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체불명의 검은 덩어리만 내뱉게 된다.
글의 탈을 쓰고 있으나 무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생각과 예민한 문장의 연속이다. 자꾸만 엉겨 붙는 단어들은 그 이음새가 훤히 보이지만 쉽사리 떼어낼 수 없다. 이들을 끈적거리는 단어 주제에 자꾸만 버석거리는 낙엽처럼 군다. 아무래도 바닥에 놓아둔 탓이다.
사실은 제 자리가 아닌 곳에 눌어붙은 문장이 밉다. 가장 처음 쓴 문장이 다음 문장과 얼기설기 얽혀 검정은 까탈스럽고, 그 위로 먼지가 내려앉아 다른 문장의 속내도 덮는다.
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덩어리는 자꾸만 새벽에 날뛴다. 매서운 문장이 온전한 밤을 침범한다. 어떤 단어는 굵은 글씨로, 이탤릭체로, 시뻘건 글씨가 되었다가 이내 하나의 커서에 쥐 죽은 듯이 사라지곤 해서 나의 새벽은 조용할 틈이 없다. 어차피 사라질 문장에 몸서리치고.
그러다 문득, 둔한 덩어리 사이로 말간 얼굴을 마주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삶을 지켜보는 기억의 편린을 붙잡는다. 내게 글 맡긴 이와 건네받는 이의 이름을 다시금 생각하고, 쉽지 않은 실타래를 본래의 모습으로 찢기로 한다.
나의 일이란 당연하게도 희멀건 눈들에 손짓하고, 온종일 새까만 이음새들의 자초지종을 듣는 것. 다락에 맴도는 최초의 문장을 공기의 살갗으로 밀어 보내기까지 온종일, 살아 숨 쉬는 이들의 눈꺼풀 위로 흩뿌리며.
고요한 새벽을 다시금 찾아 잠을 청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