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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확인하지 않고 집을 나선 날에 하필 비가 온다.

 

나는 비를 피하려 급히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제일 싼 비닐우산을 집어든다. 값비싼 것은 필요 없다. 그저 지금 당장 내리는 비만 버틴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말이다. 투명한 비닐에 물방울이 뚝뚝 맺힌 채,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닐우산과 함께 빗속을 걸어간다.


집에 돌아와 우산을 놓기 위해 우산꽂이를 봤다. 똑같은 비닐우산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언제 이만큼이나 모았는지 모를 정도로 많아진 우산이었지만, 문득 내가 산 비닐우산은 이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건 한두 번밖에 쓰지 않았지만 망가져버렸고, 어떤 건 나도 모르게 어디엔가 꼭 두고 나온다. 그리고 어떤 건 지금처럼 여전히 낯설게 구석에 서 있다. 결국 비닐우산은 늘 생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얇고 가벼운 존재는 나로 인해 내 옆에 오랫동안 있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어쩐지 비닐우산은 인간관계를 닮았다.

 

우리는 비가 쏟아질 때처럼 급한 상황이 오면 누군가를 찾곤 한다. 힘들 때, 외로울 때, 당장 곁이 필요할 때 연락을 건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상황이 나아지면, 그 사람의 존재는 잊혀진 듯 점점 멀어진다. 그렇게 소모품처럼 쓰이는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 내가 소중히 대하지 않으니, 당연히 금세 희미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비닐우산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뤄본다면 어떨까. 젖은 우산을 조심스레 말려두고, 살대가 고장났다면 고쳐 쓰고, 다른 우산들과 똑같이 아껴둔다면, 비닐우산도 꽤 오래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급할 때만 찾는 인연이 아니라, 평소에도 마음을 기울이고 자주 안부를 나눈다면, 그 관계는 결코 소모품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존재냐가 아니라, 내가 그 관계를 어떻게 대하느냐일지 모른다.


우산꽂이에 늘어선 비닐우산들을 바라보며 나는 다짐해본다.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겠다고, 필요할 때만 꺼내 드는 인연이 아니라, 평소에도 곁을 지키며 소중히 돌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그 다짐을 한 채 나는 우산꽂이를 다시 보았다.

 

내 우산꽂이 속 비닐우산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에디터 이소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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