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angle] Episode 3-1. 12월 4월

고마워
글 입력 2018.06.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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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나의 우울함을 소중히 담아 보려 노력하던
나에게 잠깐 읊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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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angle}
Episode 3-1. 12월 4월



[ 4월 20일 ]

요즘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주 멈춘다.
어느 순간부터 그 멈추는 순간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되었다.
멈추고 잠깐 울어 버리는 것이
가장 먼저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이었다.


*


어릴 때부터 눈물이 참 많았다. 왜 남의 일에, 이야기에 공감을 너무 잘하는지, 조금만 슬픈 무엇인가를 보면 남들은 울지도 않는데 나만 훌쩍거리는 게 뭔가 부끄럽기만 했다. 눈물을 참는 방법이 너무 궁금했다. 내 눈물샘은 왜 이리 잘 터지는지 괜히 눈을 탓하기도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래도 조금 더 눈물 참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처음으로 긴 시간 동안 세상에 혼자 살아가면서 내가 더 성숙해졌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성숙해졌다는 말이 내가 더 강하고 단단해졌다는 의미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자주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우연한 상황 그 자체로만 쉽게 터져버리고 있었다. 우연히 만나 읽고 보는 것들이, 그냥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일상을 보내다가도 왜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나를 꽉 울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더 자주, 왜 또 눈물이 나냐며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얼른 얼굴로 흘러내리기 전에 눈이 눈물을 먹길 바라면서 혼란스러움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왜. 왜. 왜. 물음표를 달 틈도 없이 나는 이 한 단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물만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우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계속 멈춰서 울컥거리는 눈물들은 말이다.

'이유'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것들이 쌓이고 뒤섞여버린 채 버려져 있던 것들이 더 이상 안 되겠다며 눈물로 나오는 것이라고. 나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얼마나 내 안에 쌓아왔는지. 당연한 일상처럼 나를 묶어두고 재촉하던 것이 결국 지금처럼 멈추고 울컥거리는 순간을 계속 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나를 묶어두면서도 더 묶지를 못해 안달난 사람이었다. 낮은 자존감에 따라오는 불안감을 잊고 싶어서 내 숨통을 조이기로 결정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나 자신을 옥죈다. 하지만 이건 나만 안다. 나의 가족도, 친구도, 가깝든 멀든, 내 주변의 사람들은 이걸 모른다. 나도 지금 내가 파악되지 않는데.

숨 쉬기를 포기한 나를 보다 못해 결국 나의 눈물이 나섰다.
눈물이 나는 순간이 갑자기 피어나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우선 흐르는 눈물을 남들이 보기 전에 수습해야 하고, 울지 않는 척을 괜히 해야 하고, 다시 숨을 쉬어보고 그제야 겨우, 겨우 멈춘다. 그제야 나에게 왜 우냐고 물어보면서 나를 보듬는다. 결국 그렇게 홀로 나를 묶고 있는 내게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건 눈물뿐이었다.

나의 수많은 시간 속에서 좀 안 나왔으면 했고, 잘 참고 싶었고, 숨기고 싶었던 존재가, 나의 가장 가까운 위로가 되었다. 이번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저주하던, 숨 쉬기를 거부했던 12월의 우울증 보다는 조금 더 따스해진 그런 나의 슬픔의 순간이었다. 눈물 덕분에, 나의 슬픔을 스스로 보듬어가는 것을 아기걸음 마냥, 처음으로 눈물의 힘을 받아, 그 손길을 따라 겨우 시작해보았다.



[ 4월 24일 ]

쉽지가 않았다. 담아내기에는 아직도 너무 벅찬 나에 대한 사실이었다. 나를 온전히 감당하는 건 언제쯤 가능할까, 어쩌면 나를 온전히 감당하는 순간은 기적처럼 짧은 순간 동안만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아님 여전히 내가 그저 불안정한 사람인걸까.

드로잉북과 샤프를 들고 뭔가를 끄적여 보아도 운명 같이 나를 움직이는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 아직은 처음인가 보다. 샤프를 들고 병을 끈으로 묶어 보았다. 정확히는 옥죄었다. 떠오르는 건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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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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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렸던 그림들을 다시 보고 싶어져서 그림을 모아둔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12월‘ 이라는 그림을 다시 만났다. 나의 12월, 너무 무서웠던 우울함, 그 아픔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겨우 어루만져 보려던 그 그림을. 유리병에 조심스럽게 담아낸 12월의 조각이 잠겨 버린 채 물방울과 함께 멈춰있었다. 어쩌면 저 안에 같이 든 것은 내 눈물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작더라도 수면 아래 가장 조용한 곳에 담겨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저렇게 그렸었는데. 아무래도 나도 내 그림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나의 무의식이 아무렇지 않게 그리는 것들이 더 그 그대로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고마워.

나의 우울함을 소중히 담아보려 노력하던 나에게 잠깐 읊어 본다.
하나의 그림이라는 작은 결과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방황을 했었을 테고, 지금의 나에게도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이 되었다. 적어도 나는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응어리짐이 표현되어도 그 응어리짐이 풀어질 때 까지는 더 많은 거리의 시간을 걸어야 함을 ‘12월’ 그림의 완성과 지금 사이의 거리를 보며 느꼈다.

...

잠시 그림을 보다가 다가갔다. 내가 그려야 할 것에.
이 일기를 끝내려는 순간에 그려야 할 것이 나타났다.
고대하던 멋진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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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그린다. 병을 끈으로 묶는데, 무리하게 묶었다. 왜 그러나 싶을 정도로.
안 그래도 가득 찼던 물이 밖으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울컥울컥.
여기까지면 이 그림은 조금 비극이다. 지금부터는 위로를 담는다.

조금 아프지만 무겁지만 내게 필요했던 위로. 보다 못한 눈물이 결국 나섰던 순간.
물이 떨어지고, 그 물을 머금고 어딘가에 숨어있던 씨가 자라 꽃이 폈다. 나를 옥죄는 어떤 끈보다 더 강하고 싶은 줄기의 끝에서. 꽃 한 송이가 자라고 잎이 자라고 가시가 자란다. 나도 어찌하지 못한 끈이 조금씩 무뎌진다.

얼마나 더 피워야 할지 , 시간이 지나야 할 지 모르지만, 우선 나는 두 송이의 장미를 그림에 띄운다.

조금 더 자라기를 바라며.



*

next.


네가 나를 부정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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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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