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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네 삶의 브레이크를 지우고 - 싱 스트리트 [영화]

존 카니, 〈싱 스트리트〉 리뷰

by 조예은 에디터
2026.07.18 14:46

 

 

그 많던 가르침은 다 어디로 갔나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또다시 무기력에 빠지고 만다. 사회의 부정의함에 저항할 수 없음은, 부도덕함을 지켜볼 수밖에 없음은, 결국 타협에 이르도록 당장의 실익과 눈앞의 책임에 무너질 수밖에 없음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비참하고 또 비참한 심경으로.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가서 이 영화를 보고 나왔다.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 방문에 붙어있던 포스터를 보며 잠시 그 내용이 궁금했었고, 청소년 시기에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는 얘기를 어른이 되어 만난 다른 친구에게 전해 듣곤 했다.


보기 직전에는 존 카니 감독의 대표작인 세 작품 중 가운데에 있는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비긴 어게인〉의 낭만과 〈원스〉의 현실 사이에 〈싱스트리트〉가 있다고. 너무 행복하지도 않지만,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이야기라고. 어쩐지 지금 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꽉 닫히지 않은, 그런 부류의 열린 결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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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코너가 싱 스트리트(SYNGE STREET)에 전학을 가게 된 건,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1980년대 아일랜드에서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았고, 수많은 젊은이가 희망이 없는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곤 했다. 코너의 집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갑자기 몰아치는 사회의 풍파 속 다섯 식구의 생존을 간구해야 했고, 다소 극단적이더라도 당장 눈앞의 지출을 줄여야 했다.


그래서 결국은 코너가 희생했건만, 험상궂어 보이는 문제의 학교에 다니면서도 그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처럼 보이는 배리에게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하는가 하면, 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스터 수사에게 다소 폭력적이고 수치스러운 처벌을 당하기도 한다. 와중에 그의 부모님은 불륜 문제로 매일 싸움을 벌이더니, 결국 이혼이나 다름없는 별거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여러모로 갑갑한 상황들. 그러나 그때마다 코너의 곁엔 '싱 스트리트'가 있었다. 첫눈에 반해버린 자칭 모델 라피나와 어떻게든 연결되고자 홧김에 던진 말이었지만, 덕분에 그는 어영부영 밴드를 창립하고 손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명곡'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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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신비로움을 떠올리며 오리엔탈 리프(Oriental riff) 멜로디를 활용해 만든 The Riddle Of The Model, 엄마의 외도 소식에 몰려오는 심란함을 누르고 형이 추천한 노래를 듣다 나온 희망찬 Up,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더블린 근교로 여행을 떠났던 추억과 함께 기억될 A Beautiful Sea.


약속했던 곳에서 결국 라피나를 만나지 못한 조바심과 기다림을 행복한 상상으로 달래며 불렀던 Drive It Like You Stole It, 거짓말 같은 재회 후 불꽃이 꺼진 듯한 그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여전한 그리움을 담았던 To Find You, 밴드 해체까지 각오하면서 백스터 수사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디스를 멈추지 않았던 헌정곡 Brown Shose까지.

 

때로는 손쉽게 때로는 힘겹게, 그렇지만 즐겁게. 흥미로운 아티스트와 곡들을 공유하며 괜찮은 출발점을 마련해 주는 브렌든과 언제나 열린 자세로 샘솟는 아이디어를 노래로 탈바꿈하는 에먼의 도움으로, 코너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서툴기에 더 진솔한 순간들로 본인들만의 뉴 웨이브 음악을 개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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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여물지도 않았을 아이들의 손끝에서 쏟아지는 연주들이. 어렵지 않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곡으로 써 내려가는 과정들이.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먹서먹함과 어색함에서 시작해 끝내 완벽한 한 팀이 되어 선사하는 그 황홀한 순간만이, 이 작품 속 유일한 영화적 허용이라 느껴졌다.


그토록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 만난 '뮤즈'는 좀처럼 포기하지 않으려는 코너의 원동력이었다는 것. 그렇지만 정작 라피나는 자신의 꿈을 위해 미숙한 사랑보다 성숙한 어른에 기대기를 택해봤다는 것. 이렇게 지겨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당장의 밀려오는 감정과 하고 싶은 말을 토로하는 창구가 음악이었다는 것. 그건 참으로 익숙하다. 눈앞에 주어진 하루를 견디고 또 살아가게 하는 방식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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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든이 자기 부모와 이 세상을 향해 갖고 있는 회의적인 시선 또한 극사실적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집 안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이 그의 앞에 있었을까. 보호자의 무책임함과 돈과 능력으로 사람의 가치가 환산되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그는 한껏 바래진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때는 반짝였을 형이 이제 막 반짝이기 시작한 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울컥했던 건 그 때문이다. 평생을 소원하던 스페인 방문 대신 계단에서 담배를 피며 햇살을 만끽하는 게 전부가 된 엄마를 측은히 여기면서도, 코너만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당장 움직이는 그 심정이, 그 속이 과연 어땠을까.

 

차마 다 가늠하지도 못하지만, 또 아예 모를 수는 없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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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지친 사회인이 되어버린 입장에서. 그렇지만 꿈과 희망이 아직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순간에는 코너가 되었고, 어떤 순간에는 브렌든이 되었으며, 어떤 순간에는 라피나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눈앞에 아른거리던 모습들이 있다.


떠나가는 어린 커플을 보며 환호하던 한 어른의 기쁨. 당장의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을 이 항해를 계속하려는 들뜬 표정과 맑은 눈망울들. 도대체 노래란 무엇이기에. 꿈은 무엇이기에. 이런 복잡다단함을 담아내는 영화란 또 무엇이기에. 이토록 벅차오르고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가.


결국 아직 늦지 않았다는,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시도해 보겠다는 용기를 얻고 말았다. 그렇게 조금은 들뜬 채로 커다란 포스터를 품고 극장을 나왔다. 귓가에 울리는 대사들을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우리의 작품을 위해서야, 코스모. 절대 적당히 해서는 안 돼. 알겠지?"

(For our art, Cosmo. You can never do anything by half. Do you understand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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