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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동궁'이 '색채'로 서사를 완성하는 방법 [드라마]

압도적인 비주얼에 서사를 담은 오컬트 사극 드라마

by 권혜선 에디터
2026.07.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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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가 기묘하게 얽힌 오컬트 사극으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탁월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색채’는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인물의 내면 심리, 세계관의 확장,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핵심적인 서사 장치로 기능한다. 따라서 필자는 회차별 전개에 따라 색채가 어떻게 변모하고 의미를 획득하는지 알아보고, 함께 작품의 감각적인 연출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했으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가능한 작품 시청 후 읽기를 권하는 바다. 또한 필자의 해석은 무조건적인 정답이 아니며, 언제나 다른 의견을 환영한다.

 

 

 

Ⅰ. 이분법적 색채의 도입, 인간 대 귀(鬼)의 세계 분리


 

작품의 초반부인 1~2화는 인간이 거주하는 ‘현실 세계’와 한(恨)과 귀기가 서린 ‘귀의 세계’를 뚜렷한 색채 대비로 분리하여 시청자에게 직관적인 세계관을 전달한다. 산 자들이 숨 쉬고 살아가는 현실은 차분하고 서늘한 푸른 계열의 색감으로 포착된다. 푸른빛의 현실 세계는 이성적이고 차가운 인간 사회의 이면을 대변하며, 사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붉은색은 귀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 사용된다. 죽음과 원한이 깃든 세상을 강렬한 붉은빛으로 채색함으로써 귀의 세계를 시청자들에게 각인 시키고, 공포와 비극의 정서를 자아낸다. 이 철저한 이분법적 대비는 초기 서사를 쌓는 뼈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두 세계는 화면 속에서 뻗어 나가는 ‘가지’ 등의 연출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귀기와 한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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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강은 하나의 색으로 통일된 옷이 아니라 '푸른' 옷에 '붉은' 댕기를 착용하고 있다. 작품은 의상을 통해 귀신 소리를 들으며 두 세계의 경계에 선 생강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생강이 구천을 돕기 위해 이마에 '붉은' 피를 묻히는 이미지는 이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다. 이 장면이야말로 작품의 핵심 요소인 왕실의 핏줄, 구천과 생강의 공조 방식, 두 세계의 연결을 모두 담은 동궁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2화에서 적색에서 문으로 들어와 숨자, 보랏빛으로 전환되는 색감 연출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구천이 귀매에게 양기를 주는 조건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양기를 다 빨아 먹혀 죽을 위기일 때, 생과 사의 경계가 뒤섞인 보랏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후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자 위험을 감지한 생강이 밧줄을 끌어당겨 그곳을 벗어나게 되는데, 그곳에서부터 귀의 세계인 적색을 지나 인간의 세계인 푸른색의 세계로 돌아오는 '단계적인' 탈출 과정을 연출했다. 하지만 해당 회차에선 찰나에 불과하여 보라색의 경우 6화를 이야기할 때 추가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Ⅱ. 이분법의 첫 번째 균열과 예외적 색감의 출현


 

철저하게 유지되던 색채의 법칙은 3화에 이르러 첫 번째 균열을 맞이한다. 일관성을 깨고 귀의 세계를 붉은빛이 아닌 푸른빛으로 물들인 것이다. 연출은 줄도 없이 귀의 세계로 가버린 구천을 구하기 위해 생강이 귀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시청자의 예상을 깨는 색채 전환을 보여준다. 온전한 인간인 생강이 지닌 간절한 의지와 악귀로 만들지 않겠다는 구원의 열망이 경계를 뚫고도 닿을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귀의 세계가 가진 고유의 구분을 일시적으로 지워버렸다. 즉, 이를 통해 두 세계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업보에 따라 서로 영향받을 수 있는 유기적인 공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3화에서 생강은 벽조목에 구천의 피를 묻혀 귀의 세계로 꽂아 보내주었고, 4화의 구천은 승은상궁이 만든 배냇저고리로 실을 만들어 자기 피를 묻혀주었다. 생강이 그 실을 화살에 감아 현세에서 쏘자 귀의 세계의 승은상궁 귀신이 맞아 원한을 약하게 만들게 된다. 귀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색채 복선을 회수한 것이다.

 

 

 

Ⅲ. 푸른색을 안은 붉은색, 비극을 향한 암시


 

중반부로 향하는 4화에서는 인물의 복식을 통해 비극의 실체가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다.


