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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벽 안의 나와 벽 밖의 너 - 지느러미 [영화]

경계와 두려움이 제도가 되었을 때

by 양혜정 에디터
2026.07.16 15:55

 

 

50년 뒤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100년 뒤에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해양 오염은 천천히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다. 변화하는 자연은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인간의 외형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인간에게 지느러미가 돋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상상에서 시작하는 작품이 있다. 박세영 감독의 영화 ‘지느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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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푸른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검은 빗방울이 입 안으로 떨어졌다. 뚝. 뚝. 뚝.”


오염된 바다를 막고 있는 4,000km 장벽에 둘러싸인 근미래 통일 대한민국.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지느러미가 생겨난 ‘오메가’

‘오메가’를 감시하고 노동을 착취하는 ‘인간’


어느 날 오메가 한 명이 구역을 이탈하고, 공무원 ‘수진’이 뒤를 쫓게 되는데…

 

- ‘지느러미’ 시놉시스

  

 

이 영화는 상당히 거칠거칠한 질감을 갖고 있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세피아 톤, 아주 강하게 보정된 색감, 지글지글한 그레인 효과, 폐허를 연상시키는 로케이션과 친절하지 않은 전개까지. 감독의 말처럼, 절대 ‘보기에 편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배경은 근미래 통일 대한민국. 심각한 해양 오염으로 인해 육지와 바다를 분리하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졌으며, 장벽 바깥에서는 ‘오메가’로 불리는 돌연변이들이 강제로 오염된 바다를 청소하는 노역에 착취되고 있다. 오메가들은 길쭉한 발가락이 세 개 있고 지느러미가 돋아 있는 존재다. 몇몇 오메가들은 착취와 혐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가락을 자르고 가짜 발 모형을 쓰는 등 자신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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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수진’은 신참 공무원으로, 오메가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진은 어느 날 바다에서 사망한 오메가의 시신을 다른 오메가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생존한 오메가 중 한 명인 ‘고우’가 몰래 현장을 탈출하는 장면을 본다.

 

‘고우’가 추격을 따돌리며 향한 곳은 어느 실내 낚시터. 후덥지근한 공기와 물비린내가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것 같은 공간에서는 ‘미아’라는 여성이 일하고 있다. 고우는 미아에게 찾아가 어느 한 오메가의 잘린 지느러미를 내민다.

 

지느러미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미아의 아버지다. 그는 노역 현장에서 사망했으나 자신의 마지막은 인도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고우를 통해 딸 미아에게 자신의 지느러미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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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진과 미아의 관계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과거에 대해서는 거의 단서가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몇 장면으로 약간의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수진의 어머니가 방 안에 틀어박혀 은둔 중이며, 오메가를 다 죽여버려야 한다는 둥 오메가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수진은 그런 어머니를 홀로 돌보는 것으로 보아 수진의 가족, 어쩌면 아버지가 오메가에 의해 해를 입었을 거라 추측된다.

한편, 미아는 아버지가 오메가이고, 그래서 자신도 오메가이고, 아버지는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고, 미아는 그런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미아는 오메가에 대한 거부감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품고 인간들 틈에 숨어 살고 있다. 그리고 수진과 미아, 이 둘은 나이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다.

수진은 우연히 미아를 마주치고 그때부터 미아의 뒤를 밟는다. 미아가 일하는 낚시터, 미아가 가는 피아노학원을 오가며 끈질긴 시선으로 미아를 좇는다. 수진의 어머니가 오메가를 혐오하는 것과 달리, 수진은 오메가들이 그리 위험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며 일부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수진이 미아를 빤히 바라보고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은 또래 친구에 대한 호기심과 연민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곧 수진은 피아노학원에서 페달을 밟는 미아의 발을 보고 미아가 오메가인 것을 직감하여 미아를 신고한다. 신고를 받은 수진의 선배 공무원들이 무장한 채 미아의 피아노학원으로 찾아온다.

 

수진은 왜 미아를 신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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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오메가와 접촉하면 감염된다", "오메가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죽는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불확실한 공포 위에 세워져 있다.

 

박세영 감독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으로 서로를 끝없이 경계해야 했던 사회적 경험에서 ‘지느러미’의 구상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수진은 미아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없지만, 미아가 자신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는 명확한 증거를 목격하는 순간, 사회가 주입한 근원적인 두려움과 오염에 대한 공포가 작동한 것은 아닐까.

 

수진과 미아의 관계는 불확실한 재앙 속에서 타인을 끊임없이 의심하도록 설계된 디스토피아 시스템이 어떻게 평범한 개인의 연민과 인간성을 잠식하고 허물어뜨리는지 보여주는 장치로 읽혔다. 그렇다면 수진이 미아를, 그리고 오메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가 현시대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얼마나 다를까? 영화 속 바다와 육지를 분리하는 장벽은 ‘나’와 타자인 ‘너’ 사이를 분리하는 감정적인 벽과 얼마나 닮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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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는 적은 예산으로 한국식 디스토피아를 과감하게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단 전반적으로 대사가 명확히 들리지 않아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점과 몇 장면이 몰입을 해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느러미’는 매끈하게,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수작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하지만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자신만의 방향성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점점 더 발전해 갈 박세영 감독의 작품세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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