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쓴다는 것 [기타]

글 입력 2017.12.12 06: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책상 밑 좁은 공간에서 부모님이 사다 주신 동화책이나 소설책을 읽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었고 (그 덕분에 시력이 많이 나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성적을 올리면 내가 원하는 책을 20권 사준다는 약속에 처음으로 밤을 새며 공부한 적도 있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레 글을 쓰는데도 관심을 가졌고 특히 작가에 대한 존경과 선망이 커져서 이것저것 다양한 글을 많이 쓰기도 했다. 성적이 오르는 것 보다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때 더 행복했고 주변에서도 '글 잘 쓰는 아이'라고 불러줄 때마다 괜히 코가 우쭐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을 잘 안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책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끼는 오락거리가 많아지고, 할 일이 많아지면서 독서는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의무로 다가왔고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것도 머리 아프고 하기 싫은 것으로 변해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한동안은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괜히 예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억지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척, 책을 좋아하는 척 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점점 나랑 먼 일이 되어버렸고 갈수록 내 글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library-2607146_640.jpg
 

그렇게 글과 완전히 멀어졌을 때, 나는 대학에 진학했다. 나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당연히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고 이에 대한 내 생각을 글로 적는 것이 전공수업의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길고 지루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특히 전공에서 배우는 작품인 만큼 어려운 작품이 많았고 함축적인 내용이라 작품 한 편을 읽는데 시간이 배로 걸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교수님의 관점과 내 관점, 다른 학생들의 관점을 통해서 작품을 만나게 되며 같은 내용이지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문학의 신비로움을 맛봤고 이런 내 감상을 글로 남기는 일이 점점 즐거워졌다. 좀 더 깊게 소설 속 인물에게 공감했으며, 이 글을 읽은 후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다른 학생의 수준 높은 글을 읽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썼던 글을 자랑스레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보여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내 글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내가 처음에 글쓰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누군가 나보고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줬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내 생각을 남기는 것이 좋았고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면서 동감해주는 것이 기뻤다.


writing-2339737_640.jpg
 

사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내게 있어 '글'이 누군가에게 평가 받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어렸을 적, 나에게 글쓰기는 그저 즐거운 일이었다. 사실 아직도 글을 쓰는데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리고 가끔은 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면서 다시 예전에 즐거움을 조금씩이나마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아트인사이트 태그.jpg
 

[심소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