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가챠’를 뽑기 위해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이 SNS 속에서 많이 보였다.
지금 또한 가챠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젠 한국에서도 이전보다 쉽게 가챠 기계가 잔뜩 모여진 가챠숍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유행에 탑승했다.
캡슐 속에 들어있는 작은 장난감이 4천 원을 훌쩍 뛰어넘어 확연히 비싼 가격이지만, 그럼에도 가챠가게들에 어른들이 가득 찬 것을 보면, 우리는 그 4천원으로 장난감 그 외의 것들 또한 얻는 것만 같다.
가챠가 유행하기 전, 우리의 어렸던 시절엔 200원부터 시작되는 ‘뽑기 기계’가 있었다. 동전을 넣고 원하는 장난감이 나오길 간절히 소망하며, 기대와 떨림에 부풀어 손잡이를 돌리고 캡슐을 확인하던 그 추억.
이제 더 이상 그 가격의 뽑기는 보기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어 4천원을 훌쩍 넘나드는 비용을 지불하고 그 추억을 사는 것은 아닐까 싶다. 소중한 돈을 지불하고, 불확실성 속 설렘, 기대, 바램을 가득 안고 돌리는 그 몇 초 동안 우리는 잠시 장난감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떨려했던 그 시절의 우리와 똑같다.
신중하게 뽑고 싶은 장난감이 들어있는 기계 앞에 서서, 어떤 것이 나오길 희망하며 돈을 넣고 힘껏 레버를 돌리는 행위. 이는 가챠 기계가 ‘랜덤’으로 돌아가기에 가능하다.
기계에서 나온 캡슐을 확인하며, 원하던 가챠가 나오면 행운을 잔뜩 만끽할 수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그 도파민이 엄청나다. 하루 종일 그 작은 장난감 하나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랜덤의 힘이다.
그리고, 줄곧 원하는 장난감이 나오지 않으면 잠시 실망을 하다 몇 번이고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들도 캡슐 속 장난감보다는 그 당시의 설렘, 기계 레버를 돌리는 손맛 등에 빠진다.
결국 가챠를 사는 사람들은 장난감을 목적으로 시작한 듯 보이지만 랜덤이 주는 긴장과 행운이라 여겨 느끼는 행복, 그리고 기계를 돌리며 느껴지는 손맛과 실패에도 큰 부담은 없지만 원하는 것이 나오길 바라는 작은 간절함 등으로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돈을 주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 가챠를 비롯한 ‘랜덤’은 마케팅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큰 유행을 하였던 팝마트의 ‘라부부’를 비롯하여 이전엔 포켓몬빵의 ‘띠부띠부씰’ 그리고 번화가에 빈번히 볼 수 있게 된 가챠숍들이 그 예시이다. 성공의 부담이 커진 사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실패와 부담 없는 도전이 랜덤의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우리는 장난감만을 목적으로 하여 결코 작은 돈이 아닌, 4천 원 이상의 돈을 주고 사려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비싼 돈이라고 느껴져도 가챠를 뽑는다는 행위에서 오는 일탈감과 가챠를 뽑는 잠시의 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부담 없는 작은 기대, 설렘 등을 구매하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지만 확실하게 보장된 재미, 실패에도 큰 부담이 없는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사치. 경험 소비가 늘어난 요즘, 이러한 요인들이 어른들이 가챠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