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정크, 클라운

어른이 되는 순간마다, 함께 - 나의 연극이야기
글 입력 2018.03.07 21: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어른이 되는 순간마다, 함께
- 나의 연극이야기


GOD_3189.jpg
 

내가 난생처음 대학로에서 본 연극은 '보물상자'라는 연극이었다. 갓 20살이 되어 서울에 나 혼자 올라왔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갇혀서 공부만 해야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벗어난 나는 조금이나마 얻은 자유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때는 조금이나마 자신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그만큼의 자유를 스스로 얻어냈다는 사실이 참 뿌듯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 새롭게 느껴지는 그 시절에 나는 종종 대학로를 방문했다.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보통의 경우는 대부분 후자였지만, 유독 연극을 볼때는 혼자서 대학로를 거닐었다.

갓 20살이 되어 대학로에서 처음 맞이했던 그 연극이 너무 강렬해서 였을까. 아니면 연극이 끝난 후, 혼자 여운을 곱씹는 느낌이 좋아서 였을까. 첫 연극을 혼자 보아서인지, 그 후로도 종종 연극을 볼때는, 특히 뭔가 잔잔한 느낌의 연극이라면 혼자서 극장에 가는 걸 선호하곤 했다.

'보물상자'라는 연극은 일명 '어른이'들을 위한 연극이었다. 곰인형으로 대표되는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어른이 되면서 점점 닳아지다, 결국 사라져버린다는 내용. 스스로 과거의 나보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할 때 본 첫 번째 연극이라 그런지 '어른들을 위한 연극'이란 문구를 들으면 늘 이 연극이 떠오른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어른들을 위한 연극'이 있다. 바로 '정크, 클라운'.


GOD_3354.jpg
 

이번 연극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전과는 다른, 또 다른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는 대학생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준 사회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히 학교를 떠나진 않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보단 사회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나 요즘엔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상상만 하던 직장인 라이프를 경험하고 있기에 더욱 어른이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20살 때의 어른이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이라면, 지금의 어른은 자유보다는 그저 사회에 시선에 물들어가는 느낌의 어른이다.

요근래 들어 종종, 나에게 볼 수 없었던 이면을 자주 보게된다. 생각보다 익숙함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물욕이 강하고, 돈에 집착하며, 내 스스로도 내가 가끔씩 꼰대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직 반 오십도 안 된 나이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세상에 닳아간다는 것이 느껴진다. 대신 경제적인 능력이나 업무능력 등은 더 생기겠지만 마음이 어딘가 지치고 불편하다.


00. 정크 클라운_포스터.jpg
 

이 연극은 아마 보물상자와는 다를 것이다. 나의 첫 연극이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잃어가는 순수함을 서글프고 잔잔하게 그려냈다면 새로운 의미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이 연극은, 아마 시원한 웃음을 줄 것이다.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슬픔이 아니라 고단한 책임의 무게를 잠깐이나마 집어던 질 수 있는 유쾌함을 말이다. 그리고 아마 여유도 줄 것이다. 변화에 전전긍긍 하기 보단 변화하는 '나' 역시 '나'라고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른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명확하게 한 가지 답은 없다. 이전보다 더 나아진 내가 느껴진 다면 그 자체로 나는 한단계 성장하여 어른이 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어른이란 사회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모델일 뿐일까. 어른이 된다는 건 성장하는 것일까, 잃어가는 것일까. 많은 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은 나에게 이제 어른이라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GOD_3537.jpg
 

이 공연을 주최하는 극단현장은 경남에 기반을 둔 오래된 역사를 가진 극단이다. (1974년부터!) 2년 연속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수상에 대한 보상으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 내려놓고 놀자" 

딱 이 한 마디로 공연이 설명될 듯하다. 

여러 명의 광대(클라운)들은
마냥 즐겁기 위해
아무런 욕심없이 놀이를 즐긴다.

버려진 드럼통, 자전거핸들, 깨진 바가지,
찌그러진 냄비와 함께 노는 이들을 바라보면,
잠시간의 회사원 라이프에 지친 나도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샌가 친구들과 만나도
어릴 때처럼 마냥 즐겁게
노는 경험은 거의 없었다.

취업이야기, 진로 이야기,
잡담으로 수다는 꽃피우지만
어릴 때처럼 땀나게 뛰어다니며
몸으로 격하게 놀아본 기억이 너무 오래되었다.

오랜만에 아무런 계산이나 제약없이
즐겁게 노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정크, 클라운
- 다 내려놓고 놀자! -


일자 : 2018.03.15(목) ~ 03.18(일)

시간
평일 8시
토 3시, 6시
일 3시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전석 25,000원

제작
(사)극단현장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상남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함양문화예술회관

관람연령
5세 이상

공연시간 : 60분




문의
(사)극단현장
010-2069-7202






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단.jpg
 

[한나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