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Your wave is coming! - 디자인 매거진 CA #239

글 입력 2018.08.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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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AGAZINE CA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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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디자인과 관련된 잡지를 구독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다니던 미술 학원에서, 대학 입시를 위해 발간되던 잡지를 반강제적으로 신청하게 했던 것이다. 두껍고, 무겁고, 미술학원 광고 전단지 같은 표지를 가진 잡지. 그 속에는 입시를 위한 틀에 맞춰진 그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잡지를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다. 잡지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는 딱히 디자인과 관련된 잡지를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디자인과 관련된 정보들이야 SNS에 들어가기만 해도 넘쳐났고, 서점에 가면 잡지보다는 소설에 손이 가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디자인 매거진 CA를 만나게 되었다. 이 잡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첫인상이 좋아서였다. 시원시원하게 자리 잡은 사진, 타이포그래피와 그에 걸맞은 ‘여름과 디자인’이라는 주제까지. 트렌디하고 힙해보이는 표지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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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속에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충분히 흥미롭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려웠다. 그래도 잡지는 전공 책이 아니니까, 하나하나 외우려 하기 보다는 슬쩍 엿보는 느낌으로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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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wave is coming

잡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으나 여름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번 호가 왜 ‘여름과 디자인’이란 주제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려고 하는 찰나, 사이즈가 다른 내지에 파란색 배경을 가진 ‘Your wave is coming’이라는 섹션을 발견했다. 잡지에서는 서핑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서 디자인과 예술, 대중문화에 짙게 스며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삶의 많은 부분에 서핑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쉽사리 공감이 가지는 않았고 확 와닿는 면도 없었다. 어떻게 예술에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하게 나타나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음악이나 대중문화, 디자인을 관통하는 서프 문화가 꽤나 멋지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영감이 되는 문화라, 덕분에 서프 문화에 약간의 궁금증과 관심이 생겼다. 스포츠를 싫어하는 탓에 서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지만, 한 여름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섹션이었다.


우리에게는 늘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 서프 문화는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다채로운 자극과 낯선 미학적 즐거움은 전에 없던 자유를 세상에 가져올 수 있다. 해변에 밤이 온다. 여름밤. 그러나 파도는 쉬지 않는다. 밀려와 흰 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다시 다른 파도, 파도는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어쩌면 지금 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너의 파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기다린다.

- CA #239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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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의 디자인과 관련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필기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우리는 중요한 부분에 강조의 의미로 밑줄을 사용하곤 한다. 새롭게 변화한 CA의 로고타이프의 경우 밑줄이 쳐져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CABOOKS가 어떤 것에 밑줄을 긋는지에 따라 새로운 CA+무엇이 될 수 있다는 아이덴티티를 나타낸 것이다. 내게 좋은 첫인상을 남긴 CA의 표지에 선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에도 나름의 의미와 노력이 담겨있다. 문득 디자인이란 일상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되었다.

239호까지 발간되는 동안 그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 약간은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여러 프로젝트와, 또 다른 디자인 매거진들을 소개하고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담아내는, 어찌 보면 다른 매거진과 별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눈이 즐거워지는 구성과 자유로운 느낌의 말투는 취향을 저격하기 충분했다. ‘감각적이다’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잡지였다. 꽤나 어려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감각적인 정보의 파도는 다음에 발간될 CA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디자인과, 일상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볼 수 있었다. Your wave 섹션에 ‘어쩌면 지금 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너의 파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기다린다.’는 에디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감이 될지도 모르는 매 순간을 기다리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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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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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98. 우리의 관심은 딱 한 가지. 한 사람의 좋은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잡지와 단행본과 컨퍼런스를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일이 창조적인 작업(Creative Artworks)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의 외연을 넓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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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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