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present : 종이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2.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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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발등에
툭, 툭 떨어져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게
사랑이었나 상처였나

그것도 아니면 당신이었나.’


-


 오랜만에 대림미술관을 방문했다. 추운 날씨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번 작품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길게 늘어서 있는걸까? 대림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적어도 추운 겨울날 조금 달달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나는, 그런 라떼 같았다. 공간마다 마음을 건드리는 따뜻한 시와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감성적일 대림미술관의 Paper, Present.
 
 아직 남은 겨울을 달래줄 종이로 만든 예술작품들을 만나보자.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


핸드 컷팅의 귀재 타이티 퍼슨의 작품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듯 환하게 부서지는 햇살을 담고 있다. 엄청나게 정교한 펀칭과 그 사이로 통과하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이 3가지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모니는 기계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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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난 동화,


프랑스의 듀오 디자이너 짐앤주의 대량생산과 수공예 사이의 강극을 나타낸 작품이다. 모두 수공예로 직접 만들어진 작품들로 가까이서 보면 그의 손끝이 작품의 모든 곳을 거쳐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풀 자국들을 보고 있으면 열과 성을 다해 한 조각 한 조각 이어붙인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며, 아날로그 시대의 물품들과 뒷부분에 귀족들이 아꼈던 동물들을 표현해 놓은 것도 차이를 보는 것 역시 작품을 보는 쏠쏠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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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시대를 표현한 작품들 (카세트, 전화기, 플로피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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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표현한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던 작품



꽃잎에 스며든 설렘,



그 많은 것들 중
너는 왜 하필 꽃이어서,
걷던 나를 멈추게 해 너만 바라보게 만들어.

그 많은 꽃들 중 그게 왜 하필 너여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너만 쓰다듬게 만들어.

-오밤 이정현, 꽃


 디올, 꼼데가르송 등 유명 브랜드의 쇼윈도와 쇼룸을 환상의 공간으로 채워온 디자인 스튜디오완다 바르셀로나의 공간이다. 특수한 방법으로 컷팅된 4000개의 종이 꽃과 빛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들로 공간을 가득 메웠다. 종이만으로 이렇게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공간을 탄생시킬 수 있다니. 문득 고개를 들면, 순백의 종이 꽃들이 반짝이며 시야를 가득 메우는 아름답고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셔터를 누르는 순간 아, 그 황홀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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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물든 기억, 너에게 나는 무슨 색이었을까



너에게 그때의 색은 만개한 분홍일까,
가로변으로 밀려난 낙화의 갈빛일까.
늘도 내 기억의 시야는
속절없는 분홍으로 피었다.

-오밤 이정현, 달을 닮은 너에게 中


 그때의 너에게 나는 무슨 색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고 아련해지던 마음 스튜디오의 마지막 공간. 일렁이는 분홍 갈대밭 속 사람들은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기억은 각자에게 어떤 색으로 남아있을까. 알고 있니, 나에게 너는 빛바랜 분홍으로 남았다. 그리고 나의 어린시절은 엄마아빠의 마음 속에 로모 필름 카메라처럼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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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의 새로운 발견은 종이예술 뿐만 아니라 마지막 감동을 선사해주었던 '마음 스튜디오' 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억해놔야지, 언제 어딘가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그리고 이 전시가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펴주길, 곳곳에 적혀져 있는 시도 푹 빠져 읽어보는 감성적인 시간이 되길 바란다.


[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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