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에서 26년으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아직도 올해의 목표나 계획을 다이어리에 적지 않았다. 적을 말이 없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다. 그저 작년의 버킷리스트 중 이루어진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다시 적는 게 왠지 뻘쭘해서였다. 마음 속 깊이 언제나 품고 있었던 버킷리스트들은 대부분 아직 세상 빛을 보지도 못했다.
말로 뱉으면 분명 이루어진다길래 열심히 떠들고 다닌 것들도 몇 개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말을 아끼게 됐다. 가볍게 말을 꺼냈을 때 사실 속으로는 이 꿈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지만, 당장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해서 나 자신과 그 꿈마저 가볍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였다.
물론 여전히 꿈을 실체화하기 위해 노력하면 분명 그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막연한 이야기래도 말로 목표를 공유하면 실제로 어떻게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발전하며 이후의 갈피가 잡히는 경험을 직접 해봤기 때문이다. 말로 꺼낼수록 그 소원들이 닳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건, 순전히 그 꿈을 그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은 내 탓일 것이다.
그런 고로 한 번은 정리했어야 했던 신년 버킷리스트를 이 기회에 정리한다. 어디에든, 어떻게든 글로 적어두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다시 한번 믿어본다.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면 된 거야
직접 기획하고 직접 찍은 필름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고 싶다. 작년에는 진지하게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에게 TF 팀에 들어와달라고 넌지시 부탁한 적이 있다. 장소와 대관비 견적도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예산과 홍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 무기한 연기하게 되었지만, 늦어도 올해 연말에는 작은 전시라도 하나 열고 싶다. 막연한 꿈이 되지 않도록 기획과 촬영, 대관, 예산안 제작, 홍보를 위한 스케쥴링을 다음 달부터 진행하려 한다. 많은 예산과 품이 들어갈 꿈인 만큼, 이를 위해서라도 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깃들어 있다.
눈바디와 인바디가 모두 달라지는 운동 습관을 기르고 싶다. 자세와 체력에 대한 고민은 성인이 된 이후로 계속 해 왔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평소에 '건강하다'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감기에 걸리면 한 달은 기본으로 앓는 데 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근력과 폐활량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다. 올해에는 꼭 가벼운 운동이라도 습관화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외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다. 다음 달 졸업을 앞둔 지금, 대학 시절 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은 후회로 남는다. 그 중 하나가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일이었다. 서로의 문화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마음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줄곧 느껴왔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이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이런 교류를 통해 보다 견문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학부 시절에는 쑥스러워서 다가가지 못했지만, 이제 기회가 된다면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
취업에 성공하고 싶다. 갑작스럽게 현실이 피부로 다가오지만, 올해 초 안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이기에 확실히 적어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주변에는 일찍 취업한 친구들이 많아서 취업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고백하자면 작년에는 이런 저런 일정과 망설임으로 인해 취업 준비를 후순위로 미뤄두었다. 좋게 말하면 '갭 이어(Gap Year)'지만, 솔직히 말하면 취미 활동만 잔뜩 한 것 같아서 이제는 취미들을 지속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직 정규직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일하며 이를 토대로 성장하고 싶다.
나의 사진으로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싶다. 이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꿈에서 탄생한 또 다른 꿈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인물 스냅을 찍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고,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작년에 우울한 시간을 보낼 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사진을 찍었기 때문도 있다. 작년에는 많은 위로와 감사한 순간들을 얻는 것에 그쳤으나 이제는 더 많은 실무로의 연결로 발전시키고 싶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사람들과 협력, 협업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에서 또 다른 인간적인 가치와 작업의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많은 버킷리스트를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들을 정말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위와 같이 구체적으로 적어보았다. 꿈을 가졌을 때는 언제나 정체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끼기 쉽다. 지금 나 자신 또한 늪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이 없다면 환희와 성취의 순간도 없을 거라는 걸 안다. 지금 당장 남들보다 앞서는 것보다 확실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믿는다.
작은 한 걸음이라도 확실한 진전이라면 그저 노트북 앞에 앉아 이렇게 내 꿈을 구체적으로 적는 순간이래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