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그날 나에게 그간의 행동들이 다 의미 없어졌다고 말했다. 몇 달 동안 애 쓴 것의 결과가 고작 이거였더라면 진작 관뒀을 거라고.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기는 했지만 그후로 S를 다시 보지 못했다.
S를 생각하면 그의 초조함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사소한 일로도 고민하고 염려하고 불안해했다.
이유를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아마 그의 초조함은 잘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 하는 사소한 걱정에서 생긴 거겠지만, 나는 그게 그에게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었음을 안다.
S의 말은 이전에 다른 친구에게도 똑같이 들은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내가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전 같았으면 '그냥 해 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겼을 을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과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실망하고 자책하게 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돌이켜보기에는 최근이다. 7월 동안만 해도 기고만장하고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난다.
8월 초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면 중순부터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그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면 명확하게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무언가에 대해 현실을 자각했다는 것. 그런데 나는 몇 달 동안 이룬 것이 없다는 것.
합쳐보면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해야 할 일은 많다는 것이다. 어쩌면 S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
그렇게 한동안 우울했다가 우울해할 시간마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다. 나는 해야 한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나는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하기로 한 것이고,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 가는 것을 보면서 많이 불안하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좀 위안이 되었다.
S 생각이 유독 많이 나는 요즘이다. 그 애는 자신의 걱정들을 이겨내고 잘 지내고 있을까. 용기가 나면 연락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