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ngeal O’Donoghue 앙엘 오도노휴 아일랜드 대사

글 입력 2014.04.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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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geal O’Donoghue 
앙엘 오도노휴 아일랜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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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날로 알려진 성(聖) 패트릭 데이다. 성  패트릭 데이는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이자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날로 아일랜드의 국경일이기도 하다.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영국 미국 캐나다를 비롯하여 전 세계 곳곳에서 이날 초록색 모자와 옷을 입은 사람들의 거리행진과 축제가 벌어진다. 성 패트릭 데이를 앞두고 지난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에 위치한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앙엘 오도노휴 대사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오도노휴 대사는 주한 외교가에서 몇 안되는 여성 대사이기도 하다. 



성 패트릭 데이의 유래와 초록이 어떤 연유로 아일랜드의 상징색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성 패트릭은 서기 432년 다신교를 믿고 있던 아일랜드 원주민 켈트족에게 복음을 전한 뒤  많은 수도원을 세우고 제자를 길러내 아일랜드와 영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분입니다. 그는 야만인인 켈트족을 향한 선교는 불가능하다는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의 편견에 맞서 자연을 사랑하고 시와 노래를 즐기는 켈트족의 심성에 맞게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웅담과 무용담을 즐기는 켈트인들에게 성경 인물들의 삶을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주었고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 잎사귀는 셋으로 갈라져있지만 몸통은 하나인 토끼풀(shamrock)을 비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토끼풀이 아일랜드의 비공식적인 상징이 되었습니다. 초록이 아일랜드의 상징색이 된 것은 토끼풀이 녹색이고 넓고 푸른 초원이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풍경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사4.jpg▲ 왼쪽부터 김세원 교수, 앙엘 오도노휴 아일랜드 대사, 음악저널 회장 한명균



한국에서 열리는 성 패트릭데이 축제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요.

“17일이 월요일이라 15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 플라자에서 아일랜드협회(www.iak.co.kr) 주최로 제14회 ‘세인트 패트릭의 날’ 축제가 열립니다. 아일랜드 전통 무용인 리버댄스와 전통 음악은 물론 아일랜드의 인기록밴드의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로 무료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날 직접 아일랜드 전통 악기들을 연주해 보고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아이리쉬 마을’도 문을 엽니다. 또 아일랜드의 독특한 스포츠인 게일릭 축구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게일릭 축구를 말씀하셨는데 아일랜드는 영어와 체계가 다른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사관 입구에 영어와 함께 병기된 문자가 아일랜드 고유 언어인 게일어인가요? 

“그렇습니다. 16개의 켈트어 알파벳를 문자로 사용하는 게일어는 아일랜드의 제1공용어로 2007년 유럽연합(EU)의 공식언어가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에 가면 공문서와 안내문, 교통표지판에 영어와 게일어를 병기해 놓았습니다. 800년 동안 지속된 영국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아일랜드인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게일어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칩니다. 게일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골웨이를 중심으로 한 서부 해안지방에 주로 살고 있습니다. 맥도널드, 맥킨토시, 오코너, 오도노휴 처럼 아일랜드에는 맥(Mac)이나 오(O)로 시작되는 성이 많은데 게일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맥은 ‘누구의 아들’이란 뜻이고 오는 ‘누구의 가족’이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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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는 문인과 예술가가 유난히 많다. 인구 400만명, 면적 7만282㎢. 한국에 비해 인구는 10분의 1, 면적은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네 명이나 나왔다.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등 주옥같은 시를 남긴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와 ‘페이머스 히니’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이름난 시인 셰이머스 히니, 전위적인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와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가 아일랜드 출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술지상주의의 대표자로 불리는 오스카 와일드와 1897년 동유럽의 흡혈귀 설화를 소설로 재구성한 『드라큘라』를 발표한 브람 스토커,  『율리시즈』,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도 아일랜드 태생이다. 200년 쯤 후에 태어났더라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에 틀림없이 포함되었을 『걸리버 여행기』의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 역시 아일랜드인이었다. 



