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ject 당신] 평안에 이르렀나 [서간문]
희망이라는 단어에 빈칸이 많아도 괜찮아. 채워 넣지 못한 시간들이 있다고 해서 삶이 실패로 기울진 않아.
서른을 지나면서 나는 '평안'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어. 처음에는 "20대보다 생각보다 괜찮네"하고 지나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는 조금씩 깊어졌지. 열아홉의 너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같았고, 스물의 너는 끝없이 솟구치는 불꽃이었지만, 그 불꽃은 금세 식어버렸어. 재 속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세상은 빠르게 달려가는데 너의 발걸음은
by 오금미 에디터 2025.08.31
-
[Project 당신] 나의 반쪽이에게 [서간문]
반쪽이 반쪽에게
나와 똑 닮은 효원아, 안녕.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정말 얼마만인가 싶어. 거의 매일 붙어있는 우리는 편지를 전하기 보단 늘 마주보고 대화하길 좋아했으니까. 지금도 내 앞에 앉아 할 일에 열중한 모습인 너를 두고 이 편지를 쓰려 하니 아주 어색해. 그래도 생각해보면 넌 나에게 꽤 종종 편지를 써주었던 것 같아. 그것도 매번 예상치 못한 선물과 함께. 모
by 신지원 에디터 2025.08.31
-
[Opinion] 아, 비닐우산 또 잃어버렸네 [사람]
소모품이 아닌 관계를 위하여
날씨를 확인하지 않고 집을 나선 날에 하필 비가 온다. 나는 비를 피하려 급히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제일 싼 비닐우산을 집어든다. 값비싼 것은 필요 없다. 그저 지금 당장 내리는 비만 버틴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말이다. 투명한 비닐에 물방울이 뚝뚝 맺힌 채,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닐우산과 함께 빗속을 걸어간다. 집에 돌아와 우산을 놓기 위
by 이소연 에디터 2025.08.31
-
[Opinion] 모든 좀비물은 무섭고 징그러울까? - 좀비딸 [영화]
새로운 옷을 입은 좀비물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개 좀비란 사람을 해치는 무섭고 징그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누군가 좀비화가 되면 더 이상 인간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기괴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그런 좀비에게 물어뜯긴 다른 누군가도 결국 같은 좀비로 변하고, 결국 세상은 좀비와 인간 간의 대결 구도로 형성된다. 이는 좀비물에 흔히 나오는 단골 소재이다. 이로 인해
by 조은정 에디터 2025.08.31
-
[Opinion] 어른들의 사치, 4천 원짜리 캡슐 속에 담긴 것 [문화 전반]
우리는 장난감만을 목적으로 하여 결코 작은 돈이 아닌, 4천 원 이상의 돈을 주고 사려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비싼 돈이라고 느껴져도 가챠를 뽑는다는 행위에서 오는 일탈감과 가챠를 뽑는 잠시의 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부담 없는 작은 기대, 설렘 등을 구매하는 것이다.
한참 ‘가챠’를 뽑기 위해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이 SNS 속에서 많이 보였다. 지금 또한 가챠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젠 한국에서도 이전보다 쉽게 가챠 기계가 잔뜩 모여진 가챠숍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유행에 탑승했다. 캡슐 속에 들어있는 작은 장난감이 4천 원을 훌쩍 뛰어넘어 확연히 비싼 가격이지만, 그럼에도 가챠가게들에 어른들이
by 김유정 에디터 2025.08.31
-
[에세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기
나는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
S는 그날 나에게 그간의 행동들이 다 의미 없어졌다고 말했다. 몇 달 동안 애 쓴 것의 결과가 고작 이거였더라면 진작 관뒀을 거라고.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기는 했지만 그후로 S를 다시 보지 못했다. S를 생각하면 그의 초조함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사소한 일로도 고민하고 염려하고 불안해했다. 이유를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아마 그
by 박수진 에디터 2025.08.31
-
[공연] 언더독 The Other Other Bronte
브론테 자매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다
영국이 주목하는 작가 사라 고든의 국내 초연 브론테 자매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다 오는 9월 25일, 더줌아트센터가 영국 극작가 사라 고든(Sarah Gordon)의 화제작 [언더독: The Other Other Brontë(이하 언더독)]을 국내 초연으로 선보인다. [언더독]은 2024년 3월, 영국 내셔널시어터에서 첫 무대를 올려 관객과 평단의 뜨거
by 박형주 에디터 2025.08.30
-
[Review] 서로의 상처를 껴안는 이들 - 르 마스크
이름을 묻는 것은 당신의 존재를 알고 싶다는 것
나는 몸에 흉터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유전적으로 있는 자국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것이랬다. 어릴 때부터 크게 신경 쓴 적 없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거슬리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초등학교에 가서 그것으로 상처받는 일이 하나 생겼다. 한 친구가 어쩌다 그걸 보게 됐는데, 그거에 대해 반 전체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by 박수진 에디터 2025.08.30
-
[Opinion] 중력을 이해한다고 해서 추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연극 '2시 22분' [공연]
돌이켜보면 샘의 주장은 대부분 인용이다. 과학계에서, 천문학에서는, 연구에 따르면, 책에 나와 있듯이… 본인이 공부해 온 이론에 사로잡혀 급기야 눈앞에서 일어나는 초현실적인 현상도 못 본 채 해 버린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그가 펼친 주장 중 오답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샘의 삶의 답은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정답일 수는 있어도. 샘의 답은 아니다.
* 연극 <2시 22분>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극 <2시 22분>은 130분 동안 공간적 배경이 바뀌지 않는다. 무대는 단 하나. 한 부부의 집 거실. 시간적 배경도 마찬가지다. 반나절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도 단 4명이다. 남편이 출장을 가 있던 지난 며칠간 새벽 2시 22분이면 귀신 소리가 들리
by 김지은 에디터 2025.08.30
-
[Review] 불안한 어른에게 판다가 건네는 위로 -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도서]
우리의 하루에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용기였다
최근 집에서 멀지 않은 회사에 인턴으로 합격했다. 두 번째 회사 생활이라서 아직도 낯설기만 한데, 생각보다 입사 직후부터 업무가 많이 들어와 정신이 없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많게만 느껴졌다. 물론 아무도 나에게 그 역량을 대놓고 강제하지 않는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성과를 크게 내야 할 것만 같았고, 상사가 말하는 것을 단번에 이해하
by 김지현 에디터 2025.08.30
-
[Opinion] 문학이 된 이별, 불멸로 남은 연인 [공연]
뮤지컬 <올랜도 인 버지니아>,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속 문학에서 불멸이 된 연인
뮤지컬 <올랜도 인 버지니아> 뮤지컬 <올랜도 인 버지니아>(Orlando in Virginia)가 뉴프로덕션의 창작으로 2025년 7월 9일부터 10월 9일까지, 2달 동안 링크아트센터 드림(구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초연된다. 이 작품은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Orlando)』(1928)를 기반으로,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와 귀족
by 이다연 에디터 2025.08.30
-
[Interview] 다른 눈으로 바라보려는 사람, 서예은 에디터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가다
@arachne.snap 사진은 보는 순간 머릿속에 특정한 인상을 남기지만, 글은 시간을 들여 읽어내야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진과 글은 서로 반대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좀 다르다. 한 장의 직관적인 사진 뒤에는 의도한 콘셉트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한 사진작가의 지난한 시간이 쌓여 있다. 한 편의
by 김소원 에디터 2025.08.30
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