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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에세이
[Essay] 다이어리 입주민을 맞이하는 자세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복작거리는 다이어리
“언니, 사소한 일정은 제때 챙기고 싶어.” 작년 말,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한 연말 결산에서 고민하다 꺼낸 말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모 과목 중간고사 시험 당일날에 처음으로 시험 전 범위를 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기말고사와 팀 프로젝트가 있어 아주 망하지는 않았지만, 중간고사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마감일만 기억하는 이상한 기억력. 아무래도 내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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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4.02.02
칼럼/에세이
에세이
[Essay] 벚꽃 엔딩
봄의 의미
나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벚꽃을 거기서 본 적이 없다. 어쩌다 보니 친한 동생 D에게 들은 말도 "가을에만 학교 다닌 사람"이다. 2년을 사이버 강의로 보내다가 휴학 타이밍도 엇박이라 2학기에만 학교 다닌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학창 시절의 봄을 잊어버릴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고등학교 뒤편에 있던 공원은 나름대로 소소한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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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4.01.26
리뷰
도서
[Review] 아주 짧지만 파괴적인, 숄
<숄>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하나의 거대한 역사로 서술하기보다 남겨진 개인의 '빼앗긴 삶'으로 그려냈다. 송두리째 도둑맞은 삶을 통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질문하도록 했다. 우리는 이 비극의 역사를 어떻게 돌아보아야 할까.
소설 <숄>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책 제목과 같은 단편소설 <숄>과 <로사>로 엮여 있으며, 각각 1980년과 1983년 뉴요커 지에 발표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첫 번째 단편 <숄>은 수용소로 걸어가는 길이 배경이다. 젖먹이 딸 '마그다'와 마그다의 엄마 '로사', 로사의 조카 '스텔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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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2.30
칼럼/에세이
에세이
[Essay] 날
날이 진정으로 선명해지도록
날이 지나간 자리에 새겨지는 깊이를 선망했다. 날의 이름도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몇 번이고 맞부닥치면서도 깨지지 않을 유리의 반짝거림을 떠올렸던 일이 시작이었을까. 결국 날 하나를 만들어냈다. 유리잔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만큼이나 선명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날붙이의 이름은 흐릿했다. 용도 역시 미정으로, 그 날의 정체를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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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2.29
칼럼/에세이
에세이
[Essay] 겨울 잠수부
내게 찬 공기를 온전히 유영할 권리를 주세요.
분명한 파열음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살갗에 침을 불어넣는 모습이 한껏 팽창된 공기를 타고 내게 닿았습니다. 겨울 잠수부는 눈을 질끈 감고 밤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잠수부는 시린 공기를 홀로 유영할 권리를 주장합니다. 물고기 뻐끔거리는 소리로 가득한 이 바다는 곧 죽습니다. 당신들의 마찰은 그의 평범한 삶을 부수고, 저 아래로 가라앉는 시간을 빈정거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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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1.24
리뷰
공연
[Review] 실내악, 세밀한 불꽃을 날리며 타오르는 정열 : 트리오 콘 스피리토 창단 15주년 기념 음악회
낙엽을 잔뜩 묻힌 발걸음을 전부 태워 오선지를 빼곡히 채우다
좋은 공연을 감상하는 일은 낙엽을 세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낙엽이 어깨 위로 떨어지는 순간, 이름 모를 나뭇잎이 성큼 다가온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이 아직 상강의 영역을 다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트리오 콘 스피리토'의 공연이 그러했다. 15년간 멤버 교체 없이 쌓아 올린 화음이 내 모든 감각을 일깨워 여러 번 곱씹을 순간을 선사했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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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1.12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덩어리를 해체하기 [문화 전반]
검은 것 집약체와 희멀건 단선
요즘은 정체불명의 검은 덩어리만 내뱉게 된다. 글의 탈을 쓰고 있으나 무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생각과 예민한 문장의 연속이다. 자꾸만 엉겨 붙는 단어들은 그 이음새가 훤히 보이지만 쉽사리 떼어낼 수 없다. 이들을 끈적거리는 단어 주제에 자꾸만 버석거리는 낙엽처럼 군다. 아무래도 바닥에 놓아둔 탓이다. 사실은 제 자리가 아닌 곳에 눌어붙은 문장이 밉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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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0.26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세심한 느낌표, N
지인 N을 인터뷰하다.
N의 글은 꽤 오래전부터 읽어왔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아도 안부를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사소한 일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SNS에 공유하는 N은 텍스트로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텍스트로 살아있는 사람을 또 다른 공간의 텍스트로 옮겨오기 위해 필요한 일은 대화다. 이미 알고 있는 모습과 새롭게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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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0.20
오피니언
사람
[Opinion] 느린 편지 [사람]
몇 통의 편지를 남겨놓기로 하자.
어느날 갑자기 글 쓰기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 편지는 많이 쓰지 않았다. 굳이 편지가 아니어도 늘 안부를 묻고 있어서다. 물론 매일 연락을 넣지는 않고, 아주 가끔 상대방이 생각나면 연락하는 식이다. 특히 부모님과는 매일 보는 사이라 편지가 크게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도 편지라면 나는 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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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0.13
오피니언
음악
[Opinion] 무서우리만치 솔직한 사랑 고백 [음악]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가끔 그런 날이 찾아온다. 난장을 치고 싶은 날, 괜히 한 번 정체 모를 무언가에 뻗대고 싶은 날. 가을 한번 이상하게 타는 듯하다. 그러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톡 쏘는 노래를 온몸에 들이붓고 하루를 끝내보자. 긱스의 "짝사랑"을 소개한다. 곡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긱스 이야기를 꺼내 보기로 한다. 긱스(GIGS)는 보컬 이적을 주축으로 뭉친 6인조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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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10.06
오피니언
공간
[Opinion] 경복궁을 거닐며 본 것은 [공간]
우리는 잠깐이나마 정다운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작년 추석을 기억한다. 정확히는 2022년 9월 10일 금요일. '대국민 티켓팅'을 실패하고 대뜸 경복궁을 보러 갔었다. 날이 좋으니 대낮의 경복궁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숙사를 나섰지만 결국은 보지 못했더랬지. 평일 입장 마감 시간이 5시까지인 줄은 정말 모르고 나갔으니까! 푸른 하늘 아래로 넘실거리는 경회루의 버드나무나 고궁이나 하는 것들을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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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09.29
오피니언
사람
[Opinion] 거울을 바라보는 일 [사람]
오늘도 고약한 감정을 지그시 바라본다.
매일 거울을 본다. 외모 강박이 있어서는 아니고 모두가 알 법한 지극히 일상적인 이유에서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전신 거울은 없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반쪽짜리 거울은 나의 몸 맨 위부터 아래까지를 오갈 일은 없지만 내 모습을 차별 없이 비춘다. 나의 살갗 아래에 스민 불안마저도 가감 없이. 거울 보는 일이 가끔은 버겁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우연히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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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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