아일랜드의 문학이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특히 시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아일랜드의 문화적 전통은 유구하고도 다채롭습니다. 20세기 현대문학에서 아일랜드 문학이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기 훨씬 이전인 6~7세기경부터 아일랜드의 수도원들은 학문과 예술의 요람이었습니다. 11~12세기 출현한 켈트족의 음유시인 바드(bard) 집단은 역사와 신화 속 영웅들의 무용담과 일대기를 노래로 전파했고 가톨릭 수사들이 이를 기록한 구전문학의 콘텐츠가 더해져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풍요로운 이야기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아일랜드 작가들은 80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영어로 글을 썼지만 아일랜드 민족의 고유 언어인 게일어의 말맛을 녹여내 음악적인 언어미학을 일궈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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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아일랜드하면 예이츠와 기네스맥주의 이미지가 우선적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얘기한 문학 외에 대중문화와 예술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일랜드 아티스트들을 소개해주시지요.

“영화 쪽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폰 부스’등에 출연한 콜린 파렐,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 교장역을 맡은 마이클 갬본, ‘나의 왼발’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쉰들러 리스트’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리암 니슨 등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대사관 현판과 제 명함에서도 보셨겠지만 아일랜드의 공식적인 국가 상징물은 아이리쉬 하프입니다. 악기를 국가의 상징으로 채택한 나라는 아일랜드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 하피스트 존 맥코믹 등 클래식음악분야에서 활약 중인 아일랜드 연주자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들은 대중음악 쪽에 많습니다. 남성가수로는 22번의 그래미상 수상, 전 세계적으로 1억5천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록그룹 U2, 5명의 미소년들로 구성된 팝그룹 웨스트라이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성가수들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주제가를 불렀던 엔야와 크렌베리스, 켈틱 우먼 등이 있는데 이들은 신비한 음색과 몽환적 분위기를 풍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의 오랜 핍박과 식민통치의 경험, 아직 분단돼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정서적인 유대감이 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애잔한 아일랜드 음악을 들으면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한 19세기 중반의 감자대기근 등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에서 비롯된 한(恨)의 정서 같은 것이 느껴져 한국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부임하신 후 대사님께서도 그런 느낌을 가지셨는지요?
“제가 만난 한국인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양국 국민 간에 정서적인 공감대가 넓다고 생각합니다. 대사로서 저는 특히 한국과 아일랜드가 짧은 시간에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IT기반의 경제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급속한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도 개인보다 가정과 가족을 우선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점 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과 창업 진흥분야에서 양국 간에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과 아일랜드간의 관계, 인적 교류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아일랜드는 공식적으로 1983년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1989년 대사관을 서울에 설치하였지만 한국에 온 최초의 아일랜드인은 1893년 고종황제의 재정고문 겸 세관장으로 임명된 존 브라운이었습니다. 그 후 1933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고 한국전쟁 때 영국육군 로열 얼스터 라이플연대 소속으로 참전한 아일랜드 지원병 중 130명이 희생됐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900여명의 아일랜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600여 명이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양국 간 워킹홀리데이 협정 체결과 각종 교류증대로 한국 거주 아일랜드인 숫자와 비슷한 규모의 한국인들이 아일랜드에 체류 중입니다.수도 더블린에도 2,3곳의 한국식당이 성업 중입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마를 부탁해’ 같은 한국소설을 틈틈이 읽고 있다는 오도노휴대사는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기념 사진전시회 개최, 아일랜드 영화상영 등의 다양한 행사를 치러 올해는 외형보다는 실질적인 교류증진에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글 · 김세원 

가톨릭대 교수(비교문화경영) 
현 외교부 의전자문위원, 자체평가위원
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현 해군 발전자문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학박사 
동아일보 기자. 파리주재 유럽특파원


사진 · 강홍수

사진작가
사파사진학원 원장



출처 - 음악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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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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