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응노미술관 장 폴 아고스티&이융세 2인 전 [시각 예술]

글 입력 2017.11.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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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응노 미술관 전경.jpg
 

 고암 이응노 화백. 그는 우리나라 전통 회화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장이다. 고암은 일제강점기, 6·25전쟁, 유신정부 시기를 거치며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작품 활동에 열정적이었다. 그는 동양 화풍에 서양의 추상 기법을 접목해 새로운 화풍을 탄생시켰으며, 왕성한 실험 과정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들을 창작해냈다. 그 결과 고암의 작품은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해 유럽인에게 한국화를 알리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 화백의 작품은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세계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계승시키기 위해 대전시에서는 이응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응노를 주제로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고향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 원했던 이응노의 소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의 유족들은 이응노의 고향인 충남에 미술관을 짓기로 했으며, 지역 중 대전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지자체와 함께 2007년에 이응노 미술관을 설립했다.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작품뿐만 아니라 기획전을 통해 고암과 관련된 타 작가들의 작품도 공개하고 있다. 현재는 장 폴 아고스티 & 이융세 2인 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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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중도 일보


 장 폴 아고스티는 폴 파케티의 아들이다. 폴 파케티는 이응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던 프랑스의 화상으로 그가 운영한 화랑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 미술을 주도했던 당대 최고의 화랑이었다. 또한 이융세는 이응노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예술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응노미술관은 이들이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 소재인 자연을 전시의 주제로 삼아 두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1. 장 폴 아고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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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브, 땅과 하늘의 다리』(2017)


 장 폴 아고스티는 빛과 색채로 자연을 표현한다. 그의 작업 방식은 특이한데, 정원이나 숲, 물에 비친 나무 등을 사진 찍어 일부분을 확대해 회화로 대치한다. 또한 사진에 나온 모습을 그대로 본뜨지 않고, 색과 형태에 변화를 주어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바스러질 듯한 색채와 형태가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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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나무-카두세우스』(2017)
오 『붉은 정원, 베일의 카두세우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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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폴 아고스티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가, 건축가, 과학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폴 파케티 화랑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 폴 아고스티 작품들은 다채로운 회화 기법이 표현되어 참신하다.

 장 폴 아고스티는 프랙털 이론(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위에 두 작품들은 장 폴 아고스티의 최신작으로 프랙털 이론이 반영돼 있다. 복잡하고 독립적인 작은 이미지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큰 화면이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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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정원』(1994)


 또한 장 폴 아고스티는 이폭화, 세폭화 혹은 다폭화를 다수 제작했다. 다폭으로 회화를 제작하는 것은 유럽 회화의 오래된 전통으로 이러한 형태는 건축에서 많이 나타난다. 특히 이 형태는 옛 유럽 성당 제단화에 자주 사용됐다. 그는 종교화와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이를 자신의 작품에 적용했다.

 보다시피 위 그림은 세폭화로, 각각 독립적으로 완성됐지만 한 점의 회화처럼 보인다. 초록색에서 노랑 그리고 빨강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은 불꽃이 산화되는 현상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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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봉분』(1986)


 이 작품은 이폭화로 제작됐다. 다른 작품과 달리 오로지 연필과 금박만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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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녹색과 흑색』(1983)


 위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그림 중 하나다. 장 폴 아고스티는 수채물감을 사용해 수묵화 같은 효과를 냈다. 작품을 살펴보면 나뭇가지, 나뭇잎, 암석이 그려져 있으며, 주된 색으로 흑색과 녹색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가 작업 초기에 동양 사상인 도(道)에 영향을 받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2. 이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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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2002)


 이융세는 자연물 중 물에 관심이 많다. 그는 한지를 겹겹이 쌓아 붙인 콜라주를 만들어 물을 표현한다. 이렇게 형성된 캔버스 표면의 질감은 물결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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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2017)


 위 작품은 이융세의 최신작으로 한국적인 느낌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회화는 여백의 미가 있다. 반면 서양의 회화는 여백 없이 빽빽하게 그려진 게 특징이다. 이융세는 이 작품에서 동양 회화의 특징인 여백의 미를 잘 드러냈다. 여백이 없던 전 작과 달리 한지를 이어붙여 종이 사이에 여백이 남도록 했다. 여백을 통해 흘러가는 물결을 잘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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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융세는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도 그는 물이라는 소재에 집중한다. 위 작품들은 이융세가 직접 알프스의 산과 호수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이융세의 사진은 색면 추상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매우 사실적이다. 카메라 심도를 높여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사진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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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표면이 매끈하지 않은 수채화용 종이에 사진을 인쇄해 종이 특유의 재질감과 사진의 특성을 조화롭게 드러냈다. 때문에 이융세의 사진은 회화 같은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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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이응노의 작품
오 이융세의 작품


 이융세는 자신이 조각가로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로 조각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융세의 조각 작품은 이응노의 작품과 닮아 있다. 이융세는 이응노와 같은 작업장을 쓰면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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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장 폴아고스티와 이융세의 작품들을 살펴봤다. 두 사람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표현해냈다. 장 폴 아고스티는 사진의 일부분을 확대해 회화로 대치시켰고 그리는 과정에서 형태와 색채에 변화를 주어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을 표현했다. 이융세는 종이 콜라주와 사실적인 사진 작업을 통해 물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이들은 이응노와 닮은 점이 있다.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받아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참신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특히 동·서양 회화 특징이 적절히 반영된 장 폴 아고스티의 『도, 녹색과 흑색』과 이융세의 회화 작품들은 오묘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응노와 폴 파케티의 인연이 이어져 장 폴 아고스티와 이융세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들도 이응노 화백의 도전정신에 자극받았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고암의 예술 정신이 계승되어 많은 작가들이 확장된 시각을 갖고 참신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 폴 아고스티 & 이융세 2인 전은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된다. 이응노의 예술세계와 장 폴 아고스티, 이융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응노미술관에 와 이들의 작품들을 찬찬히 톺아보길 바란다.





[참고자료]

「고암 이응노의 작품 연구-드로잉의 양식변화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9.
이응노 미술관 보도자료 및 팜플렛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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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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