특히 왕의 사냥길에서의 복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냥터에서 주립(朱笠)을 쓰고 붉은색 옷을 입은 왕은 푸른색 옷을 입은 영안군을 품에 감싸안고 가고 있다. 세자는 왕의 품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어린 세자가 피를 토하는 순간 깃발이 나부끼며 임금의 주립이 보이는 구도와 색채를 연출한 감각은 감탄을 자아낸다. 실제로 많은 대중이 마음에 든다고 평가한 시퀀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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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워 그런 것도 있지만, 그 임팩트만큼 시각적으로 은유하는 것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동궁>의 세계관이 설정한 것처럼 붉은색은 귀의 세계와 죽음을, 푸른색은 현실세계와 삶을 상징한다. 왕이 붉은색을 띤 채 푸른색의 아들을 품에 안은 형상은, 왕 자신이야말로 귀의 세계와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이자 자신의 손으로 혈육의 목숨을 거두어간 저주의 당사자라는 잔혹한 진실을 시각적으로 폭로하는 복선이다.



 

Ⅳ. 보랏빛 세계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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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후반부로 향하며 <동궁> 속 세계관의 색채는 더욱 혼란스럽고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6화에서 구천이 다시 진입한 귀의 세계는 붉은빛이 아닌 보랏빛으로 그려진다. 해당화에서 보라색으로 채색된 세계가 등장하는 것은 구천이 귀매의 눈을 얻어 세자 귀신에게 끌려다니는 생강을 구하기 위해 들어선 시점이다. 보라색은 생명을 의미하는 ‘푸른색’과 죽음을 의미하는 ‘붉은색’이 혼합되어 나오는 색이다. 이런 색채의 특성을 통해 구천이 자신의 생(生)과 사(死)를 걸고 극한의 싸움에 돌입하면서, 두 세계의 경계는 이제 완전히 섞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옹주는 노란색과 푸른색을 거쳐 '붉은색'의 옷을 입게 되며 귀의 세계의 저주 속으로 깊숙이 포섭되었음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죽였다는 세자 귀신의 속삭임에 마음이 흔들려 무너진 틈으로 귀신이 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Ⅴ. 결국 인간이 만든, 황색의 귀계


 

이제 작품은 두 회차만을 앞두고 있다. 옹주는 귀신이 들어왔을 땐 붉은 의복이었다가, 귀신을 내쫓고 깨어난 후론 흰색 의복으로,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은 후론 짙은 녹색 의복을 입고 있다. 귀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구천을 구하고 궁의 저주를 풀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심리적 생명력을 회복한 것이 의상의 색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생과방 생각시 지율이 등장 시점부터 계속해서 연두색 저고리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귀의 세계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있는, 구천과 생강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임을 처음부터 암시하고 있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 국면에 이르러 드라마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새로운 차원의 색채 폭풍을 마주한다. 이전의 색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비, 궁녀 등 할 것 없이 궁에 피바람이 분다. 여제에서 왕이 착용하고 있는 면류관과 의복, 장소의 색감에서도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이 모두 뒤섞여있어 안전한 세계(색)는 없음을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세자 귀신의 힘이 약해지고 조금이나마 혼란이 사그라든 것은 추후 왕이 면류관을 내려놓고, 자신의 잘못된 방식을 진심으로 사과해 역병 마을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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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전환되며 세자가 왔을 때 드러나는 세계가 황색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왕가의 은폐된 죄악과 역병 마을 백성들의 원한이 폭발하며 세계는 황색 빛깔의 탁한 귀계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순히 한에 맺혀 죽은 귀신의 세계가 아닌, 본질적으로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만들어낸 가장 추악한 혼돈이다. 왕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악귀가 되어 왕과 모든 백성을 다 죽이겠다는 세자귀의 어긋난 욕망이 가장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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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열린 비극과 적색 엔딩


 

모든 변괴가 사라지고 궁이 다시 녹음이 짙어진 푸르른 색을 되찾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왕좌에 깃들어있는 과거 왕이거나 왕이 되지 못한 귀신들의 황색 혼, 구천의 손목에 남은 족쇄와 검은 흔적,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적색의 저주받은 공간으로 변모하는 궁의 모습은 여전히 사태가 끝나지 않았음을 예고하며 여운을 남긴다. 결국 <동궁>은 인간의 근원적인 업보와 욕망이 청산되지 않는 한, 이승과 저승, 선과 악을 나누는 색채의 경계는 언제든 다시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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