하였네. 마지막길 배웅하듯 종을 울리고, 수건으로 살풀이를 하니 이승에 남은 미련 훌훌 털고 저승으로 가게 함이라. 슬픔도 춤으로 승화시키는 한의 정서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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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굳은 얼굴들 푸시게나. 그런 얼굴들을 보고 어디 춤꾼들이 흥이 나겠나. 다음으로는 이 내가 가장 고대하였던 선비춤이네! 영남지역의 선비들은 학문과 덕을 두루 겸비한 자로서 학문 뿐 아니라 예, 기, 사냥, 놀이 등을 즐기거나, 교방의 기녀들과 서로 시를 주고 받으며 여유와 풍류를 가진 인물들이었다고 하더군. 과연 그랬을지는 의문이네만.....뭐 그렇다고 하네. 선비의 복색을 한 여자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선비의 손짓, 몸짓, 표정을 기가 막히게 구현해내더군. 순간 반할 뻔하였으나 참았네. 개인적으로는 선비춤에서 영남교방춤의 발짓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네. 영남 교방무는 일반적인 춤보다 발목의 사용범위가 넓다고 하더군. 덕분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신체의 고저변화를 꾀할 수 있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해낼 수 있다고 하네. 선비춤에서 선비 특유의 발걸음과 춤사위는 발목의 사용이 관건인데 전혀 어색함이 없고 선비다운 담백함과 과하지 않은 멋들어짐이 곁들여져있었네. 그 뿐만이 아닐세. 도구로 부채를 사용하는데, 그것이 풍류를 더하고 신체의 일부가 되어 또 다른 곡선을 만들어내더군. 한국 무용의 특징인 ‘동중정(動中靜)’ 즉, 움직임에서 휴지를 주는 그 순간에 부채를 통한 미약한 움직임이 시선을 끌었다네. 백문이 불여일견, 내 팔을 희생하여 여기 생생한 영상을 담아왔네.





이제 대망의 마지막 무대로군. 바로 ‘영남교방청춤’ 이네. 원래 영남이라는 지방은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하네. 그 영향으로 인한 남성성과 기방의 여성성이 교묘히 조화를 이루고 있지. 박경랑 운파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하지만 기녀가 추는 춤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칠걸세. 조선의 기생들은 천박하지 않게 예와 법, 도를 갖추었고 가, 무, 악, 시, 화에도 능통할 만큼 팔방미인이었다네. 한낱 노류장화가 아니었어. 그래서 영남교방청춤에도 절제가 있고 우아함이 있을지언정, 절대 천박해보이지 않는다네. 영남교방청춤의 특징 중 하나는 무대의 활용성이 뛰어나다는 것일세. 곡선이나 원형의 무대진행법을 사용하여 어느 방향에서도 감상할 수 있고, 짜임새 있는 기교가 일품이지. 선비춤과 마찬가지로 부채를 사용하여 멋스러움이 더해지니, 흥이 절로 나는구만. 간드러진 완급조절 뿐 아니라 시선, 팔의 각도까지 그야말로 예술일세. 얼쑤! 게다가 절정 부분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춤사위였는데, 와, 보지를 않았으면 말을 말게. 마치 꽃봉오리가 피어나듯 한복의 모양새와 몸의 선이 어우러져 꽃이 피는 모습을 연상시키더군. 중심을 유지하는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님에도 가볍게 빙글빙글 도는것이 아주 신기하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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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 후기를 쓰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하나는 다시는 사극체를 도전하지 않으리라는 것과 둘째로는 한국 전통 춤이 굉장한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일세. 심지어 몸짓 하나하나, 의상 하나에도 뜻이 다 있고, 서양 코쟁이들의 직선 위주인 춤사위와 달리 모두 곡선으로 하나의 흐름을 이뤄낸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직선은 만들기 쉬우나 곡선은 어깨부터 머리 끝까지, 머리부터 발 끝까지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법. 이리 아름다운 우리 춤이 있는데 그 진가를 발휘 못하는것이 아쉽구만.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는 법. 옛 것이라 천시하지 말고 지금의 것과 옛 것을 아우르는 문화인이 많아지길 바라네.





참고자료: 한국 무용사전-한국 전통춤의 복장
디지털 양산문화대전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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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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