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세심한 느낌표, N

글 입력 2023.10.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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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글은 꽤 오래전부터 읽어왔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아도 안부를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사소한 일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SNS에 공유하는 N은 텍스트로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텍스트로 살아있는 사람을 또 다른 공간의 텍스트로 옮겨오기 위해 필요한 일은 대화다. 이미 알고 있는 모습과 새롭게 알게 될 모습을 풀어낼 자리가 필요했기에, 성실하게 글을 써온 N을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글 쓰는 사람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일상을 글로 담아내려 하는 사람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글을 어떻게 쓰시나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에서 출발해요. 자세히 관찰하면 보이는 것이 많아지면서 생각이 많아져요. 그렇게 글감이 생겨요. 

 

 

글을 쓰면서 하는 고민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어요.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래서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것이 항상 고민이네요.

 

 

잘 읽히는 글이라고 하면 괜히 물어보고 싶단 말이죠. 읽기 쉬운 글일까요?

 

쉬운 글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글이라도 흐름이 매끄럽거나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주제를 다루게 될 경우에는 글이 어렵더라도 잘 읽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글을 쓸 때는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공감할 수 있게 쓰려고 해요. 반대로 쉬운 글을 쓸 때는 매력적으로 쓰려고 해요.

 

 

글을 쓸 때도 음악이나 영화 같은 매체로부터 영향을 받으시나요?

 

영향을 받는다기보다, 소리 내서 읽을 것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소리 내서 읽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고려해요.

 

 

세심하시네요. 본인이 정의하는 따뜻함은 무엇인가요?

 

공감이요. 꼭 사람에 대한 공감이 아니더라도 다른 시선에서 생각하는 폭넓은 공감 같아요. 생물이 아니더라도 그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함이요. 

 

 

예를 들면?

 

버려지는 화환의 심정을 생각해 보는 것이요.

 

 

버려지는 화환의 심정이요?

 

버려지는 화환은 자기 자신도 버려질 줄 알았을 텐데, 그래도 막상 버려지면 슬프지 않을까요? 주변이 다 쓰레기들이니까요.

 

 

발상이 귀엽네요. 예상치도 못한 답변이라 재밌어요. N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죠. 인상 깊은 구절이 있을까요? 

 

특정 구절에 강하게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에 나오는 맹인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묘사한 구절이 인상 깊었어요.

 

 

어둠의 명도가 달라진다. 계단이 끝났다는 것을, 불 켜진 현관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아볼 수 있다. 희끄무레하고 검은 것들의 윤곽이 보인다. 우편함으로 짐작되는 회색과 흰색의 벽면, 아마도 현관문 바깥일 압도적인 어둠이 보인다.

 

 

'잘 읽히지만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글'과 '잘 읽히지 않아도 논란의 여지 없이 따뜻한 글' 중에서 무엇을 택하시겠어요?

 

고전 명작을 보면 당대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 대단히 많잖아요. 만일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제가 쓴 글이 살아남는다면, 사회에 청사진을 제시한 작품이 될 테니 전자를 택하겠습니다.

 

 

글도 종류가 다양한데요. 혹시 잘 쓰고 싶은 글의 형태가 있을까요?

 

가장 잘 쓰고 싶은 글은 학술적인 글인 것 같아요. 그런 글이 학계에서만 도는 경향이 있는데, 제가 꼭 학계에 있지 않더라도 학술적인 글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감도 높은 음악을 좋아하는


 

오늘 오면서는 무슨 음악을 들으셨나요?

 

여기 걸어오면서는 윤하의 'RescuE' 앨범을 순서대로 들으면서 왔어요.

 

 

윤하! 저는 혜성이 제일 좋더라고요.

 

혜성은 26이라고 쌍둥이 곡이 있는데, 아시나요? 혜성의 시점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쓴 곡이에요.

 

 

언젠가 가사에 가중치를 높게 둔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특별히 가사를 중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사를 보면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요. 글을 많이 읽고 쓰다 보니 가사를 중시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일본어로 된 노래를 잘 듣지 않는 것도 가사가 바로 들리지 않아서예요.

 

 

그렇다면, 어떤 가사들을 좋아하세요?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가사들이요. 음악에 억지로 짜 맞추지 않고 때로는 박자를 희생하면서까지 가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가사들을 좋아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잔나비인 것 같아요. 보컬과 세션, 가사가 모두 균형 있게 좋아요.

 

 

잔나비 앨범 중에서 가장 아끼는 앨범이 있나요?

 

'See Your Eyes'.

 

 

그 이유를 조금 더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어떤 가수든 초기 앨범을 좋아하는데, 다들 초기 앨범에서는 개성이 많았다가 점점 인기가 많아지면서 평범해지거든요. 그런 점에서 'See Your Eyes' 앨범이 잔나비 특유의 감성이 있으면서 대중성도 어느 정도 챙기고 있는 앨범이라 가장 좋아해요.

 

 

보통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하면 플레이리스트 하나씩은 다 만들잖아요. 플레이리스트를 전혀 만들지 않으신다고요.

 

복합적인 이유로 플레이리스트를 쓰지 않는데, 저는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을 좋아해요. 전자 형태가 아닌 마음에 저장하는 것이요.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버리면 노래의 추가와 제거가 그렇게 빈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노래를 조금 다양하게 듣고 싶기도 하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곡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플레이리스트 만들기가 귀찮기도 하고요.

 

 

반대로 말하면 기억하고 싶은 노래가 많다는 이야기네요. 플레이리스트 없이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다는 의미가 어떤 의미일까요? 

 

음악 장르의 다양성과 아티스트의 다양성 모두를 말하는 거예요.

 

 

새로운 음악과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싶다는 느낌일까요?

 

발굴보다는 열심히 노력해서 낸 작품이고, 앨범을 최대한 한 번씩 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신곡이 나오면 1theK 등 여러 채널에서 한 번씩은 다 들어봐요. 

 

*

 

N은 자신이 쓴 글을 단 하나의 문장 부호로 표현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느낌표'라고 답했다. 인상적인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아마 느낌표 씨는 지금도 일상에 물음표를 남기고, 삶의 일부를 길게 늘어트리며 쉼표를 여러 차례 찍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다양한 문장 부호 사이에서 유일한 느낌표 씨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시간을 내어 질문 폭격에 재미난 답변을 해준 N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인터뷰를 마친다.

 

 

[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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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봄유아
    • 재미난 답변들이네요. 노래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이런 견해들은 확실히 좋다고 생각해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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