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가의 정신적 지주, 종묘(宗廟)

글 입력 2014.10.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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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하지만 종묘가 어떠한 곳인지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국가 최고의 사당입니다.(추존이란 생전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이에게 왕의 칭호를 올리는 것입니다.) 조선 왕가의 정신적 뿌리인 이 곳은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고 나서 바로 짓기 시작하여 1395년 경복궁보다 먼저 완공하였습니다. ‘궁궐의 왼쪽인 동쪽에 종묘를, 오른쪽인 서쪽에 사직단을 두어야 한다’는 고대 중국의 도성 계획 원칙을 따라 경복궁의 왼쪽에 자리를 잡았지요.


저는 종묘에서 묘현례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종묘를 방문했습니다. 묘현례(廟見禮)란 세자빈이 가례를 마친 후 왕비와 함께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를 참배하는 의례입니다. 종묘에서 행해지는 국가의례 중에 왕실여성이 참여하는 유일한 행사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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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현례는 종묘 정전 일대에서 열렸는데요, 정전(正殿)은 종묘의 중심으로 아주 길게 지어져 있습니다. 1395년에 창건하였을 때는 신실 7칸의 규모였지만, 왕조가 지속되면서 모셔야 할 신위가 많아 계속해서 증축되어 현재는 19칸의 규모입니다. 정전의 건물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19칸이 길게 이어져 있어 우리나라 단일 건물로는 가장 긴 건물입니다. 정문은 세 개가 있었는데, 정전 남쪽 신문으로는 혼령이 들어오고, 동문으로 임금을 비롯한 제관들이, 서문으로 제례악을 연주하는 악공들과 춤을 추는 일무원들이 드나들었습니다. 단순하고 검소한 구조이지만 그만큼 정신적 숭고함이 담겨있는 건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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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현례에서는 조선의 19대 왕 숙종과 인현왕후, 그리고 훗날 조선의 20대 왕 경종이 되는 왕세자와 세자빈이 출현합니다. 왕비와 세자빈의 거둥 행렬이 종묘 입구에서부터 재궁까지 펼쳐지고, 묘현례 개최를 알리는 고유제(告由祭국)가 열립니다. 제1실부터 신실을 차례차례 살피는 신실봉심(信實奉審)이 이루어지면서 묘현례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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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두 사진은 세자빈 거둥 행렬과 정전에 입장하는 인현왕후와 세자빈
두번째 왼쪽은 고유제, 오른쪽은 인현왕후와 세자빈
세번째 왼쪽은 숙종과 왕세자, 오른쪽은 왕세자와 세자빈>


행사는 30분 가량 진행되며, 행사가 끝난 후 포토 타임도 가진답니다. 저는 포토 타임 대신 종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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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신위 봉안도입니다. 왼쪽부터 살펴보면, 태조 이성계와 태조의 두 왕후부터 차례차례 시작합니다. 조선시대 초에는 태조 이성계의 4대조(목조, 익조, 도조, 환조)의 신위를 모셨으나, 그 후 당시 재위하던 왕의 4대조(고조, 증조, 조부, 부)와 역대 왕 중 공덕이 있는 왕고 왕비의 신주를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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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재실-임금이 제례 준비를 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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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재실 - 세자가 제례 준비를 하던 곳>


종묘를 둘러보고 나가는 길에 뒤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인현왕후께서 제 뒤에 계셔서 깜짝 놀랐답니다.^^; 국왕을 선두로 왕후, 왕세자, 왕세자비, 제관, 상궁들이 쭉 이어져 거둥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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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종묘는 아주 단순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엄숙하고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종묘 묘현례는 10월 18일 토요일에도 개최되니, 묘현례를 관람하고 종묘 곳곳을 둘러보며 조선 왕가의 정신적 지주이자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숭고한 정신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사진 출처 : 두산백과, 한국문화재재단, 서나래>


[서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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